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s PIZZA

by Sam의 기억 궁전


기치죠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들이 있다.
그런 날엔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어도 된다.

북쪽 출구를 빠져나오면 버스 터미널 너머로 오래된 골목 길이 열린다.
그 길은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를 지닌다.


토니스 피자는 그 골목 끝에 있다. 벌써 5년째 단골.
간판도 조용하고, 메뉴도 많지 않다.
마치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한 가게다.
처음 그곳을 발견했을 때 나는 피자를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어쩐지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을 뿐이다.


KakaoTalk_20251129_140435987_01.jpg


실내는 그리 밝지 않다.
빛이 있다고 말하기보다, ‘어둠이 완전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공간’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고 구석에는 ‘예약석’이라고 적혀있다.
공기에는 피자 도우의 냄새보다, 오래된 책장에 스며 있는 종이 냄새 같은 것이 떠다닌다.
그 냄새가 어쩐지 안심이 되어서, 나는 맨 안쪽 자리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토니스 피자에서는 기다림이 하나의 풍경처럼 여겨진다.

나도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오늘은 바깥 풍경이 바람에 흘려 그림 같네요.”

그 말은 피자 가게에서 들을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 장소에서는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기치죠지니까요.”


토니스 피자의 맛은 강렬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입 안에서 천천히 풀리다가 어느 순간 마음으로 옮겨간다.

그러고 나면, 오늘 여기에 와야만 했던 이유가 아주 싱겁게 드러난다.

이유라기보다 그냥 이 위치에 앉아 있어야 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맛은 오래되었지만 생생했고, 반대로 대화는 생생했지만 오래된 느낌.

이 정도면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1129_14043598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데이터드리븐은 어렵고, 예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