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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Apr 29.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4.22(월)~2024.04.28(일)

2024.04.22 (월)

나는 외향형이고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남에게 별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럼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남보다 나에게 관심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 먼저 연락을 주고 만나자고 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지만, 내가 먼저 연락해서 보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애 키우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나의 성향을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거지 하고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데, 가끔 마음 한편에 자리 잡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 못 본 지 꽤 됐는데?‘ ’연락한 번 해봐야 하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사람들이 한번씩 생기기도 한다.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힘든 것도 알겠고, 고민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보니 그냥 가볍게 툭 연락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거창하게 구구절절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이 어디 그렇게 작정하고 메시지를 쓰게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내 일상이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니 자꾸만 연락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그냥 카톡을 보내기로 했다. 그냥 나의 그런 마음을 그대로 썼다. 안부를 ‘잘’ 물으려다 계속 묻지 못했노라고,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말이다. 별것 아닌 걸로 참 많은 날을 미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은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마음은 편하다.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한 기분이다.


2024.04.23(화)

여름이는 생각보다 금방 기저귀를 뗐다. 밤기저귀도 안 하고 바로 팬티로 넘어갔는데도, 밤에 자다가 실수한 적도 없고 아무리 급해도 변기에 앉기 전에 쉬를 싸는 경우는 없었다. 찔끔 실수하는 일도 없어서 팬티를 갈아입힌 적도 거의 없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대변을 앉아서 싸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름이는 자꾸만 대변을 참았다. 배가 아프다고,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계속 대변을 참았다. 변기에 앉혀줘도 무섭다고 울뿐 또 참는다. 나중에는 참다 참다 너무 괴로우면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불고하는 지경인데도 아이는 싸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괴롭다. 그 정도까지 참다가 참다가 한계에 다다른 아이를 변기에 앉혀주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변기에 똥을 싼다. 그러다 보니 1~2일마다 싸던 대변을 3일에서 최장 5일 만에 싸기를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초반에는 대변을 마려워할 때만 기저귀를 채워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기껏 뗀 기저귀를 다시 채워주게 되면 또 그 기저귀 떼는 작업을 또 해야 하기에 남편도 나도 참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이가 아무리 괴로워해도 우리는 기저귀를 채워주지 않았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푸른 주스도 먹여보고, 유산균도 먹어보았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변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참는 게 문제였기 때문이다. 변기에 앉아 똥을 누는 행위를 아이가 스스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이는 대변을 참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해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 나 응가 누고 싶어."라고 말하길래 변기 앞에서 바지를 내려주니 그대로 안아 변을 보았다. 무섭다고 하지도 않고, 아프다고 하지도 않고, 울고불고하지 않고 바로 변기에 앉아 변을 눈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사실 내가 저녁에 외출했던 어제도 아이가 울지 않고 변기에 가서 바로 대변을 보았다고 했지만, 그건 4일 만에 똥을 눈 것 이기 때문에 아직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역시 아이들은 다 제 때가 있다는 것을. 재촉한다고, 조바심 낸다고, 도와주려 한다고 아이의 때를 압당 기거나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부모는 그냥 기다려주면 되는 것이었다. 여름이는 앉아서 똥을 누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떨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네가 그것을 받아들인 것 같아 기쁘다! 기특하다 여름!


2024.04.24 (수)

