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는 누구나 예술을 품고 있다는데
사람들은 SNS를 한다. 단순한 허영심에서 시작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무언가를 쓰고, 찍고, 올린다. 가끔 질리기도 하는 것 같지만 금세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고 비슷한 일을 한다.
끄적거리기는 그런 행동과 비슷한 것 같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는 그런 가벼운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을 기록하고, 무언가 말하고 싶고, 마음 한편에 작게 남아있는 예술이 끄적거리기 아닐까. 위대한 예술은 아니어도 예쁜 공책의 표지 같은 기분 좋은 작은 예술이 끄적거리기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의 예술은 조금 우울할 때 표현하곤 한다. 날씨를 따라 기분이 좋은 날이나 좋은 일이 있는 날이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흐린 날이나 마음이 쓰라리고 공허한 날이면 나는 끄적거리기 위해 어딘가로 숨어든다. 길거리라면 핸드폰으로, 종이가 있다면 종이에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혼자서 카페에 앉아 소리 없이 훌쩍이며 핸드폰만 두들긴 적도 있다. 다른 누군가와 연락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러고 있었지만, 사실 철저하게 혼자 사용하는 앱에 끄적거리고 있었다.
끄적거리고 있으면 내가 나를 드러내곤 한다. 그러고 나면 내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한참을 실컷 울다 나온 것처럼 일종의 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도리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내가 하는 예술이라는 것은 이렇게 나만을 위한 조그맣고 슬픈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은 끄적거리며 낙서(라고 부르더라)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무언가를 적기도 한다. 끄적거리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품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비공개 글을 올리기도 하면서 끄적거리는 것도 같다. 나처럼 슬플 때만 끄적거리는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끄적거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나 화가나 작가는 수첩이나 공책을 전시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끄적거리기도 나름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날 것의 의식을 따라가자면 끄적거리는 것만 한 것도 없으니 이 행동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자기 도피에 시간 낭비로만 느껴졌던 끄적거리기도 꽤 괜찮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글도 끄적거려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끄적거렸다고 하기에는 긴 글이 되고 말았다. 오늘의 끄적거리기는 이만 마치고, 내일은 내일의 끄적거리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