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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Mar 12.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3.04(월)~2024.03.09(토)

2024.03.04 (월)

나는 이케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집을 정돈하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 걸 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 혼자 간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늘 동생이나 엄마와 동행했었는데, 오늘은 혼자 가보기로 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혼자 구경하니, 그것도 여유롭고 재미났다. 사실 오늘 이케아에 갔던 이유는, 사고 싶은 제품이 있는데 내가 주로 가던 지점에서는 계속 품절이라 그 제품이 있다고 하는 지점을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그 물건도 아이를 위해서 사는 것이었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이케아를 와서 많은 물건들을 구매했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물건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부이기 때문에, 가사도구를 사면 내가 주 사용자 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물건이 나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가사'일을 할 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나를 위한 '내' 것을 한 번 사 보기로 한다. (비싼 것은 말고ㅎ)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손이 달린 하트모양) 쿠션도 사고, 싱그러운 초록빛이 좋아 식물과 화분을 하나 샀다. 각각 만원도 안 하는 물건들이었지만, 그저 내가 좋아서 나 좋으려고 샀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가족들을 위한' 가사노동을 주 업으로 하고 있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서' 할 때도 필요한 것 같다. 


2024.03.05 (화)

난 주부이지만, 집안일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제법 '성취주의자'인 데다가 반복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집안일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완성해 낸다기보다는 해도 티 안나는 똑같은 일을 매일매일 반복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집안일이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집안일을 하게 된 지 나름 7년 차 정도 되다 보니, 내 나름대로 그 안에서의 소소한 재미들을 발견해 가는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정리 정돈에서는 그렇다. (요리는 아니다.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안 하고 살고 싶다.) 내 나름대로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고민도 해보고, 이런저런 시도들 해보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그러다가 꽤 괜찮은 방법을 찾기도 하는 것이 나름의 재미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름대로 그 방면에서는 노하우도 생기고 해서 제법 '잘' 하는 일이 되다 보니, 재미가 붙은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사실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북쪽에 있는 아이방은 늘 춥다. 보일러를 틀어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을뿐더러 난방비가 무서워 내내 틀어둘 수도 없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놀이매트를 생각하게 됐고, 크기와 질과 가격이 적당한 카펫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파는 곳을 찾아가 사다 깔았다.> 던 지.... <부엌 주방가전들이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콘센트는 한 군데에만 있어서 전선들이 영 정리가 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어떤 전선이 어느 주방기구 것인지 헷갈렸었다. 전기절약을 위해 개별 콘센트를 쓰면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싶어 고심하다가 개별 멀티 콘센트에 이름표를 붙여 구분하고 콘센트 정리함을 이용해 긴 전선들을 가리는 방법으로 정리를 했다.> 던 지 하는 것들이다. 크게 티가 나는 일들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불편함을 느끼던 부분을 나름대로 개선했다는 것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집안일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 노고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가족구성원들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나 스스로 즐거워해야지 싶다. 어떤 일이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중요한 작업인 것 같다. 그래도 집안일은 재미없을 때가 많고 하기 싫을 때가 대다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이런 소소한 즐거움들을 잘 찾아갔으면 싶다. 


2024.03.06 (수)

아침 8시, 나보다 먼저 일어난 여름이가 안방 침대 위에 서서 놀고 있었다. (나랑 가을이는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름이가 "나 방귀 뀐다!" 하는 게 아닌가? 이게 갑자기 뭔 소린가 싶기도 하고 또 무슨 장난을 치는구나 하면서 쳐다봤다. 그런데 여름이가 "기다려~"하더니 진짜로 방귀를 뽕~! 하고 뀌는 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뭐얔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방귀를 그렇게 타이밍에 맞춰서 뀐다고?ㅋㅋㅋㅋㅋㅋ 두 돌짜리가?ㅋㅋㅋ 진짜로 뀔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터라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막 웃었더랬다. 가을이와 나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일까? 여름이는 앵콜방귀를 도전했다. "다시 해볼게~ 기다려~"라고 하더니 엉덩이에 힘을 주던 너ㅋ 에이 설마 ㅋ 한 번 우연히 그렇게 할 순 있어도 또 뀌지는 못하겠지 하면서 쳐다보는데 아이는 정말로 두 번째 방귀를 뽕! 하고 뀌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찌나 신기하고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 나는 또 막 웃음이 터졌다 ㅋㅋㅋㅋㅋㅋ 어른도 연속 두 번 그렇게 멘트하고 방귀 뀌기 쉽지 않지 않나?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부터 나는 크게 웃었다. 네 덕분이다. 방귀로 웃기는 두 살짜리라니(만 2세, 한국나이 4살) ㅋㅋㅋㅋㅋㅋ아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걸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인데, 네 덕에 오늘은 너무 즐겁게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웃기다 ㅋㅋㅋㅋ 아 김여름 ㅋㅋㅋㅋㅋㅋ넌 정말 재밌는 아이야 ㅋㅋㅋㅋ


