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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ul 02. 2024

결국 나의 모든 ‘화’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보낸 6월 마지막주

지난주는 정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를 다니는 남편은, 그 본사에서 날아온 독일 직원과 일주일 내내 저녁식사를 해야 했다. (당연히 술도 마셨다.) 고로 나는 주중 내내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 회식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은 이런 점에서다. 아이를 돌보는 나도, 회식을 간 남편도 둘 다 피곤하다는 점이다. 누구 하나 득을 보는 사람이 없이 양육자 두 사람 다 소진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남편에게 자유시간을 주느라 독박육아를 한 것이면 자유시간을 가지고 온 남편이 에너지를 충전하고 올 텐데, 회식은 그도 방전을 하고 온다.(특히 술을 마시면 다음날까지도 영향이 지대하다.) 두 사람 다 방전이 되어 예민한데, 누구 하나 탓할 사람이 없다. 일주일 내내 회식을 하는 남편의 얼굴을 열심히 흘겨보지만, 그에게 대놓고 원망을 할 순 없다. 그도 원해서 가는 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이게 다 누구 탓이란 말인가. 결국 독박육아의 그 ‘(스트레스, 피로, 우울감을 모두 포함한)화‘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내 안에 쌓인다.


그래도 목요일까지는 어찌어찌 동생과 친정엄마에게 기대어 잘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요일. 동생네와 친정엄마가 미국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내 육아의 큰 기댈 구석이었던 두 사람이 떠난다니. 2주 동안이나 내 곁에 없을 거라니. 가는 그들보다 남는 내가 걱정이지만, 공항까지 마중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공항으로 가려고 차에 짐을 실으려는데 내 차 앞 범퍼가 긁힌 것을 발견했다. (참고로 새 차를 산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이 2주간의 이별이 심란한데, 이건 또 무슨 대책 없는 심란함이란 말인가.ㅠㅠㅠㅠ 그래도 어쩌겠는가 심란함에 심란함을 얹고 일단 공항에 다녀왔다. 산뜻하게 ”안녕~! “ 하며 손 흔들어주고 오리라 마음먹었건만, 나의 심란함을 숨기지 못한 채 그들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경찰인력까지 동원했으나 (우리 차 블랙박스가 꺼져있었고, 내가 주차한 자리는 cctv 사각지대였다. 빌어먹을!) 우리는 내차를 긁고 도망간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결국 또 나의 긁힌 차에 대한 ‘화’는 원망의 대상을 찾지 못해 갈 길을 잃고 내 안에 쌓였다.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주중을 보내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 일주일간 수고했다며, 토요일 저녁 남편이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충전이 다 끝난 전기차를(새로 산 차는 전기차였다.) 이동주차하고 자유시간을 나가려고 했다.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하나 있었다. 지하 주차장엔 cctv가 잘 돼있으니 여기다 대자 하면서 주차를 하려는데 옆자리도 큰 suv고 설상가상 앞에는 가로로 트럭이 이중주차를 해놓았다. 그래도 들어갈 순 있겠지 싶어 주차를 하는데, 옆차와 앞차를 긁지 않으려고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반대편 기둥을 간과했다. 그 기둥에 나는 대차게 차 옆문을 긁고 말았다.


아… 거기서 나는 무너졌다. 일주일간 내 안에 쌓였던 모든 ‘화‘가 나에게로 쏟아져내렸다. 내 한 번의 ‘실수’에게로 쏟아져내렸다. 스트레스, 피로, 원망, 짜증, 우울, 화 그 모든 것들이 뭉쳐 시커멓게 된 먹구름이 결국 비를 쏟아내고 말았다. 그 비를 쫄딱 맞은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뭐라도,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지만 탓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다 내 탓이었다. 내가 이 ‘화’를 털어내지 못하면, 내내 쫄딱 젖은 상태로 찝찝하게 있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동생이랑 엄마라도 있었으면 신나게 수다라도 떨어서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느 정도는 좀 털어버렸을 텐데, 그럴 상황도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여행 간 이들을 붙잡고 전화기 너머로 미주알 고주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남편이 준 자유시간이니 카페에 갔다.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들고 간 책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려 애썼다. 그러다 10시쯤 집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는데, 내가 집에 들어섬과 동시에 둘째가 잉~하며 깼다. 얼른 신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둘째를 안아 올렸다. 내 품에 포옥 안긴 둘째를 안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애가 아픈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냐. 애가 다친 것도 아니고 고작 차에 상처가 난 건데 그깟 걸로 너무 괘념치 말자. 내 아이들이, 내 가족이 아픈 곳 없이 이렇게 내 곁에 있는데 더 바랄 것이 무엇이냐. 괜찮다… 괜찮다…’ 내 품에 안긴 아이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나에게 되뇐다.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한 주를 폭풍과도 같이 보냈다. 사실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 차를 아직 고치지 못했고, 주차를 할 때마다 긴장한다. 무엇보다 나는 내 안에 쌓인 이 감정들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도 이렇게 글로 쓰고 나면 또 어느 정도는 털어지지 않을까. 밖에는 비가 온다. 내 마음이 쫄딱 젖었는데, 말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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