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_<데이미안 허스트> @MMCA서울
"네가 요새 이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데이미안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소멸의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차례로 걸려있는 MMCA를 보며,
현대미술 → 데이미안 허스트 (현대미술가, 죽음에 대한 고찰) → 소멸의 시학 (삶과 죽음의 순환)
을 한 번에 엮은 큐레이션이 대단하다 생각됐다.
어떻게 살아오고 일을 했어야 저렇게 전시를 엮을 수 있을까 라는 말에,
친구는 심플하게, 큐레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내면의 문제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내가,
모든 전시와 글과 예술의 면면에서 '삶'에 대해 더욱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대부분의 전시는 삶과 죽음, 인간, 세상의 이야기라는 친구와,
결국, 모든 예술은 철학이고, 철학은 삶인 것 같다며 밥벌이를 걱정하는 우리가
꽤나 적당한 순간에 이런 전시를 만났다.
#9.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지금 여러분은 커다랗게 입을 벌린 상어의 앞에 서 있습니다. 다행히도, 단단한 유리벽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는데요,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가득 찬 이 유리 탱크의 무게는 무려 20톤이 넘습니다. 그 안에 길이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상어가 박제된 채 매달려 있죠. 이 거대한 상어를 포획할 당시, 데이미언 허스트는 어부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당신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상어’를 잡아달라고 말이죠. 단순히 거대한 크기를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관객이 이 상어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 본능적인 두려움과 위압감을 느끼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공포를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마주하게 하려는 의도였는데요, 사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죽음이 누구에게나 닥친다는 걸 알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결코 죽음이라는 상태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엔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상어는 1991년 발표 당시의 그 상어가 아닙니다. 초기의 보존처리에 문제가 생겨 부패가 시작된 것이죠. 마치 죽음을 영원히 유예하는 것은 현대과학의 힘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품 스스로 고백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죠. 결국, 허스트는 기존의 상어를 2006년 새로운 상어로 교체했습니다.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작품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통해 13년 만에 관람객 앞에 다시 공개됐습니다.
- [데이미언 허스트] 오디오가이드, MMCA 서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