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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Jul 15. 2021

하늘을 바라보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여름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그늘 한 점 없이 노랗게 햇빛으로만 가득하다가도 어느새 먹구름으로 가득 차서 낮은 하늘이 된다. 그리고는 온종일 거센 비를 뿌릴 때도 있다. 여름은 하늘마저도 더워서 변덕을 부리게 하나보다.


휴직을 하고 나는 늦은 아침까지 자는 것을 즐겼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창문에 가득한 파란 하늘이었다. 때로는 어두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창문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였다. 정신이 병든 사람이 안정을 취하는 방법으로는 최고였다.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은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다.


긴 시간 휴직을 하면서 봄 하늘이 여름 하늘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올해는 봄부터 비가 잦더니 여름이 되어서도 먹구름이 낄 때가 많다. 그래도 때때로 맑은 날에는 봄 하늘보다 햇빛이 쨍한 여름 하늘을 구경할 수 있다. 거대한 구름이 흘러가는 것도 보기도 하고 가끔은 해가 지는 모습도 지켜보곤 한다.


코로나 덕분에 외출을 삼가는 바람에 한낮에도 종종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구름 한 점 없이 창문에 파란 종이를 붙여놓은 듯한 날씨를 좋아한다. 그렇게 멍하니 시선을 하늘에 고정시킨 채로 가만히 있는다. 멍 때리는 행위가 정신 건강에 좋다는 기사도 있던데, 실제로도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들, 정신적 압박감 등을 그렇게 하늘을 향해 날려버릴 수 있었다.


거센 비가 창문을 때리는 날이면 그 소리도 나는 좋았다. 사정없이 창문을 때리는 불규칙한 소리가 마음을 두드렸다. 우울하고 어딘가 아픈 비지만, 내 마음에 닿으려고 달려오는 무언가 인 것 같아 괜스레 반가웠다. 그런 날이면 조용히 창문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다가도 때로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멍하니 있으면 뇌는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정리한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정리되며 자기 자리를 잡으면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 나면 머리도 한결 가뿐해지고 감정적으로도 불안함이 사라진다.


휴직하기 전에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일을 하지 않으면 공부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박하고 몰아치는 버릇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셨다. 가만히 쉰다고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라고 해주셨다. 그 후로 나는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하늘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여름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아마 인생도 늘 그렇게 변화무쌍할 것이다. 또다시 힘든 날이 찾아올 것이고 또다시 맑은 날도 찾아올 것이다. 어떤 날이 오더라도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어보려 한다. 하늘이 변하듯이 그저 지금도 변하는 중일뿐이라고,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듯이 흘러가버릴 거라고 생각해보려 한다. 그리고 머릿속을 괴롭히는 온갖 생각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려 한다.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나 대신 무슨 일이 생겨도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내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하늘은 맑았다가 다시 흐리다.



Photo by Rodion Kutsae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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