냉동실에서 소환한 추억
남편이 냉동만두를 여섯 봉이나 주문했단다.
안 그래도 냉동실에 자리 없는데 아휴..
그럼 만두를 넣을 자리를 만들어보자며 냉동실 문을 열고 가장 위칸에서 오래된 초콜릿을 꺼내왔다.
"이거 그림이 너무 예뻐서 보관한 거야."
"날짜 좀 볼까. 헤엑.. 2014년 11월까지네."
"엄마 이거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2013년 즈음 대형마트에서 샀던 기억이 난다. 렘브란트, 고흐 같은 유명한 화가의 그림으로 하나씩 포장되어있어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두팩을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는 다 먹고 이것만 남겼었나 보다.
"이걸 먹어도 될까? 배탈 나려나?"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남편이 먼저 하나를 먹어보더니 냉동실 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맛있단다. 결국 딸아이도 나도 오물오물 먹었다. 포장 뒷면의 원재료도 확인해보고 딸아이에게 벨기에가 초콜릿으로 유명한 나라라고 설명도 해준다.
그림에 부쩍 관심이 많은 딸아이는 초콜릿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며 이건 다 손으로 직접 그렸을까 궁금해했다. 요즘은 우유팩 디자인도 유심히 살펴보며 "엄마 이건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한 거 같아요."라며 흥미를 보이는 딸아이.
초콜릿을 샀던 2013년 즈음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었다. 나는 운전도 할 줄 몰랐고 우리 부부는 차도 없었기에 이동 반경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형마트가 도보 가능한 거리에 있어 문화센터도 유모차만 있으면 문제가 없던 시절, 그게 다 였던 시절.
냉동실 정리는 까맣게 잊고 7년 동안 냉동보관한 초콜릿은 맛있기만 하다는 결론.
(이 글은 2020년 작성되었고, 6년이 지난 2026년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