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와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마케팅에서 인게이지먼트를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오래되었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 가장 자주 직면하는 문제는 “데이터가 없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가설을 세울 것인가”라는 지점이다.
브랜드는 매체마다 다른 신호를 쏟아내고, 사용자는 경로마다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캠페인의 목적은 순간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전한 모델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게이지먼트의 기본 단위를 횟수(Exposure Frequency)와 시간(Time-to-Engagement)으로 단순화하여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광고 효과 연구가 축적해온 ‘반복노출 효과(curve of diminishing return)’와 디지털 시대 이후 등장한 ‘시간 기반 기억 유지 모델(memory decay)’의 교차점에서 실용적인 힌트를 제공해준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원칙은 한 번의 접촉은 거의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하나의 메시지를 본 이후, 그것을 기억하거나 이해하거나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 고전적 브랜드 연구에서는 최소 3회 이상 노출되어야 인지가 안정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단순히 “3이 마법의 숫자여서”가 아니라 인간의 단기 기억이 자극을 구조화하는 과정이 반복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캠페인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발견되는데, 클릭률·전환률 모두 1회 노출과 2~3회 노출 사이에서 급격히 상승하고 이후 점진적 완만화되는 형태를 보인다. 즉, 초기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몇 번 보여줄까?”가 아니라 “사용자가 메시지를 내부화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반복 구조를 가져갈까?”이다.
그러나 횟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복노출의 효과는 시간에 강하게 의존하는데, 이는 심리학과 미디어 이론에서 다루는 ‘간격효과(spacing effect)’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같은 메시지를 5회 반복하더라도 그 노출 간격이 10분인지 24시간인지에 따라 학습·기억·행동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지나치게 짧은 간격은 사용자가 정보를 통합하기 전에 흘러가도록 만들고, 너무 긴 간격은 처음의 자극이 사라진 뒤 다시 새롭게 시작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인게이지먼트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횟수 × 시간'의 조합을 최소 단위의 가설로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치 캠페인을 진행할 때 ‘3일 안에 3회 접촉’이라는 단순한 규칙을 만들어 실험을 시작할 수 있고, 이후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쌓이면 그 간격을 48시간 또는 72시간으로 조정하여 최적점을 찾아갈 수 있다.
한 가지 경험을 예시로 들면, 몇 해 전 내가 일본에서 한 글로벌 서비스의 초기 시장 검증 단계 UA 매체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예산이 제한적이어서 성과 지표를 기민하게 확보해야 했지만, 브랜드 인지 자체가 거의 0에 가까웠기 때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사용자 행동을 설명해야 할지 가이드가 부족했다.
초기에 모든 매체는 1회 리치 중심으로만 노출을 확보하고 있었고, CTR과 전환율은 기대보다 크게 낮았다. 그래서 “72시간 안에 최소 2~3회 노출된 사용자군은 행동 전환이 높을 것이다”라는 아주 단순한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을 맞추기 위해 일부 매체의 빈도를 조정하고, 크리에이티브의 로테이션을 늘리고, 동일 사용자에게 일정 간격으로 다시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더니 놀랍게도 약 10일 안에 데이터가 분명하게 갈라졌다. 단 한 번 본 사용자군의 전환률 대비, 3회 이상 노출된 사용자군의 전환률은 2.4배 가까이 상승했고, 재방문률 역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전체 퍼널 설계를 이 가설에서 시작해 매체별 최적 Frequency Cap과 시간 간격을 미세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아무 데이터도 없던 캠페인이 '횟수 × 시간'이라는 단순한 실험 규칙 하나로 구조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연구의 한계는 존재한다.
인지가 형성된 이후의 전환 과정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적용되는것 같다. 사용자는 '인지 → 이해 → 관심 → 행동'으로 이동하는데, 각 단계 간 전이율은 단순한 메시지 품질보다 반복과 시간 간격에 더 민감하다. 여러 발표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패턴은 '인지 발생까지의 노출은 최소 2~4회, 관심 전환까지는 총 6~8회 수준'이라는 범위인데, 이는 자극에 대한 기억 강화와 비교 대상 탐색의 시간이 실제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앱 설치나 회원가입처럼 ‘즉각적 보상이 없는 행동’에서는 시간 기반 설계가 필수적이다. 사용자는 첫 접촉에서 바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자극이 주어졌을 때 행동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Time-Lagged Engagement라고 부르며 여러 퍼포먼스 캠페인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데이터가 없는 초기 상태에서는 이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가설 → 실험 → 보정’의 구조가 필요하며, 나는 항상 리치 기반 가설 설정(Reach-Led Hypothesis)을 최우선으로 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KPI를 전환으로 두지 않고, 인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노출 구조를 우선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예시를 들면 '3일 이내 3회 노출이 인지 형성의 최소 조건'이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사용자군과 충족하지 못하는 사용자군의 행동 차이를 비교해 보는 방식이다. 이후 전환까지의 추가 노출 횟수와 간격을 조정하여 퍼널 전체를 데이터 기반으로 확장해갈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게이지먼트 데이터 드리븐 전략은 복잡한 대시보드나 정교한 모델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용자는 이 메시지를 몇 번, 어떤 시간 간격으로 보아야 이해하거나 기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최초의 실험은 아주 단순한 규칙으로 구성되며, 이후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그 규칙은 정밀하게 수정되어간다. 인게이지먼트란 결국 사용자의 시간을 설계하는 과정이며, 그 시간의 구조를 주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데이터 기반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데 도움 받은 남의 연구들
Krugman, H. E. (1972). “Why Three Exposures May Be Enough.”
Effective Frequency: The Relationship Between Frequency and Advertising Effectiveness.
Tellis, G. (2004). Effective Advertising.
AppsFlyer Performance Index & Retention Reports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