2024.03.07 (목)

오늘은 여름이에게 배변훈련을 위해 팬티를 입히기 시작한 지 딱 2주가 되는 날이다. 처음 하루이틀은 팬티를 입고서도 기저귀를 입고 있는 것처럼 편하게 볼일을 보기에 당황했었더랬지만, 아이는 팬티에 볼일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찝찝하다고 확실히 느꼈던 건지 금세 적응을 해서 절대 팬티에 누지 않고 쉬 마렵다고 표현하면서 변기에 가서 볼일을 보았다. 소변은 하루이틀 만에 금방 적응을 했지만 대변은 아니었다. 앉아서 싸는 것이 영 어색하고 이상했는지 아이가 배가 아프다 그래서 변기에 앉혀줘도 변기에 응가를 하기가 무섭다고 하며 누지 않았다. 아는 언니에게 들으니 아이들은 대변을 보는 것이 자기의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이 느껴져서 무서워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 말이 더욱 이해가 되기는 했다. 기저귀에 싸면 몸 밖으로 나간 똥이긴 해도 여전히 몸에 붙어있는 느낌인데, 변기에 싸면 정말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는 이해고, 문제는 아이가 변을 참는 것 같다는 데 있었다. 배가 아프다고 (똥이 마렵다는 표현 같다.) 하면서도 자꾸만 똥을 싸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틀 전에 마트에 갔을 때 아이가 미니카를 사달라고 하는 것을 거절하면서, 변기에 응가를 하면 원하는 미니카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이틀 동안 나는 계속해서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변기에 응가하면 자동차 사준다는 약속을 상기시켰다. 아이는 자동차는 갖고 싶지만, 변기에 싸기는 싫어했다. 한 번만 변기에 싸는 경험을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한 번을 아이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은 아이가 대변을 보지 않은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꼭 싸야 할 것 같은데, 자꾸만 변을 참는 것 같은 아이가 나도 영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아이가 (밤에는 기저귀를 하기 때문에 아침에 기저귀를 차고 있었는데) 배가 아프다더니 엉덩이를 내밀며 힘을 주는 것이었다. 아! 똥을 싸려는구나! 싶어서 나는 얼른 기저귀를 벗겨서 아기변기에 앉혔다. 막 누려는 그 순간에 앉히면 변기에 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변기에 싸는 경험을 한 번만 하게 되면 그게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아이가 변기에 앉고 나니 변을 참는 게 아닌가.....ㅠㅠㅠㅠㅠ 결국 아이는 똥을 싸지 않고 등원을 했다. 하.... 3일째인데... 드디어 똥을 싸려는 걸 내 욕심 때문에 막아버렸구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나 때문에 아이에게 변비가 오는 건 아닐지... 변을 보지 못해 불편한 상태로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보내는 건 아닐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하원할 때 혹시나 해서 똥을 누었는지 선생님께 여쭤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소변만 보았지 대변은 누지 않았다고 하셨다.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또 배가 아프다고 했다. 아이는 정말 급한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낮시간이라 아이는 팬티를 입고 있었으므로 나는 얼른 팬티를 벗기고 아기 변기에 앉혀 주었다. 하지만 크게 기대는 않기로 했다. 그러게 해서 누지 않으면 얼른 기저귀를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참는 것보단 기저귀에라도 싸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에 가 있는데 가을이가 "엄마!! 여름이 응가했어!!!" 하는 게 아닌가. 뭐라고????? 변기에??? 그러고 가보니 정말 아이가 아기변기에 똥을 누어놓았다. 야호!!!!!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기쁘던지. 와, 내가 이렇게 남의 똥에 기뻐할 일인가.ㅋㅋㅋ 그런데 정말 기뻤다. 정말 나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여름이에게 잘했다고 백번을 이야기했다.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고 소리를 치며 기뻐했다. 가을이도 축하해 주었다. (여름이에게 배변훈련하면서 칭찬을 해줄 때마다,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할 때마다 넌 좋겠다며 질투를 하길래 진심으로 여름이를 축하해 주면 가을이에게도 장난감을 선물해 주겠다고 했다. 가을이는 여름이가 변기에 똥 싼 것을 축하하며 그림을 그려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똥을 싸자마자 여름이는 이어지는 칭찬세례에 뿌듯한 표정을 잠깐 지어 보이더니, 이제 자동차 사러 가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가야지 가야지!!! 저녁 먹고 우리는 당장 마트로 자동차 장난감을 사러 갔다. 아이와 배변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은 이 이야기가 좀 어이없을 수도 있겠다. 이럴 일인가 싶을 거다. 그런데 진심으로 아이가 변기에 응가를 한 게 내 생일보다 기뻤다. 진짜다. 이런 짜릿한 기쁨 정말 오랜만이다. 


