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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Dec 20. 2022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남편 흉보기로 시작해서 글쓰기에 대한 각오로 끝나는 글



"글 안 써? 다음 글 기다리는 구독자 생각은 안 해?"


 글을 쓰는 게 쉬운 줄 아나. 나처럼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 시간 조절 감정 조절 필력 그 어떤 것 하나 갖추지 못한 모든 것이 부족한 브런치 작가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과연  될 말인가? 말이야 방귀야 똥이야. 이 모든 마음의 말을 담은 표정을 지어줬다.


 남편은 내 표정을 보고는 실실 웃으며 또 말한다.


"너 요즘 나한테 스트레스 푸는 거 재밌지?"


 저기요. 이서방님.  지금 저는 진심으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났거든요? 제가 쓰기 싫어 안 씁니까. 메모장에는 마무리되지 못한 글들이 넘쳐나고,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없는 글들이 서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저라고 발행을 안 하고 싶겠습니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발행을 하고 싶습니다만.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방금 당신이 내뱉은 그 똥덩어리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합격시켜준 딱 1개의 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소위 말하는 떡상을 이루어냈고 (다음 메인에 여러 날동안 노출되었다.) 육아의 시간 동안 합격할 일이 딱히 없었던 터라 그 무엇보다 큰 성취감에 자아도취되어 몇 주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던 2022년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해낸 2022년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큰 사건이었다.



 여기에서 덜컥 겁이 나는 거다. 2023년에는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고, 꾸준히 글을 써서 브런치 작가로서의 활동 또한 이어나가야 하며 퍼스널 브랜딩을 해냄까지 목표해야 하는데 멀리 생각하니 도망치고 싶다. 어쩌다 운 좋게 첫발은 내디뎠는데 그다음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시작은 잘하는데 마무리는 잘 안 되는, 그래서 시작하는걸 두려워하던 내가 어찌어찌 용기를 내어 시작은 해냈는데 다시 도돌이표가 되는 건가 싶은 불길한 생각들이 엄습한다. 매일 브런치에서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글과, 브런치 홈과 발견 카테고리의 글들을 짬짬이 보고 있다. 읽을수록 자신감은 사라진다. '아직은 글을 쓰기보다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인풋이 차고 넘쳐야 글이 나온다던데.' 하는 글쓰기를 멈출 이유만 생각난다.



'잘 쓰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잘 쓰고 못 쓰고에 신경 쓰지 마세요.  잘 쓰려고 노력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며칠 못 가 그만두게 됩니다.'

<오후의 글쓰기> 이은경 지음,  p117



 멈추자. 생각을 멈추어야겠다. 생각을 멈추고 글을 써야겠다. 글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쌓으며 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쉽게 읽히는 글이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부족하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수줍게 웃으며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JTBC 멜로가 체질(2019) 6화,  주인공 진주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





드라마 작가가 되어 내가 쓴 글이 드라마 제작되 꿈도 감히 꾸어본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지 않던가.



안녕하세요. 드라마 작가 샘이입니다.








비틀거리며 귀가한 남편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옛다,  읽고 자라."


핸드폰을 되돌려주며 그가 말한다.


"재미없다."




싸우자는 건가. 상대하기도 피곤하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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