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억한다

순간을 사진 찍어둠으로써, 사진 찍어둔 순간을 기억한다.

by SAM

"우리 이런 데도 갔었나?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나. "


오랜만에 옛 사진을 뒤적였다.

찾으려던 사진은 못 찾고 헤매다가, 친구와 함께 여행한 사진에서 시간이 멈췄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여행가이드책을 들고 여행을 하던 시절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번 돈으로 여행하는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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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무채색톤이 무색하게 형형색색을 좋아했던 나?


'저 빨간 잠자리선글라스가 그때는 왜 이쁘다고 생각했을까?'

'그때의 나는 왜 이렇게 실내에서 자꾸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는 걸까?'


그때의 어렸던 우리는,

지금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온갖 귀여운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혼자라고 사진을 안 찍지 않았다.

마음껏 낮술을 마시고, 맛난 걸 시켜 먹고, 아무 데고 많이 걸었다.


열정적인 사진작가가 되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서로 자기 실력이 낫다고 우겼고, 그런 서로의 모습은 우스웠고, 우리는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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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아저씨가 갑자기 프레임 속으로 들어왔다?


어떤 사진은 우리를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마법을 부려,

현실의 피곤함에 쪄들어 있다가도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여행의 기억은 처음에는 모든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지만,

1주일이 지나면 벌써 아득해져 24시간 중 일부가,

그리고 일 년 뒤에는 겨우 몇 분이,

이렇게 십 년이 지난 후에는 며칠의 여행이 겨우 몇 장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여행 책을 들고 방방거리며 헤매던 거리의 이름도,

그때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도,

겨우 용기를 내어 먹은 비싼 음식도 기억에서 흐릿해진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주로 사진 속에 남아있다.


온 몸으로 무서워한 마카오타워 ㅠㅠ (feat.고소공포증)


사진을 찬찬히 흝어보며

그때, 너무 무섭다며 못 탄 마카오타워의 스카이워크를 아쉬워하지는 않아도,

그때, 무섭다고 오두방정을 떨며 춤추던 나를 그리워한다.


사진을 조금 더 많이 남기며 살아야겠다.

지금의 일상도 언젠가는 그리워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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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디인지도 모르겠는 마카오의 거리






ps.

마카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먼저 일어났지만 나를 깨우지 않고, 혼자 동네 한 바퀴를 걷고 오며 크루아상을 사다 준 아침.

몬가 혼자서도 알차게 보내면서도 상대를 배려해 준 그 아침이 내겐 오래 기억이 남는다.

그 순간을 사진에 남길 수는 없었지만, 잊히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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