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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Jan 15. 2023

친구를 만나러 부산으로 가요

첫 모녀여행에 숨은 진실



"너랑 나랑 둘만의 첫 번째 여행이야."

"어쩐지 어색하더라."

"아, 어색했어?(나만 어색한 건 아니었군)"

"아,  아니엄마. 그냥 처음어서 그런가 봐."


 아이가 어려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데리고 다닐 만큼 커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그랬나 보다. 아이가 10살이 되어서야 단둘이 첫 번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부산은 남편의 고향이다. 시부모님이 현재 부산에 살고 계신 것은 아니지만 명절이면 늘 부산에 사시는 시할머님을 뵈러 가야 했기에 부산이라는 도시는 나에겐 시댁이나 다름없다. 친구들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부산여행을 즐겼지만 나는 여행 동참 권유에 철벽을 치곤 했다. 그런데 아이와의 첫 여행지가 부산이라니.


 사실 나는 친구를 만나러 부산에 간다. 수영이와 나는 초, 중, 고등학교 동창이다.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지만 중학교 3학년때부터 학원을 같이 다니며 친한 친구가 되었다. 서로 소개팅을 시켜주며 대학생활까지도 소원하지 않게 나름 잘 지냈다. 그런 그녀가 25살의 나이에 만난 남자와 26살 초여름 결혼을 했다. 수영이가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고 뒤이어 내가 27살에 결혼을 했다. 몇 년 뒤 뒤따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수영이 생각이 많이 났다. 이해해 주는 친구도 없이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키우며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친구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지 못하고 공감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았다. 사는 지역도 달라져 이젠 일 년에 한두 번 수영이가 서울로 올라올 때만 겨우 만나는 내 소중한 친구다.



 수영이가 나에게 '한 번 놀러 와!'라고 할 때마다 '나에겐 시댁'이라는 핑계로 미루곤 했다. 그러다 이번에 아이의 방학과 남편의 출장이 맞물리자 수영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결심이 섰다. 친구의 일정만 확인하고 바로 기차표를 예매했다. 부산에 간다는 내 말에 '대박사건'이라며 설렌다는 수영이의 연락을 받으니 오래 기다렸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양가 어르신들께는 비밀로 하고 떠난다. 둘이 부산을 다녀오겠다고 하면 친정엄마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걱정시킨다. 네 아빠를 어쩜 그렇게 닮았니.'라고 말씀하실 것이 빤하다. 안 들어도 될 말까지 들어가며 여행 가기 전부터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시부모님은 '부산에 온다니 우리가 그리로 가마.' 하실 것이다. 친구와의 짧은 일정에서 시부모님을 뵙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된다 생각하니 솔직히 부담스럽다. 이번엔 심플하게 수영이만! 민이도 많이 커서 이런 나의 고민을 이해해 준다. 비밀여행이라니 더 재밌어한다.


 온전히 수영이를 만나러 부산에 가고 싶다. 맛집도 필요 없고 바다도 괜찮다.
시댁에 간 김에 수영이를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수영이를 만나기 위해 가는 부산 설렌다.



부산에 가겠다고 말한 그날부터 5일에 한 번씩 그녀에게서 카톡이 온다.


'소민이 뭐 잘 먹어?'

'해운대 해변기차 타보면 좋을 것 같아.'

'광안리 소품샵 가보는 건 어때?'



수영이만 믿고 아무 계획 없이 간다. 무엇을 먹지, 무엇을 하든지 다 좋을 것 같다. 그녀와 더불어 이젠 우리의 아이들까지 함께다. 덤으로 딸과의 첫 모녀여행이 되었으니 일석이조다.






여행에 동의해 주고 비밀까지 지켜주는 이번엔 내편인 남편 고마워!


도착하자마자, 내 마음과 딱 들어맞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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