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마다 다른 여자와 사는 남자(1)

그의 첫 번째 여자

그를 처음 만난 건, 주간 회의 시간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회사여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 아침 회의시간, 대표가 새로운 신입이라며 소개하자 그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로 짧은 자기소개를 마쳤다.


대표는 그게 전부냐며, 뭐 더 할 말 없냐고 물었고, 그는 “네, 이제 저에 대해 차차 알아가시겠죠.”라며, 역시나 짧은 대답을 했다.


그날 이후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카더라’로 들려왔다. 영화감독이고, 한예종 출신이며, 곧 영화를 개봉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무성한 소문보다 나는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그의 소개말이, 마음에 참 오래 남았다.


우리의 첫 만남은 내가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당시 나는 지나치게 솔직한 언변과 친했던 이의 이간질로 인해 묘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음이 너무 가난해져서, 몇 마디 말도 나눠보지 않았던 그에게 느닷없이 물어보았다.


“영화 보러 가실래요? 윤O상이 첫 주연한 영화가 나왔데요.”

“네, 좋아요.”

“그럼, OOO씨, OOO씨, OOO씨에게도 같이

가자고 물어볼까요? “


나는 밝고 경쾌한 그의 대답에 힘입어 그 당시 그래도 내 말을 믿어주었던 이들의 이름을 주섬주섬 챙겨보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심쿵 그 자체였다.


“전 둘이 가도 좋은데요.”

“아, 네~“


그 뒤에 내가 무슨 대답을 했고, 어떻게 둘이서만 영화 보러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때 왜 둘이 보러 가자고 했어? “

“당신이 그러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아닌데, 난 진짜 아니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그는 나보다 내 마음을 잘 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