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마을의 자취생
원래 살던 곳에서는 댐 짓는 게 삶의 당연한 목표였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무당벌레가 이파리 밑에 숨어있는 장면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는 게 행복했다. 고소한 풍미 가득한 빵을 굽고, 온갖 식물로 정원을 가꾸고, 가끔은 밥로스처럼 그림을 그리는 삶을 꿈꿨다.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강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의 집을 마련했다. 능력도 없고 가진 게 없어 나는 숲을 떠났다. 하얀 눈과 추위, 가문비나무가 잔뜩 있는 이곳으로 왔다. 가진 게 앞니뿐이지만 해안가에서 찾은 소나무로 안락한 집을 짓기엔 충분했다.
띄엄띄엄하지만 다른 집들도 몇 채 있는 눈 쌓인 마을. 펭귄과 공룡이 한 집에 살고, 북극곰과 벌새가 한 집에 살고, 사막여우는 로봇과 살고. 나처럼 혼자 사는 여자 펭귄도 있는데 나와 달리 운동을 잘한다.
그들과 어울려보니 북극곰은 강태공, 벌새는 소음제조기, 펭귄은 조종사, 사막여우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공룡은 언어습득 중이다. 가끔 변신 마법하는 드래곤 녀석도 찾아온다.
이곳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반짝 해가 나는가 하면 사막여우의 발명품이 대홍수를 일으키기도 했다. 소소한 일상과 아포칼립스급 이벤트들이 뒤섞인 멀티버스.
쫓기듯 떠밀려온 이곳에서 내 안의 나를 꺼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생일 케이크를 구워 내는 마사 스튜어트. 꽃을 돌보고 그림을 그리는 타샤 튜더.
나는 그들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