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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Apr 23.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4.15(월)~2024.04.20(토)

2024.04.15 (월)

오늘은 갑작스럽게 남편이 회식을 하게 된 날이었다. 덕분에 나는 저녁에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계획대로 나름 일찍 아이들을 재웠다. 9시 반쯤?ㅋㅋㅋ 남편은 10시 반쯤?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여름이가 아빠가 온 걸 귀신같이 알고는 일어나서 안방으로 넘어왔다. 일찍 재웠다고 좋아했는데;;;ㅠ 아이는 아예 잠이 홀딱 깨서 아빠 옆에 누워 종알종알 뭐라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내가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동안 아이는 자동차 장난감까지 갖고 와서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결국 11시를 넘긴 시간.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재우기로 한다. 마음 같아서는 남편이 애를 재워주길 바랐지만, 내가 아이를 데리고 아이침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한참을 꼼지락 거리더니 결국 벌떡 일어나 앉아 나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물을 마시려고 신나게 부엌으로 나온 아이를 보니, 나도 좀 기운이 빠졌다. 그래서 코를 골고 잠든 남편이 괘씸했다. 남편을 깨워 여름이 좀 재워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는 이 닦고 잘 준비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내가 이를 닦는 내내 아빠 옆에 앉아 우는 아이를 두고 둘이 안방 침대에서 자라며 내가 여름이 침대로 와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우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적당히 해!!!” 거기까지는 나도 듣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거실 매트 위에 철퍼덕 넘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얼른 나가 보았더니 여름이가 안방 문 앞에 엎어져있고 남편이 씩씩거리며 안방 침대에 다시 들어가 눕는 것이었다. 안방 밖으로 쫓겨난 아이는 더욱더 크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났다. 회식하고 와서 피곤한 것은 알겠지만, 아니 무슨 애를 한 시간 두 시간씩 재우다가 안돼서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애가 고작 5분도 울지 않았는데 바로 그렇게 화를 내는 남편이 어이가 없었다. 나는 우는 아이를 안아 들고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어린애잖아!! 애가 좀 울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그런데 내 품에 안겨서 겨우 진정된 여름이가 갑자기 오줌을 쌌다. 내 티셔츠가 따땃하게 젖어드는 것을 보고 나는 그야말로 꼭지가 돌았다. 젖은 바지를 내려다보며 당황하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며 나는 남편에게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여름이가 아무리 쉬가 마려워도 한 방울도 찔끔하지 않는 앤 데!!! 얼마나 무서웠으면 애가 오줌을 싸냐고!!!! 어떻게 애를 방밖으로 내쫓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ㅠ” (사실 너무 화가 난 상태였기에 내가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튼 엄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도 침대에 걸터앉아 좀 당황하는 눈치였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며 아이를 안아주었고, 욕실에 데려가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주었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남편은 무릎 위에 아이를 앉히고는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남편에게 나가라고 했다. 내가 여름이랑 안방침대에서 같이 잘 거니까 나가라고. 남편은 침대 밑으로 내려가 방바닥에 누웠다. 둘째를 품에 앉고 잠을 청해보려는데 첫째가 울먹이며 안방으로 넘어왔다. 그 소란에 깨지 않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남편 때문에 첫째까지 깬 이 상황에 나는 또 화가 났지만 아이 둘을 양쪽에 앉고 잠을 청했다. 아이는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할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이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얘기를 동생과 엄마에게 해주자, 동생은 남편의 그런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은 그만큼 천성이 착하고 유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자기가 졸리고 피곤할 때는 (방전 됐을 때는) 좀 다른 사람이 된다. (뭐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러하지만 남편은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럴 땐 전혀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늘 그 부분이 좀 불만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난다.


