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소비자는 당신의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많은 기업이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대신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미 우리를 선택한 고객”, “충성도가 높은 팬”을 바라본다. 그들은 반응한다. 클릭하고, 구매하고, 후기를 남긴다. 숫자로 보이기 쉽고, 보고서에 담기기 좋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브랜드가 성장하지 못하는 순간은 대개 충성 고객을 잃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이 들어오지 않을 때 찾아온다. 매출이 정체되는 이유도, 시장이 갑자기 줄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무관심한 다수와의 연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더 잘 타깃팅하자”, “로열티를 높이자”, “핵심 고객에 집중하자”는 말만 반복한다. 마치 이미 관심 있는 사람들만 붙잡고 있으면 성장이 계속될 것처럼.
하지만 냉정하게 브랜드는 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현실의 소비는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느슨하며, 무심하다. 어떤 브랜드를 반복 구매한다고 해서 그 브랜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소비자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 브랜드가 좋아서요.”
대신 이렇게 말한다.
“그냥 늘 쓰던 거라서요.”
“다른 거 고르기 귀찮아서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요.”
우리가 흔히 ‘로열티’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실 감정이 아니라 관성이다. 애정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은 언제든 깨진다. 가격이 조금 오르거나, 진열 위치가 바뀌거나, 눈앞에 다른 선택지가 등장하는 순간, 소비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브랜드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 배신도, 갈등도 없다. 그냥 무관심한 선택일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마케터는 여전히 “좋아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한다. 더 강한 메시지, 더 뾰족한 포지셔닝, 더 세련된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논리는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소비자가 이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제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아직 거기까지 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소비자의 하루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브랜드를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당신의 제품 카테고리를 떠올릴 시간도 없다. 구매는 삶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에서 일어난다. 필요가 발생하기 전까지, 브랜드는 기억의 표면에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 소비자의 여정에서 가장 길다. 그리고 바로 이 시간이, 우리가 가장 투자하지 않는 구간이다.
마케팅은 종종 이 구간을 건너뛴다.
이미 검색하고 있는 사람, 이미 비교하고 있는 사람, 이미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만을 바라본다. 전환율은 높아 보인다. ROI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건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놓고 벌이는 경쟁일 뿐이다. 그 바깥에 있는 대다수, 아직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성과 지표는 좋아 보이는데, 시장은 줄어든다.
충성 고객 비율은 높아지는데, 전체 고객 수는 감소한다.
캠페인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데, 반응은 점점 둔해진다.
이 상태에 빠진 브랜드는 보통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더 타깃을 좁히고, 더 메시지를 강화하고, 더 강한 혜택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마치 이미 말라가는 우물에서 더 깊이 퍼내는 일과 같다. 일시적으로는 물이 나올지 모르지만, 결국 바닥은 드러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우리는 무관심한 소비자를 이렇게까지 두려워하는가?
아마도 이유는 단순하다. 무관심한 소비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측정하기 어렵고, 설득이 쉽지 않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무반응의 영역에 브랜드의 미래가 있다.
소비자가 처음부터 브랜드를 좋아해서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우연히 보고,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필요가 생겼을 때 떠올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기억이다. 차별화가 아니라 접근성이다. 감동이 아니라 안전한 선택지라는 인식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경쟁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제로섬이 아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기억된다고 해서 다른 브랜드가 반드시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억의 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관심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이해’시키려 들기보다, 먼저 존재를 남기는 것, 그게 출발점이다.
그래서 무관심을 전제로 한 마케팅은 기대치를 낮춘다.
바로 매출이 오를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캠페인 하나로 시장이 뒤집힐 거라 상상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노출이 내일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언젠가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만든다고 믿는다.
이 관점에 서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광고는 설명이 아니라 흔적이 된다.
브랜딩은 포장이 아니라 반복이다.
성과 측정은 단기 반응이 아니라 기억의 변화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케팅의 대상이 바뀐다.
이미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나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으로.
비즈니스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소비자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알아주겠지”, “이해하겠지”, “좋아해 주겠지”라는 기대는 대부분 빗나간다. 반대로 가장 현실적인 태도는 소비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심하고, 게으르고,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로.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마케팅은 비로소 현실과 맞닿는다.
무관심한 소비자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설득되지 않는 벽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아직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아무 생각도 없는 시간’이야말로,
브랜드가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깊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성장은 그곳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