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김 May 06. 2021

오늘은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이다

내가 나를 끝없이 괴롭힐 때


왜 이런 날은 늘 찾아올까.

별 일이 아닌데 깊이 타격을 받는 날이 있다. 겨우 이런 일로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화가 난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인간일까.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인가. 나 자신을 괴롭히고 추락시킬 수 있는 생각이라면 뭐든지 떠오를 지경이다.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도저히 브레이크를 잡기가 힘들다. 심한 날에는 온몸에 자괴감이 흐르는 것 같고 혼자서는 우울과 공황에서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나는 그런 날에는 혼자서 앓는 편이다. 혼자서 헤어 나오지도 못 하면서 남들에게 좀체 털어놓기가 힘든 성격이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언젠가 겪어 왔던 것처럼 또 그렇게 지나가길 바라면서. 별로 자신감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성격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렇게 태어난 것을.


인생에 대해 생각하면 최악이다. '겨우 이런 일에 이렇게 무너져서 어떻게 살아내려고 그러는 건가'하는 내면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별 일 아닌 일에 혼자 넘어져있는 낙오자처럼 느껴져서 사회적으로도 적합한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디에 써먹으면 되는 건가. 이게 내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부정할만한 일도 아닌데 공연히 그런 생각이 맴돈다.






깊은 타격을 받은 날에 내가 나를 괴롭히는 방법이다.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딘가 내 마음속에서는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있다. 자라면서 받은 교육이 문제였을까. '나약하면 안 된다'는 엄격한 목소리가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상처 받은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나약해서 상처 받았다'는 심한 목소리도 내 안에 있다. 아마도 나만이 가진 정서가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진 정서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아니어도 어떤 사람들은 궁지에 몰린 자신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나도 내가 왜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지는 모르겠다. 별 일 아닌 것에도 이렇게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은 참다 참다 어딘가 깨졌기 때문일까. 자세한 이유는 전문가가 아니니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건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다. 내 자신감이 박살 난다. 난 쓸모없어진 것 같다. 또 자신감이 박살 난다는 루틴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생각도 든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작은 일에 갑자기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이상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우울과 불안이 끝을 모르고 달려갈 때, 애써 열심히 브레이크를 잡아보려고 노력을 해본다. '자기 객관화'라는 것을 해보는데, 잘 안되고 실패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브레이크 중에서는 가장 나은 것 같다. 감정을 제외하고 상황을 바라보며 내가 정말 잘못만 했는지 제삼자가 되어서 바라본다. 나를 기쁘게 했던 것들, 나를 좋아해 준 사람들, 내가 해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이 내 생활을 정말 깨뜨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일인지를 떠올려본다. 정말로 남이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종종 이 방법도 객관성을 잃고 다시 나를 괴롭히는 궤도에 올라타 무한한 우울과 불안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빠져있을 수만은 없어서 여러 번 시도를 해본다. 나 자신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나 자신을 달래면서 힘든 싸움을 계속한다. 그래야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오니까.






기나긴 절망에서 빠져나오면 잔상으로 남기도하고 '역시 별 일 아니었는데 괜히 그랬어'하고 가벼운 후회도 한다. 가벼운 후회라면 차라리 낫다. 그렇게 날려버리면 되는 감정이니까. 하지만 우울과 불안이 잔상으로 남으면 다음번 '자신감 떨어지는 날'이 훨씬 빨리 다가온다. 털어내려야 털어낼 수 없는 짐과 같은 날이다. 당연히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성장을 의미할지도 모르지만, 슬럼프가 되기 전에 회복하는 방법을 더 많이 찾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해서 이렇게 나 자신을 괴롭히기에는 너무 괴로우니까. 슬럼프에 빠졌다고 일상이 나를 놓아주지는 않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아까운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