여름이를 먼저 하원시켜 같이 가을이를 하원시키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 가방을 메고 나온 가을이 손에는 작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선생님 말씀이 오늘 쿠키 만드는 활동을 했다고 했다. 투명한 봉투 안에는 작은 쿠키 2개가 들어있었다. 선생님이 가을이에게 쿠키 만든 거 누구 줄 거냐고 물었는데, 가을이가 “으아 모르겠다!”라고 했다고 ㅋㅋㅋ 여름이도 있고 나도 있고 아빠도 있는 데다 본인도 먹고 싶었을 테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가을에게 이렇게 말했다. “쿠키 가을이랑 여름이 둘이 하나씩 나눠먹어^^” 그랬더니 나를 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맘에 걸렸는지 가을이가 얼른 대답했다. “그럼 다음번에 또 쿠키 만들게 되면 그땐 엄마 아빠 줄게~” “그래^^” 그렇게 해서 아이들은 쿠키를 나눠먹게 되었다. 가을이는 선뜻 쿠키가 들은 봉투를 여름이에게 내밀며 쿠키를 고르게 해 주었다. “어떤 거 먹을래?” 하나는 초코칩 쿠키였고 다른 하나는 나뭇잎 모양 쿠키였는데 초코칩 쿠키에만 초코칩들이 가득 박혀 있었고 크기도 더 컸다. 나는 당연히 가을이가 초코칩 쿠키를 먹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여름이에게 먼저 쿠키를 고르게 해 주어 놀랐다. 게다가 여름이가 초코칩 쿠키를 고르자 선뜻 초코칩 쿠키를 건네주었다. 사실 진짜 놀란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다음 가을이가 한 말들 때문이었다. “누나가 여름이 주려고 유치원에서 쿠키 만들어왔지~^^ 여름이는 내 보물이야~” 보물이라니…ㅜㅜㅜ 동생을 자기 보물이라고 하다니…ㅠㅠ ”여름아~ 누나가 여름이를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해 주네~ 여름이가 누나 보물이래~“라고 말해도 여름이는 쿠키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ㅋ 맨날 누나 때리고 괴롭히고 깔고 앉고 누나 꺼 망가트리는 동생인데 ㅠㅠㅠ 보물이라고 해줘서 고마워 ㅠㅠㅠ 역시 가을이는 사랑이어라…ㅠ


2024.04.25 (목)

생리가 시작됐는데, 평소보다 생리통이 좀 심하다. ㅠ 그래서 침대에 쪼그리고 누워있었다. 이제 슬슬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응? 무슨 일이지?. 갑작스러운 회식이라도 생겨서 나한테 전화를 한 건가?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막상 받아보니 남편은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어떤 용건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걸었다는 것이다. 요즘 회사에서도 일이 바쁘고, 퇴근해서도 애들 챙기고 재우다 보면 그대로 잠들기 일쑤라 서로 대화를 거의 못 나눈 것 같아서 그냥 얘기를 잠깐 할까 싶어 점심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그. 그래서 우리는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잠깐 나누었다. 생리통, 점심메뉴, 아이들 어린이날 선물, 여름이 똥 얘기 등등… 그러고는 내가 배달시킨 내 점심 메뉴가 도착해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9분간의 통화였다. 혼자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였으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아닐지도 모르겠다. 부부사이라 같이 한 지붕 아래 살아도 육아에 가사에 정신없이 지나다 보면 그냥 앉아 서로 5분 이야기 나누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정말 이렇게 의도적으로 누군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하고 한참을 지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황금 같은) 점심시간에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전화를 걸어준 남편이 고마웠다. 나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전화를 걸어준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_ 그래놓고 나는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그에게 사사건건 짜증을 부렸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호르몬이 그런 것이다.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련다.


2024.04.26 (금)

가을이가 유치원에서 여느 때처럼 그림을 그려왔다. 쿠로미 귀(?) 같은 머리를 하고 보라색 옷을 입은 아이를 그려왔다. 예쁘게 색칠까지 해서. 누굴 그린 거냐고 했더니 자기를 그린 거라고 했다. 아이는 그 자화상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자기랑 떨어져 있을 때, 자기가 보고 싶으면 이 그림을 보라고 말이다. 이렇게 무조건 적인 사랑이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랑 너무 맨날 붙어있으니까 어떻게든 따로 떨어져 있을 시간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데, 너는 떨어져 있을 때도 내가 너를 보고 싶을 것을 생각해 그림을 그려왔구나. 너는 정말 하루종일 내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우리는 서로 입장이 바뀔 테지. 나는 너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너는 어떻게든 나와 떨어져 있을 시간을 만들고 싶어 하게 되겠지. 지금은 늘 나와 놀고 싶어 하지만, 나중엔 나랑 노는 것이 재미없어지겠지. 그때 이 그림을 보아야겠다. 네가 나에게 온전히 주던 사랑을 야금야금 곱씹으며 행복해해야겠다. 그랬던 너를 그리워하며 미소 지어야겠다.


