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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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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Nov 03. 2022

온라인 장바구니에 책을 채우는 방법

책을 고르는 과정과 즐거움

직장에서 몰래 웹서핑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슬쩍 살펴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부동산을 보는 사람, 주식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자기 취미를 찾아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 카메라에 꽂혔다는 누군가는 카메라와 렌즈를 찾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도 내 취미를 따라 웹서핑을 한다. 


내 취미는 '책 읽기'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책 사기'가 더 맞는 표현일 듯하다. 책을 잔뜩 쌓아놓고도 계속 사려고 드니 '책 사기'가 진짜 취미인 셈이다. 웹서핑을 할 때는 이리저리 책 구경을 하며 장바구니에 꾸준히 담아둔다. 그러고 나면 어느샌가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아마 독서가들에게는 평범한 일이겠지만, 책으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게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오늘은 장바구니 채우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책을 채우려면 우선 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책을 많이 접하시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책을 찾긴 하지만, 내가 웹서핑을 하면서 책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SNS 해시태그를 타고 책 리뷰를 죽 살펴본다. 하루에도 책 리뷰는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 보내기 좋다. 그리고 관심 있는 작가를 팔로우하며 그들의 소식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한다. 관심 있는 출판사의 신간 안내도 팔로우해서 챙겨본다. 그것만으로도 장바구니에 책을 담을 수 있다.


회사가 아니라 집이라면 더 본격적으로 취미 생활을 한다. <Chaeg>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이 잡지의 신간 소개를 꼼꼼히 살펴본다. 북튜버도 구독하며 책들을 찾아 나선다. 고전을 소개하는 책 같은 것도 읽으면서 세계문학전집도 꼬박꼬박 사모은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담으면 관련된 책들도 죽 추천해주어서 그것도 둘러본다. 책도 취미 생활로 돈을 쓰면 끝이 없는 셈이다.


다른 쇼핑과 마찬가지로 책 쇼핑도 '꽂히는' 현상이 있다. 특정 브랜드에 꽂히면 그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을 계속 구매하듯, 책도 믿고 보는 출판사가 생기면 계속 주시하게 된다. 특히 어떤 시리즈가 마음에 들면 그걸 전부 구매하고 싶어 진다. 그러면 또 통장에 구멍이 뚫린 듯 스르륵 돈이 사라지고 장바구니는 또 가득 차 버리고···.


어떤 작가에 꽂혀도 마찬가지다. 그 작가의 SNS를 팔로우하고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그것부터 살펴본다. 참고로 작가분들은 심심치 않게 SNS로 홍보를 하시기 때문에 신작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벤트 소식도 종종 알려주셔서 사인본이나 특별판 등이 나오면 참고가 된다. 그렇게 작가 한 분을 발굴해내면, 그 작가가 이전에 낸 책들도 주르륵 담게 된다. 장바구니는 그렇게 마를 틈이 없다.


독서에 어느 정도 내공이 있으신 분들은 주제 별로 책을 찾아 담아두기도 하신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에 꽂혔다면, 바이러스와 관련된 책들을 잔뜩 사서 읽는 식이다. 특정 주제에 맞는 책을 찾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주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러 책을 둘러보며 심도 있게 책을 고른다. 이 때도 장바구니에 꽤 많은 책이 들어간다. 특이한 건 한 번에 많이 담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책을 읽고 더 깊은 책을 찾아 읽는 방식으로 반복되면서 계속 구입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장바구니가 가득 차면 이제 예산에 맞게 넣어다 뺐다를 반복한다. 잘 살펴보면 사놓고도 안 읽을 책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부터 뺀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구입한다. 다른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때가 가장 신난다. 한 달에 한 번 나를 위한 선물을 하는 셈이다.


텅 빈 장바구니는 또 순식간에 찬다. 책은 하루에도 몇 권 씩 쏟아지기 때문에 모자랄 일이 없다. 신간만 따져도 그러한데 수없이 많은 구간 중에서도 좋은 책을 발굴할 수도 있다. 돈이 없어서 못 지르면 못 질렀지, 지를 책이 없어서 못 지르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장바구니가 마를 날이 없는 셈이다. 


독서의 즐거움에는 이렇게 책을 고르는 즐거움이 포함된다. 자신에게 맞는 책, 좋은 책을 찾아 계속해서 발굴해내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책을 찾아 헤매면서 새로운 책을 만나는 설렘, 수없이 많은 지식을 마주하는 신비함, 책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바라보는 경이감을 느낀다.


독서 자체도 좋지만 이렇게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 책을 알아보고 고르기 위해서는 지식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무엇이 연관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 여러 지식들을 머릿속에서 조직화할 수도 있다.


수없이 많은 책들을 사람들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골라 담는다. 책을 골라 담는 각자의 시선들은 모두 소중하다. 그 시선을 넓히고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쇼핑을 하는 것처럼 즐겁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책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라 담아보자. 책을 읽는 재미도 생길 것이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달라질 것이다.


Photo by zhenzhong li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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