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도 틀렸고, 현재도 틀린 엄마다.

헬멧 씌우기에 관하여

by 장새미

둘째는 4살(만 2세) 때부터 네발 자전거를 탔다. 아이는 자전거 타는 데는 겁이 없었고, 이제는 잘 타다 못해 막 질주를 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아이의 자전거 타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그를 뒤쫓는 나의 마음의 불안도 커졌다. 우리 아파트는 지상에도 차가 다니는 데다, (아파트 내 도로에도 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 차가 나올지 시야확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아이가 자전거를 타기 안전한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보도에서 차도로 내려가기 전에는 항상 멈춰 서서 차가 오는지 양옆을 잘 살피라고 매일같이 이야기하고, 횡단보도에서도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 불이여도) 언제나 멈춰서 엄마를 기다리라고 강조했었다. 아이는 신호를 잘 볼 줄 알았고, 빠르게 달리다가도 횡단보도 앞에서는 언제나 잘 멈춰 섰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웬만하면 아이를 쫒아서 뛰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자전거에 바퀴에 공기압을 채우고, 공원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자전거 바퀴가 빵빵해져서 자전거가 더 잘 나가다며 신난 아이는 막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는 사거리가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이라 기다려야 했는데, 아이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몇 발짝 뒤에서 쫓아 뛰고 있던 나는 직감적으로 아이에게 내달렸다. 아이는 정말로 도로로 나갈 참이었다. 자전거 앞바퀴가 도로에 닿는 순간 나는 아이를 낚아채 멈춰 세웠다. 아이는 잠시 공중에 멈춰 섰고, 자전거는 옆으로 넘어졌다. 내가 아이를 붙잡았으니 망정이지 아이는 그대로 도로로 질주를 할 뻔했다. 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전거를 똑바로 세우고 놀란 아이를 안아서 진정시키다음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냥 길을 건너려고 했냐고 말이다. 아이는 초록불이어서 가려고 했다고 했다. 아이말을 듣고서 깨달았다. 아이는 횡단보도 신호를 본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차도 신호를 본 것이었다. 차도 신호도 정면에 있어서 그 신호와 헷갈렸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신호를 제대로 볼 줄 알았지만 (빨간불과 초록불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잘못된 신호를 보고 착각했던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실수였지만, 한편으론 아이가 이해도 됐다. 하지만 나는 너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아차 싶은 마음이었다. 그 실수 한 번으로 아이는 자전거를 탄 채 도로로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뒤의 결과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고, 말로 여기에 옮기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아이를 붙잡지 못했다면… 내가 뒤쫓아 뛰고 있지 않았다면… 그냥 아이를 믿고 지켜보고 있었다면… 아… 지금도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재생되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토를 할 것만 같다. 끔찍했다. 너무 끔찍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이는 어김없이 자전거로 등원을 하겠다며 나섰다. 자전거는 아이의 등원길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하지만 나는 지난 주말의 충격으로 여전히 심란했다. 걱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목격한 나는 헬멧을 챙겨 들었다. 아이에게 헬멧을 쓰자고 얘기했다. 아이는 거부했다. 먹힐 리가 없었다. 여태까지 안 쓰고 잘 타고 다녔는데 갑자기 쓰라니, 내가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었다. 일단은 엄마가 헬멧을 들고 가겠다고 하고 헬멧을 가지고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나는 차분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헬멧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는 밖에 나와서도 내가 설득을 멈추지 않자, 짜증이 났는지 헬멧을 집에 두고 오라고 화를 냈다. 아이가 버럭 하자 나도 지고 싶지 않았다. 안 써도 좋으니 헬멧은 엄마가 들고 가겠다고 우겼다.


