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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Apr 29. 2023

너랑 나 둘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자.

내 꿈



 계절의 변화, 공기의 온도, 자연의 냄새를 맡고 느껴야 하는 나라는 여자사람은 그 모든 걸 모르겠고 알려줘도 도통 모르겠는 남자사람을 남편으로 만나, 안타깝게도 그와 똑 닮은 딸을 낳았다고 한다.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오로지 가야 할 목적지와 달리는 속도에만 관심 있는 그의 옆에서 나는 저기 꽃 좀 보라며, 저기 하늘도 좀 보자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도 옆에서 시끄럽게 조잘대니 한 번 쓱 봐주고는 '그래, 꽃이네. 그래, 하늘이 높네.'라는 그의 말은 이내 내 입을 굳게 다물게 했다. 그렇게나 다른 우리는 여전히 다르지만 그러려니 하고 살아간다. 문제는 날 닮은 딸이길 원했던 내 딸이 그를 너무나 닮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내 감성을 닮지 않은 것도 모자라, 집돌이라는 그의 성격조차 닮은 내 딸은 언제나 집에 머물고 싶어 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셔 답답해하는 나는 쓰레기라도 버리러 바깥을 나가야만 한다. 바깥공기를 쐬야 살아있는 것 같고 바깥바람을 맞아야 얼굴에 생기가 돈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야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그에 반해 남편과 내 딸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 쉼을 가장 즐긴다. 일정 없는 주말이면, 그 둘은 꽁냥꽁냥하며 냉장고를 털어 간식을 찾아 먹고 텔레비전 보거나 잠을 잔다. 그러는 사이 나는 바깥에 나가 뛰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오는 나를 보는 그들의 눈빛은 흡사 외계인을 본 듯하다. 


 



"엄마에겐 꿈이 있어.  딸이랑 자전거 타고 달리는 거."



 딸 가진 엄마인데도 홀로 외로울 수는 없었다. 비밀작전에 돌입했다. 아직은 날 많이 사랑해 주는 딸에게 꾸준히 이야기했다. 너와 내가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에서 출발해서 호수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게 엄마의 꿈이라고 말이다. 그러려면 일단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고, 자전거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그렇게 수년간,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딸아이에게 내 꿈을 전했다.



 작년, 아이의 생일선물로 키에 맞추어 바꿔준 자전거는 기어변속이 가능한 자전거였다. 물론 내 의지로 바꾸어주었다. 성인이 타기에도 무리 없는 자전거다.  곧 함께 자전거를 탈 날이 오겠구나 싶어 설렜다. 하지만 막상 큰 자전거를 다루기가 힘에 부친 딸아이는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내가 성급했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1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올봄부터 아이는 자전거 타는 연습을 틈틈이 하더니 제법 잘 타게 되었다. 이제 됐다. 내 꿈을 이룰 수도 있겠다. 급히 자전거를 한 대 더 구입했다.  





"엄마! 이따 저녁에 나랑 자전거 타러 나가자!"
"그래. 좋아~!"



 딸이 먼저 바람을 가르고 나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발을 굴러 앞으로 달려 나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뒤따라 달린다. 딸은 앞서 걷는 사람에게 벨을 울려 자전거가 지나감을 알리기도 하고 내게 방지턱 조심하라는 주의도 준다. 잠깐 멈춰서 뒤따라오는 나를 확인하더니 이내 다시 달린다.


 뒤에서 아이가 가는 길을 응원하며 지켜보고 아이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게 부모의 역할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 내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멈추어서 길을 찾을 때면 나 또한 멈추리라. 아이보다 앞서지 말자 다짐해 본다.


생각보다 찬 바람에 점퍼도 입지 않은 아이가 감기에라도 걸릴까 걱정되지만 얼른 그 생각을 털어버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가 기다려온 그 시간이 아닌가.


딸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꿈. 꿈이 이루어졌다.  








여보, 내겐 새로 생긴 꿈이 있어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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