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괜찮아, 그대가 곁에 있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의 위로

by 장새미

나는 대부분의 일들에 감정을 많이 소모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요즘 속 시끄러운 일들이 많아, 감정소모가 컸다. 하지만 연말이라 이래저래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아서,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도닥일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나조차 내 마음을 소화시키지 못해, 명치 아래 어딘가에 그 마음이 턱 걸려서 내려가지 못하고 끙끙 대는 연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을 살살 녹여주고, 등을 톡톡 도닥여주고, 괜히 한바탕 하하하 웃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의 가족들이었다.


만 3살짜리 막내는 뜬금없이 나를 칭찬하는 말들을 잘해준다. “엄마 쪼아~“ ”엄마 멋져! “ ”엄마 최고!!“ ”엄마 잘한다~“ ”엄마 귀여워!!!“ 정말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대단히 잘했기 때문에 해주는 말들이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안아주었는데, 저녁밥을 차리는데, 운전을 하는데, 때로는 그냥 정말 가만히 있는데 아이는 나에게 저런 말들을 해준다. 문득문득 아이의 그 뜬금없는 말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살살 녹여준다는 것을 안다. 아이 덕분에, 딱딱해진 내 마음들이 몽글몽글 풀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말 뿐이랴, 활짝 웃는 미소에 내 얼굴을 만져주는 손길에 대뜸 폭 안기는 몸짓이 더해지면 그것은 한층 강력해진다.


한글 읽는 것을 제법 마스터한 만 6살 첫째는 요즘 한글을 쓰는 것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원래는 나에게 그림을 자주 그려주던 아이는 요즈음 나에게 편지를 (쪽지를?) 자주 써준다. 멘트는 늘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ㅋ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이 말을 아이는 반복해서 나에게 편지로 써주었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받아 들었는데,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해 적어주는 아이의 편지를 받다 보니 그 안에 아이의 온 마음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4개의 짧은 문장들이 마치 나를 치료해 주는 주문인 것 같이 느끼게 되었다.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이 문장들을 되뇌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부엌 수납장에 아이의 편지를 붙여놓았다. 집안일을 하다가, 지나다니다가 한 번씩 읽고 되뇌면 아픈 몸도 맘도 싹 나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맨날 우리 집 첫째 아들이네, 대형견이네 놀리는 우리 남편. 어젯밤에는 치과진료 문제로 속상해진 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내가 한참 열을 내며 씩씩거리는데 남편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지금 자기 일 아니라고 웃는 거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남편이 건네는 농담에 나도 같이 푸핫 웃어버리게 되었다. 어찌 생각하면 속상할 일이지만, 어찌 생각하면 그만하길 다행이네 하며 웃어넘길 일이기도 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일을 두고 웃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분해서 밤잠까지 설치는 나였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나를 웃게 해 주었다. 살면서 더 황당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별일 아니다. 농담 한 번에 웃어넘기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요 며칠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 이런 게 가족이고 나에게 이런 가족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작정하고 위로해 주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더라도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나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런 마음의 방황 속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풍족하게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이미 벌어진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우리 곁에 산재한 슬픈 일들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이 버텨야 하지만,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인생의 기쁨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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