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과후 수업 보러 갔다가 내가 배운 것들.
이번 주는 첫째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지난 학기에도 공개수업을 갔었지만, 이번 분기에 새로 듣는 수업들이 있어 처음 참관해 보는 공개수업들도 3가지나 있었다. 그 세 가지 수업은 로봇제작, 학교체육, 방송댄스였다. 내가 학생이었다면 절대 신청하지 않았을 것 같은 수업들이다. 로봇제작과 학교체육은 남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지독한 몸치다. 댄스라니 가당치 않다. 나와 비슷한 내 딸아이가 그 수업들을 신청하는 게 의아하면서도 기특했던 터라 나는 내심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궁금했다.
제일 먼저 로봇제작 수업을 참관했는데, 역시 남학생들이 손이 빨랐다. 익숙하게 부품들을 다루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 아이는 지난 시간에 만들었던 로봇을 해체하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같은 수업을 들어도 이미 로봇수업을 전부터 들었던 친구들은 더 어려운 단계의 로봇을 제작하였는데, 더 복잡하고 큰 로봇들을 만드는데도 더 빨리 완성한 친구들이 많았다. (역시 경험자들은 다르더군) 먼저 로봇을 완성한 친구들은 선생님이 준비해 놓은 골대에서 로봇을 조종해 골을 넣어보며 한참을 즐기고 있는 사이, 가을이는 한참을 로봇을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매 시간마다 이런 식인 걸까?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가 이 시간을 버거워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 아이도 척척 로봇을 빨리 잘 조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먼저 다 조립하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빨리 하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이는 자기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다. 모르는 것은 같은 조 친구에게 물어도 보고, 때로는 선생님의 도움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 아이를 보는데, 조바심을 낸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뒤에서 같이 설명을 듣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로봇은 내가 관심 있고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나에게도 어려운 것을 아이가 저렇게 차근히 해낸다는 것이 대견했다. 아이는 결국 시간 안에 로봇 조립을 마쳤고, 놀이 시간도 잠깐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은 학교체육 시간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줄넘기를 저렇게나 다양한 동작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진행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가 학교체육시간에 늘 줄넘기를 챙겨가는 것을 그러려니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이는 이전보다 줄넘기 실력이 많이 늘어있었다. 하지만 발을 번갈아 뛰는 동작이나 뒤로 돌리기 같은 동작에는 여전히 서툴렀고, 양말 모아 뛰는 기본동작도 다른 친구들보다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줄넘기는 조를 나누어 어느 조가 더 빨리 하나 대결을 하는 형태로 진행하시곤 했는데, (물론 다 같이 하거나 개별적으로 진행하시기도 했다.) 잘하는 친구들의 눈에 느린 내 아이가 답답해 보일까 봐 순간 걱정이 되었다. 집에서 줄넘기 연습을 좀 시켜줬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것도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실력대로 최선을 다해서 수업에 임하고 있었고, 자신의 실력이 다른 친구들보다 못한 것을 속상해하거나 그 때문에 포기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집에 와서 줄넘기를 잘 못해서 속상하다고 이야기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아이는 여러 체육활동에 (잘하던 못하던) 즐겁게 임했다. 심지어 수업 후반에는 피구를 했는데, 피구는 내가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 제일 하기 싫어했던 종목이다. 나는 대부분의 구기종목을 싫어했는데, 그중 제일 싫었던 것이 피구였다. 가뜩이나 공이 무서운데, 그걸 나를 향해 던지는 게임이라니…. 최악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피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임했다. 한 번도 공을 잡아 던지지는 못했지만,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고 수업이 끝나고서는 제법 끝까지 살아남은 것을 뿌듯해했다.
다음날 있었던 방송댄스 수업도 비슷했다. 아이는 (내가 보기에) 그다지 댄스에 소질이 있진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주눅 들지 않고, 학부모님들이 보는 앞에서도 열심히 배운 댄스를 선보였다. 잘하지는 못해도,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그 자체로 즐거워했다. 나는 3일간 아이가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난 아이가 그저 잘했으면 싶었던 나의 얄팍한 마음을 반성했다. 학교는 그러려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실력보다 경력을 쌓아 가는데 집중하는 아이에게 나는 다시 한번 배웠다. 잘 못해도 하나하나 경험해 가면서 자신의 속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도 도전하고, 그 자체로 즐기는 모습에서 나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훌륭하게 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을 더 바라랴. 나는 어떠한가. 경력자가 되기도 전에 실력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지.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지. 나는 그런 어른인지 돌아보니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어린이에게 배우는 어른이다. 방과후 학교 공개수업을 참여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자 동생은 ”언니 어릴 때 엄마가 찍은 영상 같아 “라고 했다.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내 학창 시절을 정말 많이 떠올렸다. 아이는 몸치인 것까지 날 닮아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이의 태도에서 나보다 나은 너를 발견했고, 그런 네가 자랑스러웠다. 실력은 ”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을 말하고, 경력은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지내옴 “을 뜻한다고 한다. 학교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멋지게 겪어내는 네가 결국은 힘이나 능력도 갖추게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설령 힘이나 능력을 많이 갖추지 못한다 해도 어떠한가. 그 경험을 즐겁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니겠는가! 그래! 엄마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삶이라는 학교에서 나도 즐겁게 수업에 임해야지! 여러 가지 경험을 멋지게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