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죠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들이 있다.
그런 날엔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어도 된다.
북쪽 출구를 빠져나오면 버스 터미널 너머로 오래된 골목 길이 열린다.
그 길은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를 지닌다.
토니스 피자는 그 골목 끝에 있다. 벌써 5년째 단골.
간판도 조용하고, 메뉴도 많지 않다.
마치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한 가게다.
처음 그곳을 발견했을 때 나는 피자를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어쩐지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을 뿐이다.
실내는 그리 밝지 않다.
빛이 있다고 말하기보다, ‘어둠이 완전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공간’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고 구석에는 ‘예약석’이라고 적혀있다.
공기에는 피자 도우의 냄새보다, 오래된 책장에 스며 있는 종이 냄새 같은 것이 떠다닌다.
그 냄새가 어쩐지 안심이 되어서, 나는 맨 안쪽 자리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토니스 피자에서는 기다림이 하나의 풍경처럼 여겨진다.
나도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오늘은 바깥 풍경이 바람에 흘려 그림 같네요.”
그 말은 피자 가게에서 들을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 장소에서는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기치죠지니까요.”
토니스 피자의 맛은 강렬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입 안에서 천천히 풀리다가 어느 순간 마음으로 옮겨간다.
그러고 나면, 오늘 여기에 와야만 했던 이유가 아주 싱겁게 드러난다.
이유라기보다 그냥 이 위치에 앉아 있어야 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맛은 오래되었지만 생생했고, 반대로 대화는 생생했지만 오래된 느낌.
이 정도면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