2024.04.16. (화)

남편은 요즘 회식이 잦다. 굵직한 행사들이 연달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난 한 번도 남편이 회식을 가지 못하게 한 적은 없으나, 남편은 매번 늘 나에게 회식을 가도 되는지 묻는다. 어제는 심지어 회식을 가도 되겠냐는 질문에 내가 답변이 없자, (유치원 운영위원 회의 후에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전화까지 걸어서 내 답변을 받고서야 팀장님께 회식을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그였다. 사실 나에게 묻는다고 내가 그것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허락을 구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어쩌면 통보의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런 방식을 택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에게 회식 참석 가능 여부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쨌든 퇴근 후에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먼저 약속되어 있는 것이라는 전제를 띄기 때문이다. 원래는 퇴근해서 집에 오는 것이 선약이지만 회식을 가도 괜찮겠냐고 묻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그것은 가족과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그냥 회식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도 되겠냐고 묻는 것은 (혹은 부탁하는 것은) 나에게 선택권을 주는 형태가 된다. 그렇다는 것은 나에게 그럴만한 권리가 있고, 내가 그것을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내포한다. 즉, 나를 존중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직장 상사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직장 상사에게 아내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것을 알기에 당신이 회식을 가도 되겠냐고 묻는 질문들이 결코 반갑지는 않아도, 그 질문 자체는 감사한 일이 되는 것 같다.


2024.04.17 (수)

어제는 내가 자유부인 나갔다가 11시 넘어서 들어왔는데, 안 자고 있다가 나를 반겨주더니 오늘은 밤잠 재우는데 2시간이 걸렸다. 9시 반쯤부터 책을 읽어주고 재우기 시작했는데 11시 반쯤 잠이 들었다. 한동안 그래도 제법? 잘 잔다 싶었는데(재우는데 30분 정도?) 이번주 또 역대급으로 안 잔다; 어린이집에 같은 반 친구는 8시 반에 자려고 누워서 자기 전에 여름이 보고 싶다고 영상통화를 했는데, 여름이는 11시 반에 잠이 들었으니... 현타가 온다. 하루가 24시간인데 내가 2시간을 꼬박 애 재우는데만 썼다는 게 너무너무 화딱지가 난다. 저녁 식사 후에 남편이랑 처리할 일이 있어서 둘 다 분주하게 무얼 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가을이 여름이 둘이서 어찌나 재미나게 놀던지... 혹여나 흐름 끊길까 봐(꼭 둘이 잘 놀다가도 내가 들여다보면 놀이를 중단하고 나에게 온다.), 뭘 하느라 그렇게 깔깔거리고 신이 났는지 궁금한데도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 기특하고 예뻤는데... 여름이가 좋아할 만한 새 책을 사 와서 침대에 누워 책도 재미나게 읽었는데... 하... 애를 재우는데 1시간 반정도가 지나게 되자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왔다. 결국 나는 아이를 혼냈고, 아이는 울었다. 하... 하루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는 게 나도 너무너무 싫다. 정말 이게 뭔가 싶다. 아이가 늦게 자면 재우고 하려고 했던 일들도 다 미뤄진다. 일기를 쓰는 지금 시간은 새벽 1시가 다돼 간다. 오늘 찍은 사진들 정리도 못했고, 책 좀 읽다 자려했던 나의 원대한 꿈도 바스러져버렸다. 결국 내 하루의 마무리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엉망이다. 아... 정말 힘든 밤이다. 내 욕심이 과한 걸까? 아이와의 시간 (그게 재우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더 소중하게 여겼어야 했던 걸까? 일기까지 못쓰고 자면 나 스스로가 너무 짜증 날 것 같아서 쓴다. 아 오늘자 영어공부도 못했는데... 1시가 넘었으니 자야 하는데 화딱지가 나서 잠을 못 자겠다...


2024.04.18 (목)

