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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 Jun 27. 2019

순미의 스페인 여행: 출발

순미의 스페인 여행: 02화



*엄마미는 엄마를 부르는 저만의 애칭으로 친근함을 잘 드러 내고자 제 글에 그대로 실었습니다.





출발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사실 여행 전 엄마미와 결혼 문제로 박 터지게 싸우고 냉전 상태에 있었고, 여행 가기 전날까지 "일정이 너무 길어 줄이자!"라고 이야기하는 엄마미의 이유가 고작 아빠랑 남동생 밥 때문이라는 사실에 맘 상해 있었다. 엄마들은 어디 갈 때마다 "아빠 밥은?" "동생 밥은?" 아니 "다 큰 어른이 왜 혼자 밥을 못 해먹는 거죠?"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엄마미 귀에는 1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엄마미는 미리 찌게며 국이며 반찬이며 이것저것 만들어 냉장고에 쟁여 놓고 여행 가기 하루 전날 것도 저녁이 돼서야 딸네 집으로 오셨다. 심지어 정작 본인 짐은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인 양 싸왔다는 거다. "엄마 옷만 20벌 가까이 싸온 거야?" 심지어 스카프는 5개나 챙겨 오셨다. 진짜다. 엄마미 캐리어에는 옷밖에 없었다. 언밸런스하게 여분의 신발은 한 켤레밖에 안 챙겨 오셨다. 그리고 커피포트. 이건 "엄마 유럽 호텔에는 커피포트 없는 곳이 많아."라고 해서 챙긴 것 중에 하나였다. 결국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며 몇 시간 동안 엄마미의 짐을 다시 싸야만 했다. 나이가 먹으면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뀐다더니, 어릴 때 엄마미가 내게 해주던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자유여행


20대 때는 주요 도시를 돌며 도장 깨기를 하는 게 좋았고 '본 건 딱히 없으나 어쨌든 많은 나라를 가봤다.'라고 자랑을 하는 게 좋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한 나라에 진득하게 머물며 여유를 만끽하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도 스페인에서 진득하게 머물며 스페인 자체를 느끼고 싶었고, 패키지여행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엄마미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한 루트는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마드리드에서 끝나는 바르셀로나 in 마드리드 out의 일정이었다. 바르셀로나(5박 5일) -> 팔마데마요르카(3박) -> 세비야(3박) -> 마드리드(2박) 순서로 스페인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 요량이었다.

#항공권


2019년 3월에 떠나는 비행기 표를 2018년 10월에 예매했다. 비행기 표를 언제 예매하는 게 시기적절 한지 이건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아직까지 숙제 같다. SNS에서 출발 4개월 전이 제일 저렴하다는 팁을 본 적이 있는데, 델*항공을 제외하고는 출발 4개월 전에 올랐으면 올랐지 가격이 내려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확실한 건 내가 예매한 스페인 왕복 항공권은 정말 저렴했다는 거다. 매일 티켓 예매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체크한 보람이 있었다랄까? 뭐든 부지런하고 볼일이다. 티켓이라는 게 저렴한 것 같은데, 이것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가만히 있다가  보면 하루 사이에 10만 원이 오르기도 하고 1000원이 떨어지기도 하더라. 결국은 타이밍 싸움인데, 이번엔 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티켓팅을 많이 하면서 내가 확실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 팁은,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분들 중 어느 도시를 먼저 구경하던 상관없다면, 결제를 하기 전 동일한 날짜에 도시를 바꿔 검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왜냐면 in out이 어디냐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이탈리아항공


내 나이 만 22세 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자 혼자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인터넷상에도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 공항에서 길을 잃어버릴까? 제대로 비행기나 탈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당연하다는 듯 국적기로 티켓팅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주 왕복 비행기 표를 인*파*에서 120만 원대에 예매했으니 진짜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이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무조건 국적기 티켓만을 알아본 건. 사실 엄마미를 배려해서 국적기를 살짝 고민했었지만, 외항사들은 정말이지 국적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양한 장점들을 갖고 있다. 사실 승무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보다 더 걱정을 했던 부분은 경유를 할 때 피곤해 하시지 않을까?였다. 그럼에도 로마를 경유하는 알이탈리아 항공 티켓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1인당 54만 원대로 저렴한 가격대에 나와 있는 이 티켓을 놓치기 아까워서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있었다. 경유를 하는 대신에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건 어떨까? 저렴한 가격에 티켓팅을 했기에 손해 본다는 생각은 없었다.



#비딩


알이탈리아는 비딩 즉, 경매 시스템이 있다. 이코노미나 프리미엄 이코노미(이하 프이코)로 티켓팅을 하고 프이코나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일정 금액을 걸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다. 알이탈리아는 어떤 경로로 티켓을 구매하던 관계없이 비딩에 참여 가능하다. 항공사마다 비딩 규정이 다른데 모 항공사는 모*투어, 인*파크 같은 대행업체에서 구매한 티켓으로는 참여하지 못하게 막아 두었다고 한다. 나는 인천 - 로마, 로마 - 인천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두 구간에 참여를 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갈 땐 실패하고 올 때는 프이코로 타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올 때 프이코에 빈 좌석이 좀 있더라. 두 구간 다 1인당 175유로(= 235,000원)로 참여했는데, 갈 때는 더 많은 금액을 걸어야 했고 올 때는 더 적은 금액을 걸었어도 됐다는 뜻이다.



#스낵바


내가 외항사를 이용할 때 정말 좋아하는 시스템 중에 하나는 승무원을 불러서 요깃거리를 주문하는 게 아닌 맘 편하게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스낵바 시스템이다. 기내식을 즐겁게 먹었다.라던가 전부다 먹어 치웠다. 같은 기억은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기내에서 간식을 먹는 일은 너무 즐겁다. 알이탈리아 항공은 샌드위치와 과자 그리고 음료가 스낵바에 있었는데, 엄마랑 어찌나 신나게 가져다 먹었는지, 삼삼한 맛의 과자가 엄마랑 내게 정말 취향 저격이었다. 게다가 비건을 위한 과자도 있다니. 몇 개를 안 먹고 챙겨 스페인에 가져가서까지 먹었으니. 세보 지는 않았지만 우리 도대체 몇 개를 먹은 걸까? 모 항공사는 *라면 컵라면도 스낵바에 있다고 하는데 채식주의자인 나야 당연히 먹을 수 없겠지만, 엄마미에게는 소개해 주고 싶달까? 기회가 된다면 *라면 컵라면이 스낵바에 있는 항공사도 이용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미 내 몫까지 가져다 먹을지도?

우리 모녀는 배불리 이탈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글, 사진, 그림: 딸 새미

Daily insta @coco._.sammy

Portfolio blog /illustrator_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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