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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ul 11. 2024

여름의 말

34개월(~35개월) 둘째 여름이가 했던 말들.

아이가 했던 말이 유독 마음에 훅 박힐 때가 있다. 그 덕분에 때론 웃고, 때론 울컥한다.

그런데 몇 분만 지나도 아이가 했던 말이 정확히 생각나질 않는다.

그래서 상황이 되면 얼른 핸드폰 메모장에 남겨놓곤 하는데, (남겨두지 못한 말들이 더 많지만)

그 말들을 정리해 여기에 기록한다.

2024.06.07

밥 먹는데 여름이가 계속 쉼 없이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여름이는 정말 질문이 많은 아이다.

  나: 어휴~ 빨리 먹기나 해!

  여름: 미안해 엄마.

바로 그렇게 사과를 하면,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2024.06.15

낮에 아이들을 보는 게 오늘따라 좀 힘에 부쳤다. (유독 그런 날 있잖아요.)

그래서 저녁을 먹다 무얼 흘린 가을이(첫째)에게 좀 짜증 섞인 핀잔을 주었다.

그랬더니 조금 뒤 여름이가 나한테 하는 말.

  여름: 엄마가 아까 누나한테 화냈잖아! 사과해 빨리!

  나: 가을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ㅜㅜ


그날 밤, 여름이를 재우기 위해 여름이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데 여름이가 불쑥하던 말.

  여름: 엄마~ 고생했어~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너도 오늘 엄마가 힘들어했다는 걸 느꼈구나.

그런데 그걸 알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도 해주다니…

두 돌 아들에게 이런 위로를 받을 줄이야… 고마워.


2024.06.22

침대에 누워서 아이와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여름이가 뜬금없이 말을 했다.

  여름: 엄마 생일 축하해!

  나: 엄마 생일 아닌데?

  여름: 음… 엄마 생일 줄게!

생일을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네가 사랑스럽다.

평범한 하루가 너의 축하로 1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이 된다.


2024.07.06

피곤하다며 남편이 폼롤러를 목에 대고 누워 마사지를 한다.

나는 여름이가 아파서 어제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하루종일 애를 보느라 몸살감기가 왔는데,

주말 낮부터 한숨을 푹 쉬는 남편이 괜히 밉다.

그런데 여름이가 갑자기 아빠가 베고 있는 폼롤러를 뺏으며 말한다.

  여름: 이거 엄마꺼잖아! 엄마한테 물어보고 써야지! (내 폼롤러였다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물어보고 써야지!!

왠지 쌤통이다 ㅋ 여름이 덕분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ㅋㅋㅋㅋㅋ


몸살감기로 소파에 누워 있는 나에게, 병원놀이 장난감 가방을 들고 온 여름이가 진료를 해주겠단다.

진료를 보면서 여름이가 갑자기 손을 비누칠하듯이 비비는 게 아닌가.

  나: 뭐 하는 거야?

  여름: 병원 따라 하는 건데?

아… 생각해 보니 소아과 선생님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소아과 선생님은 진료를 보시면서 아이를 만지기 전 꼭 손소독제를 짜서 손을 비벼 소독을 하시는데,

여름이가 그걸 기억해 내고 따라한 것이었다!

또 한 번 나는 너의 관찰력에 감탄한다! 진짜 생각도 하지 못한 디테일이었어!ㅋ


2024.07.07

몸이 쉽게 나아지질 않는다. 오늘도 하루종일 몸살감기로 골골거렸다.

여름이를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운 밤.

여름이가 뜬금없이 기도를 한다.

  여름: 엄마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아멘!

흐엉ㅠㅠㅠ 엄마 감동이야 여름아ㅠㅠㅠㅠㅠ


2024.07.11

아이들과 공원에 갔다가 여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해서 같이 화장실에 갔다.

여름이가 먼저 쉬를 하고, 나도 볼일을 보고 있었다.

  여름: 엄마 핸드폰 어딨어? 엄마 핸드폰 줘봐!

  나: 응? 갑자기 핸드폰은 왜? 엄마 주머니에 있는데?

        (이놈이 그 잠깐 사이에 핸드폰으로 무얼 보려고!)

  여름: 엄마 핸드폰 변기에 빠트릴까 봐~

아…. 그런 거였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괘씸하게 생각했네;;;

종종 내가 볼일을 볼 때 옆에 서있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들어달라고 부탁하곤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내 핸드폰을 챙겨주려 했던 것이었다.

너의 따뜻한 마음을 오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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