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김 Apr 22. 2021

서점에 가고 싶은 날

집에 있는 책은 어쩌고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인터넷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도 서점에 가고 싶은 날이. 

문득 왜 그런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은 못되어서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고 멀리 나가는 일도 적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자란 탓에 나는 방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텔레비전이나 게임보다 내가 활자를 더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뒹굴며 무언가 뒤적이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집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채 들여만 놓은 책들로 가득하다. 집을 온통 읽을 거리로 채워놓는 바람에 읽을 것이 떨어질 걱정은 없다. 반대로 언제 읽을까, 어디에 둬야하나 하는 고민만 커져간다. 그래서 집에서도 충분히 독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미 많은 날을 그러고 있고. 그런데도 문득 문득 서점에 가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대형 서점이든 동네 책방이든 어딘가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인걸까. 나는 어딘가의 서점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이, 나 말고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며놓은 공간이, 집보다 더 빼곡한 책더미가 있는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 참 집에 있는 읽지 못한 책들이 마음에 걸리는 여행이다.


대형 서점은 대형 서점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동네 책방에는 동네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대형 서점은 자본을 뛰어난 기획으로 감싼 무언가를 보는 맛이 있다. 몇 년 전에 교보문고의 아주 오래된 거목을 테이블로 들였던 일이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지점 별로 책을 전시하는 모양새 등 가끔은 어떻게 저런 기획이 나왔을까, 광고지만 잘 만들었네 싶은 것들이 있다. 동네 책방과 달리 서가 분류도 잘 되어 있어서 돌아다니다가도 원하는 분야를 찾기가 편하다. 사람이 많을 때면 아무래도 불편하지만, 한산할 때에는 대형 서점만큼 책에 파묻히기 좋은 곳도 없다.


한동안 사라지다가 요즘 다시 잘 찾아보면 보이는 동네 서점은 반갑기 그지 없다. 책방 주인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작은 공간이 아늑하기만 하다. 나도 나만을 위한 이런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책을 바삐 뒤적거린다. 이미 읽은 책이나 취향에 맞는 책을 찾으면 '나도 이 책 좋아해요'라고 서점 주인에게 말해보고 싶어진다. 한산하니 손님들도 왔다갔다하는 사람 모두가 반가운 느낌이다. 이런 공간은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책도 마음껏 골라댄다. 그렇게 또 읽지 못하는 책을 집에 쌓아놓게 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서점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에 요즘은 서점에 관한 책을 구입하고 있다. <퇴근 후 - 동네 책방> 이나 <서점 여행자의 노트> 그리고 남의 책 읽는 공간을 다룬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와 편집자의 이야기인 <읽는 직업> 등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책으로 달래고 있다. 누가 나 대신 여행하고 책을 내주니 고마운 마음도 있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는 생각만 마음 속에 다지고 있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책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공간으로 표출한 면이 있다. 책을 읽는 곳은 이렇게 만들어져야 하고, 이 책과 이 책은 이런 위치에 놓아야 하고, 전시대에는 어떤 책을 놓을지, 책이 없는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지 등 책에 관한 모든 것들이 그 공간 안에 녹아있다. 집에서는 만들 수 없는 공간을 서점에서 대신 느끼게 된다. 아마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었어도 또 다른 공간을 느끼고 싶어서 서점을 돌아다닐 것이다. 서점이란 공간은 책을 다루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자꾸 가게 되는 것 같다.


도서관은 어떤지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 서점에 비하면 도서관은 위치부터가 접근성이 좋지 않다. 동네 한 가운데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으련만 한적한 곳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가야하거나 도착해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거나하는 등 접근성이 좀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도서관은 보관이 목적이라서 엄격한 관리 방법 때문에 비슷한 모습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동일한 서적 분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취향이 반영되기는 어려워보인다. 길게 변명을 썼지만 사실 자주 가보지는 않는 편이다. 도서관의 매력을 알려주는 글이 있다면 동기부여가 될 지도 모르겠다.


책은 사도 사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 같다. 서점은 내 수집욕을 만족시키는 공간이자 독서라는 행위를 묘사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서점을 직접 들른다. 그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날이 온다면 나만의 책을 위한 공간을 갖는 꿈을 꾸면서 여행하듯 서점을 다녀오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서점이나 도서관 같은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끄적거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