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의 친구가 놀러 왔다.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달라진 학원 시간표로 평일엔 도통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는데, 연휴에 두 집 다 '집콕'하는 일정이라 미리 날을 정했었다.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오후 내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엄마 최고!!"
인심 쓴 덕분에 아이에게 찬사를 들었다. 이렇게 아이가 표현해 주니 나도 친구를 초대해 줄 맛이 난다. 친구가 오기로 한 오후 3시까지 아이는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피아노 숙제도 미리 해놓고, 방정리도 알아서 했다. 친구 초대의 이점이다.
오랜만의 만남에 어색할까 했던 걱정은 이내 내려놓을 수 있었다. 선생님놀이, 탐정놀이, 보물찾기 등을 하며 신나게 놀던 아이들. 슬슬 배가 고픈 모양이다. 이른 저녁시간이긴 했지만 다음날은 학교에 가는 날이니 늦어도 8시에는 헤어지려면 얼른 저녁을 먹고 조금 더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경험상 그랬다. 저녁 먹자마자 헤어져야 한다고 하면 몇 시간을 놀아놓고도 조금도 놀지 못한 아이들처럼 아쉬워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저녁메뉴를 물어보니 오늘은 맘스*치 치킨이 먹고 싶으시단다. 가스레인지 안 켜도 되고 배달시키면 되니 흔쾌히 그러자 했다. 배달 앱을 열어 생각 없이 주문하려다가, 배달비에서 멈칫했다.
한집 배달, 배달비 5,000원.
평소 2,000원에서 3,500원 정도의 배달비로 이용했었는데, 5,000원은 멈칫하게 하는 금액이다. 차를 가지고 픽업을 다녀올까, 다른 곳에서 치킨을 주문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짹짹거렸다. 30분 내로 배달이 왔으면 좋겠는데 한 집 배달은 5,000원으로 비싸다. 일반 배달은 3,500원이긴 했지만 45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차를 가지고 가기에도 애매한 거리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가서 치킨을 픽업하고 다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는 시간만 해도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럼 자전거로 다녀와볼까?
요즘 자전거 타기가 재밌다. 오늘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비 온 뒤 흐린 날씨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면 30분 이내로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포장으로 주문을 하고 자전거를 끌고 달려 나갔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동네언니를 만났다.
"어디가~~?"
"배달이요! 치킨!! "
말해놓고도 웃음이 나왔다. 배달을 간다니. 혼자 실실 웃으면서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습기 머금은 바람이지만 온도가 높지 않아 시원했다. 아, 좋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시간, 15분도 되기 전에 도착했다. 들고 가기 좋게 비닐봉지에 포장된 치킨을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15분 걸렸다.집을 나선 지 30분도 안되어 치킨을 픽업해서 자전거에 싣고 돌아왔다. 운동도 하고, 배달비 5,000원도 아꼈다. 치킨을 샀으니 분명 소비를 한 것인데,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얘들아, 아줌마가 자전거로 치킨 가지러 다녀왔거든? 5,000원을 벌었지 모야!!"
번 돈이 어디 있냐고 아이들이 물었다. 진짜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운동도 하고 5,000원도 아끼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아이가 어리고 학원에 많이 아니지 않아 외벌이로도 그냥저냥 살 만하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원할 때 학원을 보내려면 돈이 더 필요할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라며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자전거 배달도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생각뿐이지만 조만간 실행해야 할 시기가 오겠지.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한 시간 넘게 더 놀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약속했던 8시가 되자 아이들은 놀이를 멈추고 쉽게 헤어졌다. 예상이 적중했다. 아이는 친구랑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에 아쉬움 없이 연휴의 마지막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