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부숴가는 도시

이스라엘 하이파 Haifa의 평화로움을 기억해본다.

by SAM

https://www.youtube.com/watch?v=v-K7-Arm7hQ


뉴스를 보다 하이파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이스라엘 기사에 주로 나오는 건 텔아비브나 예루살렘이다.

한국에서는 영 관심이 없는 도시일 줄 알았는데, 전쟁 통에 이스라엘 구석 도시까지 등장하는구나.


2008년, 내가 교환학생으로 간 하이파는 평화로운 도시였다.

따듯한 지중해성 기후라 11월에도 친구들은 비키니를 집어 들고 바다를 즐기러 해변에 나가곤 했다.


가끔 보이는 장총을 둘러메고 다니는 이스라엘 학생들의 모습이전쟁의 위험을 보여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군인의 모습도 도시의 풍경쯤으로 스며들었다.

하우스셰어형 기숙사에는 반드시 1개의 방은 방공호로 설계된 철제 덧문이 있었야 했는데,

우리는 굳건해 보이는 철제 덧문을 만지작 거리면서도, 전쟁이 나겠냐며 깔깔 웃었다.

40km 남짓 레바논은 가까웠지만, 전쟁은 멀게만 느껴졌다.


이스라엘에서는 언제나 전쟁이 지속되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소형로켓 5발을 쐈고, 이에 반발해 이스라엘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일으키고,

반기문 UN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오가며 긴장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긴장감이 고조되자, 하이파에서는 반전시위가 시작됐다.

이스라엘정부에게 전쟁을 멈추라며 행진했다.

이런 반전시위는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평화롭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남북전쟁의 '휴전'중인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전쟁을 잊고 북한을 걱정하며 살아가도 되는 여유 같은 것.


폭탄과 연기에 둘러싸인 지금의 하이파 모습은 당시의 평화로움을 깨버렸다.

햇살이 잘 들고, 바다가 보이는 기숙사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전쟁이 모든 추억을 부수어버리고 있다.


2008년, 평화로운 하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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