20240.04.27 (토)

친한 친구네 가족이 급 놀러 왔다.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친한 거 맞지?ㅋㅋㅋ) 내가 부천으로 이사 오면서 좀 멀리 떨어져 살게 됐는데, 이쪽에 결혼식 올 일이 있어 왔다가 우리 집에 들른 것이다. 갑작스러운 연락이었지만, 무척 반가운 연락이었기에 흔쾌히 보자고 했다. 그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기가 참 쉽지 않은데,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고 편하고 즐거운 관계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말이다. 진짜 새삼 참 감사한 일이다.


2024.04.28 (일)

나는 아이들이 신생아일 때부터 아이들과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즉, 분리수면을 했다. 다만, 아이들이 잠들기까지는 옆에 누워 있어 주다가 아이들이 잠들면 나는 안방으로 넘어오는 식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같이 한 방에서 자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침대에서 자기 때문에, 옆에 누워 있어 주는 게 조금 애매해졌다. 내 몸은 한 개인데 애들은 둘이라 그렇다. 그래서 남편이랑 한 명씩 나눠서 같이 누워 있어주기도 하고, 한침대에서 셋이 누워 있다가 첫째가 잠들면 침대로 옮겨주는 식으로 하기도 했다. 첫째는 금방 잠이 드는 편이라 양쪽 침대 사이 바닥에 앉아 있다가 첫째가 잠들면 둘째 옆에 가서 누워 있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부터 둘째 침대 위로 올라가 주지 않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난 끝까지 아이들 침대 사이 바닥에 앉아서 잠들기까지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첫날은 둘째가 옆에 누워 달라고 조르다 조르다 울기도 했다. 나에게 말이 안 통하자 아빠랑 자겠다고 울었는데, 그래도 나는 침대로 올라가 옆에 누워주지 않았다. 어차피 옆에 누워 있어 줘도 늦게 자는 건 마찬가지인데 버텨보자 싶었다. 대신 침대 밑에 앉아 한쪽 손으로 아이를 도닥여주기는 했다. 아이는 우는 것도 안 통하자 내 한쪽 팔을 자기 몸에 얹어놓는 것으로 만족하며 잠이 들었다. 성공한 것이었다. 재우는데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지만, 그거야 뭐 옆에 누워 있어 줘도 그렇게 걸리기는 마찬가지이니 나는 나름대로 매우 성공적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 날은(토요일은) 둘째가 계속 옆에 누워 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고, 내 팔에 얼굴을 기대기도 하고 계속 앉아서 일어나기도 했지만 결국 조르다 포기하고 아이는 잠들었다. 1시간 까지는 안 걸렸던 것 같다. 어쨌든 성공적이다. 그리고 오늘. 3일째다. 나는 바닥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고 앉았다. 아이는 또 조르기 시작했고, 옆에 안 누워 줄 거면 토닥토닥이라도 해달라길래 침대 옆에 앉아 그렇게 해주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옆으로 돌아눕더니 혼자 잠드는 것이었다. 어제보다 시간도 대폭 줄었다. 이렇게 3일 연속 성공하다 보니, (게다가 갈수록 잠이 드는 시간도 빨라졌고) 어쩌면 내가 옆에 누워 있는 게 아이가 잠들기 더 어려운 구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옆에 누워 있으면 나에게 말도 더 걸고, 나에게 더 기대면서 움직이기도 하느라 잠을 더 안 자는 구실이 되는 것이기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 콘셉트를 밀고 나가볼까 한다. 이렇게 하면 동생옆에만 누워 준다고 첫째가 질투할 일도 없고, 둘째도 더 빨리 잠드니 1석2조다. 여름아! 이대로만 적응해다오!! 제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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