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고 말할 시간이 없어서
요즘은 눈을 뜨면 해가 중천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이겠지. 아직은 아침부터 끈적거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평일의 아침이면 늘 우울하다. 해는 중천이건만 마음은 깜깜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눈 뜨자마자 어제의 못다 한 고민이 밀려오는 날이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붙잡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아침은 정신이 없다.
밤새 조용히 틀어놓은 음악은 아침이 눈뜨는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도 않는다. 어디선가 차 지나가는 소리, 공사를 하는 소리에 섞여서 차마 끄지 못하고 잠든 조용한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바쁘게 일어나서 이불 스치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몸을 일으킨다.
언제나 똑같은 아침이건만, 정말 나가기 싫은 날도 있게 마련이다. 어쩔 수 없이 신발을 신고 나갈 때까지 가기 싫다는 말만 반복하는 아침이다. 그래도 어떤 날인가 정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가기 싫은 날도 있었다.
딱히 무슨 특별한 일이 있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날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곳도 계속 때리면 아프듯이 매일 똑같이 일이 잘 안되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남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반복되었을 뿐이었다. 세수를 하면서도 이를 닦으면서도 서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출근해야 할 시간은 무정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찔끔찔끔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손은 바지런히 움직였던 날이 있었다. 어쩌다 힘든 날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건만 아침부터 힘들다고 눈물이 쏟아지는 자신이 한심해서, 나 스스로가 나약해진 것 같아서 다가오는 시간만큼이나 자신을 무정하게 채찍질했던 것 같다. 그런다고 눈물이 멈추는 것은 아닌데.
결국 눈물을 대충 닦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날도 있었다. 신발을 신고 문 밖을 나가면서는 무던히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잘 될 거야. 오늘은 다를 거야. 억지로 마음의 고삐를 당기면서 길을 걸었다. 대부분의 아침은 기억 조차 나지 않지만, 몇 번인가 그랬던 아침이 기억이 난다.
이제는 점점 그런 감정도 무뎌지고, 그런 날을 조금 더 잘 떨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아침은 감정이 넘치면 안 되는 시간이다. 아침은 화를 내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화사한 아침 햇살이라지만, 가끔은 무정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출근을 하는 날도 있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