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를 삭제하면서 찾은 30대의 나에 대한 소중함.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내 페이스북이 해킹을 당한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페이스북에 계정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계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핸드폰으로 로그인이 되어있던 상태라 들어가 보니, 내 메인 프로필 사진들이 다른 여자의 사진으로 바뀌어 있고, 만남을 유도하는 문구가 자기소개란에 적혀 있었다. 당황한 나는 얼른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해커가 내 비밀번호를 먼저 바꾸어 놓았는지 비밀번호 변경이 되지 않았다. 갖가지 방법으로 해킹당한 계정을 복원하려 노력을 해보았지만, 다 허사였다.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고 끙끙거렸던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 그날은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당장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고, 계정을 복구할 수도 없다면 혹시 모를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가 올렸던 사진들과 게시글들을 삭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부터 나는 내 게시물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나의 20대의 기록들이었다. 해킹을 당하는 바람에 나는 방치해 놓았던 나의 20대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 시절의 나는 저런 생각들을 했었구나 ‘, ‘저런 일들을 하면서 저런 마음을 가졌었구나 ‘, ‘저 언니오빠랑 내가 알고 지낸 지 이렇게나 오래됐구나 ‘ 하는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제일 크게 느꼈던 한 가지는 “그때의 나, 예뻤구나.”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외모에 만족하며 사는 편이지만,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다. 내가 예쁜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30대 후반의 내가 보는 20대의 나는 예뻤다. 생기가 넘쳤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지금보다 좀 더 선명한 색깔로 알록달록한 느낌이랄까? 새로운 것에 좀 더 쉽게 도전하고, 그것을 즐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나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나였다. 그런 내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젊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아름다웠다. (당시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그러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30대 후반인 지금의 나는?
앞으로 남은 생에서는 지금의 내가, 오늘의 내가 제일 젊은 (어린) 내가 아니던가. 그러니 지금부터 10년 뒤 4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똑같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의 내가 가장 예쁜 나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의 나를 나 스스로 더 예뻐하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 보면 20대의 내가 갖지 못했던 것을 지금의 나는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마음의 안정감’이랄까? 지금의 나도 여러 가지 사건 사고에 따라서 불안하기도 하고, 슬프고 짜증 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20대 때의 나보다는 훨씬 그 감정들을 더 잘 소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남편이라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이 큰 것 같다. 내 삶의 대소사 속에서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 주고 나에게 ’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도 ’ 안정감’을 만들어 준다. 이번 해킹 사건에서도 그랬다. 남편은 누구보다 열심히 내게 해결방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고, 불안해하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괜찮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나는 며칠간의 고군분투를 끝내고 마침내 나는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같은 방법으로도 계속 안 되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된 것이다. 며칠간 열을 올렸던 비밀번호 찾기가 계속해서 좌절되자 희망을 잃어버렸던 나에게 다시 한번 시도해 보자고 권했던 것도 남편이었고, 그날 신기하게도 비밀번호 변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튼 지난 한 주 페이스북 해킹으로 나는 많은 감정들을 오갔고, 많은 생각들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의 침해가 이렇게나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이라는 것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나의 기댈 구석이 되어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20대 때의 나를 돌아보면서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나의 아름다움(불완전하고, 불안하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방황하는 20대 만의 그 아름다움이랄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고 그 기록들을 삭제하는 것이 속상하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불완전하지만, 이렇게 나의 해킹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역시 사람은 ‘잃음’으로써 가장 확실하게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의 20대가 소중했음을 그 기록을 잃음으로 나는 알았다. 그러니 나의 30대도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지금의 나를 더욱 예뻐하고, 그러기에 더욱 열심히 기록해야겠다. 그런데 그 기록 이란는 것.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 일단 나는 페이스북을 탈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