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서재를 구경하다
집구석에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라는 책이 있다. 두 책 모두 다치바나 다카시가 읽고 모아놓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는 전문 사진사가 찍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사진이 잔뜩 실려있는 책이다. 사진을 보면 그야말로 '이런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과 자료가 어마무지하게 많다. 모든 책덕후들이 꿈꾸는 서재가 아닌가 싶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쓰기도 한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고양이 빌딩'이라고 하는 건물로도 유명하다. '고양이 빌딩'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모은 책과 자료로 가득 차있는 건물이다. 보관하고 있는 책과 자료가 너무 많아지기도 했고 책 무게 때문에 목조 건물의 바닥이 내려앉기도 해서 아예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즉, 건물을 통으로 책으로 채워넣고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고 한다(안타깝게도 올해 돌아가셨다).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에는 고양이 빌딩 안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책 한 권에 걸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건물 안에는 방대한 양의 책이 쌓여있다. 그만큼 많은 책을 개인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그 책들을 밀어넣을 공간이 있다는 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책덕후라면 누구나 선망할 서재이다.
책은 책덕후에게 기쁨을 주는 물건이자 동시에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특히 종이책의 질감과 무게감 등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집이 순식간에 책으로 가득 차 버린다. 그러면 이제 책을 보관하는 문제는 부동산 문제가 되어버린다. 책을 구입하는 비용에 책을 보관할 비용이 더해진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처럼 내 빌딩을 지어놓고 작업실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내 한 몸 살아갈 집조차 구하기 어렵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eBook으로 넘어가거나 책을 중고로 팔아가며 연명(?)해야한다.
최근에 "겨울 서점"이라는 유튜브를 보았다. 배경으로 나오는 책꽂이에 책이 어마무지해서 부러웠다. 그렇게 책이 가득한 방을 가진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보았다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씁쓸해졌다. 유튜브를 보면서 대리 만족 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겨울 서점"처럼 어마무지한 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 방을 하나 임대했다는 사람부터 책 많은 집이 이사갈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대리 만족을 하며 언젠가는 나만의 서재를 가져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본 서재 중에 최고는 아래 동영상이었다. 영화 평론가인 이동진 평론가의 서재인데 무려 2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보고 있으면 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나도 저런 공간을 만들어야지하는 결심이 굳어진다.
지금은 소소한 책장을 가지고 있다. 전공 관련 책이 가장 많고 그 외의 종이책이 좀 있는 정도이다. 책덕후라고 불리기에는 소소한 수준이다. 취미 삼아서 서점을 돌아다니고 이렇게 랜선으로만 서재를 구경하고 있다. 돈도 많이 모으지 못한 편이지만, 독립 서점이나 남의 서재를 보면서 언젠가 만들 서재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있다. 어떤 가구를 쓸지,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그렇게 오늘도 남의 서재를 뒤적거린다.
표지 이미지 Photo by Jessica Ruscell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