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출처: Speeda
2025년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 수는 약 2,700곳으로, 전년 대비 약 6%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감소가 아니라 투자 기준이 분명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넓게 베팅하지 않는다. 확신이 있는 기업에만 자금을 배분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최소한의 연명 자금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 변화는 평균 조달액과 중앙값의 차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형 라운드 몇 건이 전체 규모를 떠받치면서 평균 조달액은 유지됐지만, 중앙값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는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큰 투자를 유치하고, 다수의 기업은 소규모 라운드로 시간을 벌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1,000만 엔 미만의 소규모 조달이 증가한 반면, 1,000만 엔에서 5,000만 엔 사이의 중간 규모로 가는 라운드는 줄어들었다. 한때 ‘안정적인 성장 단계’로 여겨지던 구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선택받은 스타트업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2025년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일관된 특징이 보인다. 이들은 트렌디한 아이디어보다 산업 구조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조, 물류, 건설, 인프라처럼 오래된 산업이 안고 있는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하거나, 로봇과 자동화, 우주, 모빌리티처럼 국가 전략과 맞닿아 있는 영역에서 명확한 역할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인 성장 스토리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투자 주체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VC 벤처캐피탈은 투자 기준을 한층 더 엄격하게 조정했다. 반면 대기업이나 사업회사의 직접 투자는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재무적 수익보다 향후 협업 가능성과 기술 내재화, 장기적인 전략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선다. 그 결과 대형 라운드에서는 벤처캐피탈보다 사업회사가 핵심 투자자로 등장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펀드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25년 일본에서는 약 150개의 신규 펀드가 설립되며 겉으로 보기에는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펀드의 구조를 보면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극소수의 초대형 펀드와 다수의 소형 펀드가 공존하는 반면, 전통적인 중간 규모 펀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자 시장 자체도 장기전을 전제로 한 연장전에 들어갔다는 인상을 준다.
출구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2025년 일본의 IPO 건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고, 스타트업 IPO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위축이라기보다 질적 기준이 높아진 결과에 가깝다. 상장 유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적자 상태의 상장에 대한 시장의 인내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충분한 준비가 된 기업만이 IPO에 도전하게 됐다. 실제로 상장 기업 수는 줄었지만, 상장 시점의 시가총액 중앙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적은 수가 상장하지만, 상장하는 기업의 체력은 더 강해진 것이다.
IPO의 문턱이 높아진 만큼 M&A는 더욱 현실적인 출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내부 개발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기술과 팀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며, 스타트업 역시 반드시 상장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략적 M&A는 이제 예외적인 결말이 아니라, 하나의 정상적인 성공 경로가 되고 있다.
2025년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붕괴도, 회복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연장전이다. 자금은 존재하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투자자는 기다릴 수 있는 기업에만 베팅하고, 그 기준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보다 명확한 존재 이유를 갖춘 팀이다. 화려한 스토리보다 구조적으로 설득력 있는 사업이 요구된다.
지금 일본의 스타트업 자금조달 시장은 조용히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회사는 시간이 더 주어졌을 때 정말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2025년은 그 질문에 답을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답을 준비한 기업들만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해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