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하는 생각
책을 읽는 과정은 생각보다 그리 정적이지 않다.
머릿속은 부지런히 책이 말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새로운 사람을 출연시킨다. 여러 모습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독서를 할 때 머릿속은 다양한 영상이 상영되며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바쁘게 생각해보게 된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지적 유희를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정제된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번의 검토를 거치고 오류를 수정하여 지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지식을 받아들일 때 머릿속이 부지런히 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와 지적인 대화를 할 때 그러하듯이 책에 실린 내용을 받아들일 때도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사고가 촉발된다.
좋은 책일수록 지식이 더욱 함축적으로 들어있고 다양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독자는 지식을 받아들이면서도 질문의 답을 찾느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어떤 책들이 어떤 질문을 던진다는 걸까?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조금 난이도가 있는 책이다. 밀란 쿤데라는 네 사람을 등장시켜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는 각자 분투하는 그들의 삶을 통해 인물들에게 동화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존재가 사실은 한없이 가볍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째서 그들의 삶이 그토록 무거웠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가벼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인물들의 절박한 삶을 통해 우리는 존재와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김원영 변호사의 책인데, 이 책에서는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매우 많이 던진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생각할 일도 없는 '이동권'이라는 문제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근본적인 인식을 많이 바꾸어준다. 그만큼 많은 질문을 던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수많은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게 된다.
이렇듯 좋은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쉽고 어려운 질문을 번갈아 던지며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독서를 하면 생각이 깊어진다는 건 아마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접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의미를 찾게 되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아쉽게도 좋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일수록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려운 책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독서하는 즐거움을 읽지 않도록 조심하자. 생각을 깊게 한다고 어려운 책에 도전했다가 괜히 독서에 흥미만 잃어버리면 도로아미타불 아니겠는가. 자기 수준에 맞는 적당히 어려운 책을 골라 생각을 깊게 만들어보자. 책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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