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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Dec 05. 2020

'이것은 왜 가족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질문부터 ③

<이제 여기 그 너머> 18호 '짓다'에 실린 기고를 편집하여 올림

‘가족의 현재, 그리고 미래’


가족 제도가 변화의 이치, 역사의 흐름을 거부하고 지금 이대로의 ‘오래된 가족’에서 정체되려 한다면 한국의 가족은 곧 사라질 거다. 아직도 여전히 혼인 가족 내 여성의 출산을 전제하는 국가의 사고방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출산율은 계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다. 2018년엔 한국에서 가임기 여성이 평생 출산을 한다고 기대되는 아이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기록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1명 이하(0.98)로 떨어졌다.10) 


결혼으로 구성하는 가족의 미래가 사라지는 일도 시간문제다. 2018년 한국의 사회지표 발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혼 상태의 남녀의 비율은 2년 전보다 3.8% 감소한 48.1%로 과반에 못 미쳤다. 대신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힌 비율은 56.4%로, 2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최근의 인구총조사(2016년-2018년) 결과에서 청년 세대(만 20세 이상 39세 이하)의 가구 구성 비율의 변화도 같은 맥락을 나타냈다. 부부로 이루어진 가구의 증감률과 비친족가구의 증감률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전자는 전년 대비 2017년에는 3% 증가, 2018년에는 0.7% 감소, 후자는 전년 대비 2017년에는 66.7% 증가, 2018년에는 38.4% 증가했다.11) 


“한 공간에서 생활공동체로서 서로에게 책임감이나 그런 걸 느끼면서 살고 있다면 그게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꼭 혈연이나 혼인신고나 이런 거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 2019. 9. 26 EBS 뉴스 ‘가족의 탄생 기획’ 15편, 《행여혼신》 저자 천민경·서정민


“가족이라는 것은 인간이 꾸릴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가장 깨지지 않는 형태의 관계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종류의 안정적인 관계에 대해서 갖고 있는 기대는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없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위의 프로그램, 비혼여성 함께살기 모임 ‘반달’ 김초롱


“이 집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냐, 가족의 아니냐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미 어떤 구체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걸 가족이라고 이름 붙이든 붙이지 않든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 위의 프로그램, ‘가족의 탄생 기획’ 15편, ‘무지개하우스’ 입주자 정현희


한국의 가구 구성 변화가 이러하고, 점점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가족에 대한 생각이 ‘오래된 가족’과는 멀어지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직도 ‘오래된 가족’에 머물러 있는 국가는 대체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는 있는 걸까.12)



10) 합계출산율이 1 밑으로 떨어진 국가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유일하다. 혼외출산율로 보아도 OECD 평균이 39.9%(2014년)에 이르는데, 한국은 5% 미만이다. 모든 출산율이 회원국 중 꼴찌다. 혼외출생에 대한 법적인 보호나 사회적 돌봄이 취약하니 양육에 대한 구조적이고 물리적인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11) 국가통계포털에서 ‘인구총조사:성, 연령 및 세대구성별 인구 – 시군구’ 자료에서 만 20-39세 청년의 가구 구성을 보면 부부로만 이루어진 가구 증감률과 비친족가구 증감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IN1509&vw_cd=MT_ZTITLE&list_id=A11_2015_1_10_10&seqNo=&lang_mode=ko&language=kor&obj_var_id=&itm_id=&conn_path=MT_ZTITLE 

12) 지난 2017년 10월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반자등록법 촉구합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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