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글을 a4용지로 1 페이지에서 2페이지가 넘지 않는 정도의 분량으로 쓰라고 했다. 그래서 매번 발행하기 전에 내가 쓴 글의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내가 글을 쓸 때 주로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폴드 3 핸드폰의 화면을 펼쳐놓고 대략 40줄 정도의 분량으로 써서 발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분량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글쓰기를 힘들게 느껴지게 했다. 글쓰기를 멈추게 만들어버렸다. 아니, 글을 쓰기는 썼지만 내가 정해놓은 분량을 채울 수 없어서 마무리짓지 못하고 쓰다만 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발행하시는 작가님들 중에 짧은 글을 짓는 작가님들이 계시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 중에서 짧은 글을 읽을 때면 혼자서 '저 작가님의 글은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짧던 길던 발행을 꾸준히 하시는 작가님들을 부러워했다. 글쓰기에서 분량을 채운다는 것은 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왜 그 분량이라는 것에 매여서는 혼자서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영을 배울 때 강사님이 팔을 접어 돌리라고 하면 팔을 접어 돌려야 하고, 팔을 펴고 돌리라고 하면 팔을 펴고 돌려야 한다. 수강생들 중에는 강사님이 시범을 보여주는 대로 곧잘 따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대로 하지 못하고 헤맨다. 팔을 펴라고 했는데 접기도 하고, 호흡을 왼쪽으로 하라고 했는데 오른쪽으로 한다. 배운다고 바로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배웠으니 배운 대로 그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는 왜 이렇게 이 동작이 안되지'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자유수영이 재밌는 이유는 강습 때 배운 것을 생각하면서 내 페이스대로 수영할 수 있어서다. 잘 안 되는 자세를 반복해서 연습하기도 하고 더 잘하고 싶은 영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도 한다. 꼭 어제 배운 대로 수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함께 하는 수영장 친구들과 서로의 실력 향상을 응원하며 웃으며 수영한다. 배운 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수영이 그래서 재밌다. 배운 대로 그대로 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수영 실력은 향상된다. 글쓰기도 그런 것일까.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시작해서도 끝까지 파고들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대학교 때 과제 기한 내에 리포트를 내야 할 때는 꼭 마지막날에 밤을 새워서 겨우 내곤 했다. 물론 늦게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배웠는데 배운 대로 하지 않고 다르게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그들도 배운 대로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의 나처럼.
강박에서 벗어나서 마음대로 글쓰기를 해봐야겠다. 짧게도 쓰고 길게도 쓰고. 일기도 쓰고 편지도 쓰고. 작가님들과 댓글소통도 하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가 다시 재밌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