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템은 소비자, 특히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게임에서는 특정 아이템의 실제 획득 확률이 홍보된 내용과 크게 차이 나는 사례가 적발되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불만을 야기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게임 업계는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얻는 아이템으로, 획득되는 아이템의 종류나 품질이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사전에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랜덤하게 제공되는 보상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높은 희소성을 가진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구매를 시도하게 된다.
리니지M (엔씨소프트)
리니지M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임 사행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감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컴플리트 가챠를 도입해 사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하고 있으며, 가챠의 여러 단계에서 확률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교묘히 조작하여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가챠 상자의 확률만 공개하고 이후 추가 가챠의 확률은 은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였다. 또한, 던전 아이템 드롭율을 임의로 변경하고 관련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여 유저들의 불만을 초래하였다.
모두의마블 for Kakao (넷마블)
랜덤박스와 수집 이벤트를 통해 확률 조작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정 재료 아이템의 드롭 확률을 극도로 낮게 설정하거나 인기 없는 아이템이 과도하게 출현하도록 설계하여 사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하였다. 한 유명 BJ는 이 같은 확률 조작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공개 확률 정보의 부실함을 지적하였다.
메이플스토리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큐브 시스템을 통해 장비 아이템의 등급과 옵션을 확률적으로 결정하며, 주요 확률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해왔다. 특히, 레전드리 등급 옵션의 등급업 확률과 직업 옵션의 등장 확률이 공개되지 않아 큰 논란이 되었다. 이에 따라 2021년 확률 정보를 균일화하고 일부 정보를 공개하는 패치를 진행했으나, 이전의 확률 조작 사례가 유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던전앤파이터 (넥슨)
"봉인된 자물쇠"를 이용한 이중 확률 시스템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이후 확률 정보를 명시적으로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칼레이도 박스 등 아이템에서도 확률을 상세히 공개하여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투명성: 확률형 아이템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확률 정보가 공개되지 않거나 모호하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2023년, 한 대형 게임사가 "희귀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1%로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0.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와 같은 불투명성은 소비자가 자신이 투자한 금액에 대한 명확한 가치를 알 수 없게 만들며, 이는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킨다.
심리적 중독: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의 랜덤성은 일종의 보상 심리 메커니즘을 자극하여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한 미성년자가 부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약 500만 원 상당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중독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미성년자 보호 부족: 미성년자들은 이러한 아이템의 구매와 관련된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2022년에는 한 청소년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가정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건전한 소비 습관 형성을 방해한다.
확률 정보의 의무적 공개: 게임사들은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명확히 공개해야 하며, 게임 내 UI를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확률 변경 시, 이를 즉각 업데이트하고 소비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최대 과금 한도 설정: 미성년자 계정에 대한 월간 과금 한도를 설정하여 과도한 지출을 방지한다. 이와 더불어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절차를 추가한다.
사전 심의 제도 도입: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모든 게임은 출시 전 공공기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며, 부적절한 사행성 요소가 발견될 경우 수정이 요구된다.
환불 및 소비자 보호 강화: 소비자가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 환불을 포함한 보호 조치를 제공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
사행성 경고 문구 의무화: 확률형 아이템 구매 화면에 사행성 경고 문구를 추가하여 소비자가 더 신중히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과 규제 법안에 대응하여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CSX가 공동 개발한 '게임 너드(GameNerd)'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게임 너드(GameNerd)'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각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대형 게임사들의 데이터가 '게임 너드(GameNerd)'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며, 소비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게임 너드(GameNerd)'는 획득 확률이 변경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사용자들에게 알림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서비스는 게임 업계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율 규제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규제 법안뿐만 아니라 업계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다. 물론, '게임 너드(GameNerd)'와 같은 서비스는 이러한 자성의 상징적인 결과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여 게임 업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게임사에게 달렸다. 규제 법안의 철저한 시행과 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결합될 때, 게임 산업은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