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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Feb 13. 2021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의 탄생 - 이대열



혹시나 이 책을 갑자기 지능이 좋아지는 방법을 알려준다거나, 읽고 나면 남들보다 지능이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미리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지능이 좋아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널리고 널린 머리 좋아지는 책 같은 것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하지 않겠다. 이 책은 '과연 지능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지능이라고 하는 것일까?', '과연 사람만이 지능을 가지고 있는가?', '지능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인가?' 등 순수하게 지능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어려운 질문인만큼 이 책을 읽으려면 고등학교 생물 과정 이상의 수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요즘 뜨는 학문인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을 겸비한 독자라면 아주 이상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저자가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있으니 따라가면서 천천히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책을 읽느라 들인 고생만큼 생물의 진화와 경제학, 컴퓨터 공학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과학적인 사실 관계만 다룬 책인 만큼 서평으로 별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저자와 비슷한 수준의 관련 지식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건 아니니,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어느 부분이 흥미로웠는지를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그치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다양한 공부를 해온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하면서 '지능'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능이 발현하기 시작한 아주 오래전 RNA, DNA의 발현부터 생물의 진화를 따라서 지능의 탄생 과정을 알려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답을 알게 된다. 그 답은 사람에 따라서는 흥미진진한 답이 될 수도 있고,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운 답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본인에게는 어떠할지 스스로 책을 읽으며 찾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지능과 진화의 과정을 엮어 그 탄생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지능과 학습에 대해서 다룬다. 학습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3부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공부법을 알려준다거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법에 대해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학습과 지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으니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다른 책을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대신 게임이론과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3부야말로 흥미진진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지능을 정의한 1부와 2부에서 찾았다면, '인공지능은 지능의 어떤 부분을 모방한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3부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나 사회적 관계에서 발전한 지능을 게임 이론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진진했다. 혹시 이 책의 후속작이 '사회적 관계와 지능'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면 나는 직접 구입해서 읽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지능이란 무엇인가?' -> '지능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 '유전자와 뇌의 관계' -> '지능과 학습의 관계' -> '사회성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의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문체가 건조한 느낌을 받았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같은 느낌의 임팩트가 있지도 않고,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 구조도 아니다. 다만 단순히 시간 순서로 작성되었다는 느낌이 강한데, 흥미진진함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신 지적인 호기심이 왕성하고, 이렇게 지식을 전파하는 책이야말로 많이 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지적인 쾌감을 줄 수 있는 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저자가 오랜 세월 연구한 많은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풀어썼다고 본다. 따라서 지식을 얻기 위한 독자라면 그 몫을 다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관련된 지식들을 깨우며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다소 건조하지만 이 책은 침착하고 차분한 문체로 지능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나에게 직업적으로도 영감을 주었고, 순수한 호기심도 다분히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용을 다소 소개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호기심과 영감을 남겨주기 위해 질문에 대한 답은 적어놓고 싶지 않았다. 스토리가 없는 책인데도 왠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제목 이미지는 이 책의 표지를 찍은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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