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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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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Dec 20. 2022

겨울이야말로 독서의 계절

바닥에 딱 붙어서 책만 읽는 계절

겨울이다.

독서에는 이만한 계절이 없다. 외출하지 않고 집에 붙어있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라 약속은 좀 있지만, 나 같은 내향인은 웬만한 약속은 물린 채 집에 꽁꽁 숨어있는다. 집에 숨어 보일러를 켜고 책을 읽으며 편안히 쉰다. 나는 침대 없이 요를 깔아놓고 잠을 자는데, 보일러를 켜면 요 밑이 따끈해진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요 밑에 들어가 바닥을 굴러다니며 책을 읽는다. 난방비를 아끼느라 후끈후끈하게 있을 수는 없지만, 나오기 싫을 만큼 적당히 따뜻해서 종종 요 밑으로 들어간다. 


눈에도 척추에도 안 좋은 자세지만, 겨울을 만끽하게에는 딱 좋다. 아마 온돌 문화가 있는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아닐까? 온돌 위를 굴러다니며 책을 읽는 건 정말 행복하다. 포근한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눌어붙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있어 진정한 독서의 계절은 겨울이다.


아쉽게도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건 주말뿐이다. 누워서 한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말도 참 빨리 간다. 정말 겨울방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월요일을 맞는다. 그래도 연말에 몰아 쓰는 연차도 있고, 설날 연휴도 있어서 겨울에는 그런 아쉬움을 좀 달랠 수 있다. 연휴까지 있다니 정말로 겨울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긴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는 중간에 끊지 않고 읽을 책을 꺼내는 것이 좋다. 각종 소설책도 괜찮고, 묵직한 역사나 사회 관련된 책도 괜찮다. 집에서 긴 시간을 머무르면서 독파해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목표로 삼고 도전해봐도 좋고 말이다. 하지만 긴 책을 읽기가 힘에 부치다면 이 책 저 책 쌓아놓고 한 권을 골라 읽다가 중간에 딴 책 읽고, 또 읽다가 다시 딴 책 읽고···. 이런 식으로 돌려가며 읽는 것도 방법이다.


책을 읽다가 힘들거나 그만 읽고 싶을 때는 책 쇼핑을 해보자.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도 있고 인센티브가 들어오기도 하고, 명절 상여금이 들어오기도 하니 책 쇼핑을 하기에도 좋다. 크리스마스에는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적당한 핑계로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책을 지른다. 그리고 명절 상여나 인센티브가 들어오면 그건 그것대로 지른다(?). 연말연시는 책덕후들이 적당한 핑계를 대고 책을 지르기에 좋은 시기다. 정말 겨울 만세가 아닐 수 없다.


이 시기에는 서점의 분위기도 좋다. 올 한 해 많이 팔린 책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큐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연말연시에는 뭔가 포근하니 분위기도 좋고, 주머니도 관대해져서 굿즈 같은 것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괜히 책이랑 어울릴 것 같은 디퓨저 같은 각종 굿즈를 하나 둘 사게 된다. 동네 서점의 굿즈는 ‘내년에도 이 책방이 유지되도록 해주세요’ 하는 마음을 담아 책과 함께 사기도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도 새해를 시작하기에도 독서는 좋다.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도록 해주니 말이다. 한 해 동안 읽었던 책을 정리하고 새해에 읽을 책을 구경하는 것도 연말연시에 하면 좋다. 특히 연말에 올 한 해 읽었던 책들을 둘러보면 감회가 새롭다. 봄에 읽었던 책들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아서 한 번쯤 다시 들춰보기도 한다. 감명 깊었던 책들을 다시 둘러보기도 하고, 또 기대하는 작가들의 신간 소식도 괜히 한 번 찾아본다. 그렇게 읽었던 책을 한 번 훑어보며 내년에도 좋은 책들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눈도 많이 오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밖에 나갈 계획이 없다면, 책을 읽어보자. 따뜻한 바닥을 뒹구는 건 꽤 좋지만, 좋은 자세가 아니라서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차 한 잔을 준비해서 가끔 창 밖을 바라보며 책장을 넘기는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빌어본다. 잠시라도 사람들이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굳이 책덕후가 아니라 책을 평소에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책을 좀 더 느끼고 관대 해지는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추천해본다. 추운 계절이면 생각나는 단편 소설이다. 제목은 조금 어려워 보여도 동화같이 짧은 소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추운 겨울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처럼 따스한 책을 많이 접하고 더 관대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Photo by green an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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