2024.03.08 (금)

저녁에 동생네 놀러 가서 공동육아를 했다. 즐겁게 놀고 집에 가려고 하니까 가을이가 이모네서 자고 가고 싶다고 했다. 가온이도 거들면서 가을이가 자고 가면 좋겠다고 했다. 전에도 몇 번 가온이가 가을이 자고 가면 안 되냐고 그랬었는데, 그렇게 되면 보미가 애를 셋을 봐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 안된다는 생각에 다음날 등원 핑계를 대며 집에 데리고 왔었다. 그러자 오늘은 가온이가 "내일은 등원 안 하잖아요~ 제가 잘 가르쳐 줄게요~"(뭘 가르쳐준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잘 챙겨주겠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ㅋ)라며 거절할 수 없는 이유들을 대는 것이었다. 보미가 생리 중이라 컨디션 난조인 것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가온가을이 서로 너무 잘 놀고 즐거워하길래 두고 왔다. 처음으로 이모네서 자게 된 가을이는 무척 신나 했고(엄마 없는 거 1도 신경 안 씀ㅋㅋㅋㅋ 이모가 최고!!ㅋㅋ) 나는 여름이와 집에 돌아왔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웃분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형이랑(솔직히 정확한 나이는 가늠을 잘 못하겠다;) 엄마 모자분이었다. 전에도 몇 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안녕~ 너 4살이라 그랬나?" 하시며 여름이를 바로 알은 채 하셨다. 그러고 보니 만날 때마다 여름이를 무척 귀여워하셨던 생각이 난다. 아주머니는 여름이가 미니카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시고는 (변기에 응가 싸고 선물 받은 새 자동차 장난감이었다.) "너도 자동차 좋아하는구나?" 하셨다. 그렇다고 대답하는 여름이 옆에서 내가 "오로지 자동차예요~^^" 하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자 형도 자동차 좋아한다면서, "집에 형 안 가지고 노는 미니카 있는데 줄까?" 하시는 거였다. 우린 또 얼른 좋다고 "우와우와~"했더랬다. 그래서 이웃분 댁에 들러 형에게 미니카 2개를 받아 들고 왔다. 아이는 새로 산 미니카를 내게 주며 이제 그거 안 한다면서 형이 준 미니카를 받아 들고 신이 났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작은 미니카 두 개를 주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퍽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내 어릴 적과 비교하면 (그때도 아파트 살았었는데) 요즘은 사실 이웃분들과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인사만 다정하게 주고받아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으면 너무 좋더라.)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받다니....ㅠㅠㅠ 어쩌면 별것 아닌 미니카 2개 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무엇보다 따뜻한 선물이었고, 심지어는 나의 육아가 누군가에게 지지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웃에 사는 동생이 내 아이를 봐주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내 아이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고 하는 이 밤이 마치 온 세상이 나의 육아를 응원해 주는 것만 같아 힘이 났다. 감사하다. 

2024.03.09 (토)

뭐라도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과자들을 봉투에 담아 미니카를 나눠준 형네 집 문고리에 걸어두고 왔다. 뿌듯하다.


2024.03.10 (일)

여름이가 밤에도 실수를 안하길래 며칠전부터 밤에도 팬티를 입히기 시작했고, (그래도 자다가 실수 한 적은 없었다.) 어린이집에서도 팬티를 입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어른 변기에 대변을 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것도 또 3일만이었긴 하지만ㅋㅋㅋㅋ) 얼른 변기에 똥누는 것도 편해져서 기저귀랑 잘 이별하길 바란다 :-) 아들이라 그런가 둘째라 그런가 뭐든 여름이에게는 큰 기대를 안하게 되는데, 돌이켜보면 배변훈련도 힘들게 하지 않고 빨리 잘 적응해주었다. 고맙고 기특하다 김여름!!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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