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성탄절 구제봉사를 앞둔 이브 저녁이었다. 5살이었던 소민이와는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였으므로 근처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사 와서 조촐한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치킨, 순대, 그리고 소민이가 고른 꿀떡. 꿀떡이 문제였다. 추운 겨울날 살짝 굳은 꿀떡을 먹고 심하게 체한 소민이는 밤새 이불 4개를 버리는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성탄예배는 물론이거니와 봉사, 저녁식사모임까지 모두 참석할 수 없었다. 우리 세 가족은 밤새 이불을 빨고 소민이의 토사물을 닦아내야 했다. 커튼 한 번 열어젖히지 않고 이불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주었다.
2018년 크리스마스
3년 전,
성탄예배도 구제봉사도 무사히 마침을 감사하며 친정 식구들과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착하자마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맡은 베트남 땅의 향신료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는지 호텔 로비에 구토를 시작으로 소민이는 밤새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다행히 하노이에는 한인병원이 많았다. 급히 찾아간 병원에서 B형 독감진단을 받았다.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먹으며 5박 6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겨울에만 두 번째 걸린 독감이었다. A형, B형독감을 번갈아 한 번씩 한 계절에 모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 베트남 하노이
2년 전, 1년 전,
지난 두 해 동안은 코로나19로 교회 갈 일도 여행 갈 일도 없었기에, 무사히 집에서 온라인 성탄예배를 드리며 잘 지나갔다. 교회는 갈 수 없었지만 감사했다.
2022년,
당장 코앞에 닥친 성탄절을 앞두고 과연 이번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중이었다. 코로나19가 7차 유행 중이고 계절성 독감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 추운 날씨임에도잘 피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아뿔싸. 올 것이 왔구나. 네 놈이냐 네 놈이냐.
"엄마 코로나에 걸리면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잖아. 나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이 귤은 달달하면서 셔."
아직 입맛이 살아있다 하니 이만하면 감사한 크리스마스로 생각해야 될까.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아침에 병원부터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