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집은 지금 나에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집에 가면 할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건조기에서 꺼내어 놓고 개지 못한 빨랫감, 식기세척기 안에 건조된 그릇들, 식탁 위 아침 식사의 흔적, 침대 위 헝클어진 이불, 물자국 가득한 화장실, 거실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의 따스함이 무색하게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먼지.
운동 후 개운하게 씻고 나와, 수영장 2층 카페에서 라테 한잔을 마시며 물멍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끄적이는 시간이 지난 시간 동안 나만의 힐링타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영장에 다니는 많은 분들과 안면이 트이고, 이렇게 저렇게 삼삼오오로 만들어지는 모임들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수영장카페에는 혼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도 수업이 끝난 후, 여러 무리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만히 앉아 지켜보았다. 그들이 2층 카페로 향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지만 여지없이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애정하는 수영장은 물속에서의 시간에 만족해야겠다.
오늘은 기필코 혼자이고 싶기에, 자전거에 올라타고 머리를 굴렸다. 어디로 갈까. 커피 맛도, 휴식도 보장해 줄 한 카페가 생각났다. 그래서 지금 와있다. 고소한 라테, 새가 지저귀는 소리, 따뜻하고도 시원한 바람, 마음에 쏙 드는 음악, 살짝 흐린 하늘까지.
행복하다. 감사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며 이렇게 내 마음을,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밸런스가 깨졌다. 저녁시간부터 잠들기 전, 체력이 소진된 채로 짜증과 무표정, 무응답으로 '좀 쉬자, 빨리 자라'만 외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고서야 깨달았다. 소중한 내 아이와 남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건, 내 삶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함을 머리로는 늘 알고 있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계속 쓰긴 했는데 집중하며 앉아있을 시간이 모자라니,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매일 운동하는 근육은 생겼는데, 글쓰기와 책 읽기는 아직 멀었나 보다. 아이가 하루의 일과동안 해내야 할 'To do List'를 작성해 놓고 요즘 친구들과 노느라 잘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잔소리를 퍼부었는데, 사돈 남 말했다.
다시 내일부터 4일간의 연휴다. 6월 5일은 재량휴업일로 학교에 가지 않아 현충일까지 연휴가 주어졌다. 4일 동안 휴식하며 재정비를 해야겠다. 잘 먹고, 잘 쉬어야지. 오늘의 이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반성의 시간이 없었다면 4일 동안 애만 잡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