몇 미터 못가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집에 가서 헬멧을 두고 오라는 아이와 싫다는 나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아이는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내 품에 안긴 아이는 그제야 진정이 되었다. 아이가 진정되고 나서 나는 다시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있지 않느냐, 그래서 안전을 위해서 안전벨트를 하는데 자전거에는 안전벨트가 없다. 그래서 헬멧을 써야 하는 거다. 여름이가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해도, 다른 누군가가 와서 부딪힐 수도 있다. 어쩌고저쩌고… 내가 이러저러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니 아이도 조금 수긍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 헬멧을 씌우는 데 성공했다. 아이가 기특해서 집에 가서 칭찬스티거도 잔뜩 붙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다시 자전거에 올라 몇 미터 못가 아이는 또 눈물을 보였다. 헬멧을 쓰기 싫다는 거다. 집에 가서 헬멧을 두고 오자는 아이. 다시 처음으로 도돌이표다.


결국 나는 5분이면 등원할 길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40분에 걸쳐 가기에 이르렀다. 몇 미터 가서 우는 아이를 안아서 달래고 다시 설명하고 설득해서 자전거에 앉히고, 그러다 또 멈춰 서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다시 설명하고 설득하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우는 얼굴로는 창피해서 유치원에 못 간다는 아이를 한참을 안아주며 진정시켰다. 결국 아이는 잠깐 썼던 헬멧을 벗고 다시 쓰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게 어렵게 유치원에 도착했고, 여름이의 울적한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인사를 건네는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린 뒤, 나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아이를 들여보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데, 온몸과 마음에 힘이 쭉 빠져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오만생각이 다 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침부터 감정소모가 너무 컸다.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엉엉 운 아이도 지쳤을 테지만, 아이를 그렇게 울린 나도 완전히 지쳤다. 결국은 역시나 엄마인 내 잘못일 테다. 자전거탄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헬멧을 쓰는 게 맞다고 하는 나는 과거도 틀렸고 현재도 틀린 엄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는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현재를 바꾸기도 영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 틀려먹은 엄마가 된 나는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도, 아이에게 내 뜻을 관철시키지도 못한 채 그 사이 어딘가를 계속해서 방황한다.


내가 하도 헬멧을 쓰라 그랬더니 요 며칠 아이는 자전거 대신 킥보드를 택했다. 여전히 나는 정답을 알지 못해 아이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킥보드를 탈 때도 헬멧을 써야 한다고 하지도 못했고, 헬멧 안 써도 되니 자전거를 타고 된다고 하지도 못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한 번 틀린 문제를 또 틀릴 수도 있는 걸까. 그럴 것만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문제들을 풀지만, 이렇게 한 문제만 틀려도 금세 나는 낙제생이 된 것만 같다. 육아에 우등생이라는 게 있을까…. 오늘 아이는 하원 후에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집에 가서 저녁 차려야 하는데…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나는 아이들과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이는 신나게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얕은 턱에 킥보드가 걸리면서 앞으로 꼬구라졌다. 이마도 팔꿈치도 무릎도 벌겋게 상처가 났다. 아이를 안아 올려 달래주었다. 울음을 그친 아이는 “여름이 아프니까 과자 사줘~“ 한다. 그 와중에 과자타령을 하는 걸 보니 괜찮아졌나 보다 싶다.


공원에 있는 매점에 가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주었다. 맛나게 먹는 아이를 보니 귀여움에 웃음이 난다. 그런데 다친 아이 이마를 보니 나는 또 헬멧이 생각난다. 여전히 나는 틀린 문제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에게 조용히 헬멧이야기를 꺼낸다. 헬멧을 쓰면 아까처럼 넘어져도 이마를 다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다음에는 한 번 쓰고 타보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를 조심스럽게 설득해 본다. 아이도 조심스럽게 수긍을 했다. 그래놓고도 안쓸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나는 여전히 정답을 모르는 엄마지만, 너를 향한 사랑만큼은 정답이 아닐 리 없음으로 좋은 성적보다는 성실한 학생이고자 한다. 육아에 있어서는 나도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기에…


헬멧쓰기! 설득 실패…
매거진의 이전글부모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