아이들 등원시키고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분명 어젯밤에 다 치우고 잔 거 같은데, 기껏 1시간 남짓의 아침 등원 준비 시간만 지나고 나면 다시 이런 난리통이 되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아이들이 잤던 방에 들어가 침대를 정리하고 장난감들도 제자리에 가져다 놓은 뒤 방문을 나서는데 왠지 기분이 싸하다… 이 기분 뭐지… 그래… 방금 내가 미니카들을 정리했는데… 아무래도 개수가 좀 적었던 것 같지??? 하… 설마….? 하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밑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나의 촉이 귀신 같이 맞아떨어졌다. 침대 밑 저 구석 안쪽에 미니카들이 한가득이다… 하…. 다 치웠다고 좋아했더니… 꺼내지 말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미뤄둔다 한들 여름이가 돌아오면 꺼내달라 할게 분명한데 애가 있을 때 정신없이 꺼내느니 나 혼자 있을 때 차분히 꺼내자 싶다. 우리 집에는 효자손 같은 게 없어서 내가 가진 제일 긴 자를 가지고 온다. 60cm의 자지만, 내 팔 길이도 더해져야 한다. 나도 엎드려서 팔을 쭉 뻗어 자를 휘두른다. 문제는 자가 휘어지는, 두께가 얇은 자라 그 탄성을 잘 이용해서 미니카들을 꺼내야 한다. 처음 몇 개는 성취감이 나름 있었는데 나중에는 구석에 박혀 잘 안 나오니 짜증이 확 솟구친다. 한참 동안 그렇게 씨름을 해서 미니카들을 다 꺼냈다. 고 생각했는데 반대편 구석에 하나 더 있다… … …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마지막 미니카까지 다 꺼내고,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리고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서 ‘쓰리잘비’가 있어야 돼. “ 헐…. 헐…. 헐…. 우리 집에 쓰리잘비 있는데!!!!! 심지어 우리 집에 쓰리잘비 있는데!!!! 왜 나는 그 생각을 꿈에도 못한 거지?!!!!! 와… 진짜 너 천재다… 역시 아들 셋 맘은 뭐가 달라도 달라… (엄지 척 엄지 척 엄지 척!) 오늘도 하나 배웠다.


2024.04.19 (금)

요즘은 날씨가 좋다. 그 얘기를 다르게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 애들을 하원시키고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킥보드도 타야 하고 공원도 가야 하고 놀이터도 가야 한다는 얘기다. 하원 후의 시간이 더 빡세 진다는 얘기다. 오늘도 하원과 동시에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언니오빠들 그리고 지금 같은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동생들을 만났다. 엄마들이 돗자리에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셨다. 우린 그렇게 끼니까지 때우고 저녁 8시까지 놀이터에서 놀았다. (8시라니.) 남편도 퇴근해서 아이들 킥보드를 가지고 놀이터로 합류했다. 하늘도 깜깜해져서 가로등이 켜지고 날도 추워지는데, 아이들은 뛰어노느라 추위도 느끼지 못한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있는 나만 춥다. 달달 떨면서 아이를 한참 동안 설득한 끝에 8시에 비로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몸이 칼칼하고 온몸이 욱신거리는 게 딱 몸살감기 각이다. 아… 무섭다 하원시간… 그런데 더 무서운 건 내일부터 주말이야… 뚜둔!!!(호러야 뭐야)


2024.04.20 (토)

우리 여름이는 재우는데 오래 걸린다. 자려고 누워서도 한참을 뭐라 뭐라 떠들고, 노래도 부르고, 날더러 노래를 부르라 하고, 물도 한 번 마시고, 쉬도 한 번 누고, 인형도 찾았다가, 미니카도 찾았다가… 그러다 내가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 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앞뒤 없는 말을 한다. “엄마 눈이 멋지다! “ 잉?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 캄캄해서 내 눈이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아이는 뜬금없이 내 눈을 칭찬해 주었다. 내가 멋쩍게 “그래??”라고 했더니, 아이는 다시 한번 말한다. 이번엔 이유도 덧붙여서. “엄마 눈 멋지다! 검은색이라서! “ 내가 슬슬 짜증 나는 거 알고 미리 선수 친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전에 이미 기분이 좋다. 맥락이 없으면 어떠랴. 나더러 멋지다는데. 검은색이라서 멋진 눈이라니. 네 주변의 대부분이 검은색 눈을 갖고 있을 텐데, (아마 넌 다른 색 눈은 거의 보지 못했을 텐데) 그 당연한 사실을 두고 멋지다고 하는 네가 엉뚱하지만 고맙다. 알고 하는 말인지, 진심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냥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다. 날더러 멋지다고 해줘서 고맙다. 난 내 눈이 멋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랄까.) 넌 그런 내 눈을 멋지다 해줘서 고맙다. 근데…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제발 좀 자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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