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쩌면 BB탄 총알 하나에서 오는 것일지도 몰라

작고 사소하지만 귀여운 나의 행복

by 장새미

인생에는 종종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 나에게도 얼마 전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것 때문에 나는 종종 화가 나고, 뜬금없이 불안하고, 대책 없이 울적하고는 했다. 아니 그것들은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눈물을 보였고, 쉽게 분노했다. 그 감정들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소화시키고 싶은 감정들이었지만 소화가 되기는커녕 돌이켜보면 돌이켜 볼수록 더 명치에 턱 하고 얹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늘 내 자유시간에 나는 그 감정들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게시물을 보았다. 제목은 이랬다. “단 1분의 분노만으로도 면역력이 5시간 약화된다.” 나는 그 제목에서 문득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잠깐만! 그럼 대체 내 면역력은 몇 시간이나 악화된 거람??’ 계산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내가 몇 분을 분노했더라? 아… 내 면역력은 아주 박살이 났겠구나…’ 하면서 게시글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연구에 따르면, 강한 분노와 부정적 감정 반응은 짧은 순간에도 면역 기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격한 감정이 폭발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급격히 분비되고,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감염이나 염증에 대한 방어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것이죠. 이는 분노뿐 아니라 지속적인 스트레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됩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 질환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을 관리하는 습관은 기분뿐 아니라 면역 건강을 지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명상, 호흡 조절, 긍정적 관계 유지 같은 정서 안정 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나는 즉시 내 부정적 감정들에 대해 쓰던 것을 멈추었다. 원래의 나는 부정적인 감정도 어느 정도 표출하고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부정적 감정 표출은 이미 제법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반대되는 감정에 집중해보자 싶었다. 나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상대가 잘못한 점이 있고, 그것 때문에 내가 상처받고 분노하는 것이 정당하긴 했으나 그것 때문에 더 이상 내 면역력을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 내가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하고 돌이켜보는데 확실하게 떠오르는 한 순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길 가다가 BB탄 총알을 주웠을 때였다. 우습고, 약간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그 BB탄 총알을 주우면서 분명히 즐거웠다. 왜였을까? 그건 바로 둘째 때문이다. 둘째는 요즘 길 가다가 땅바닥을 자주 쳐다본다. 그러다 BB탄 총알을 발견하면 무척 기뻐하면서 그것을 주워가지고 소중히 챙겨 집에 돌아온다. 어쩌다가 내가 하나를 발견해서 주워주면 아이는 금덩이라도 발견한 듯 나에게 어떻게 찾았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집에 와서도 모아둔 BB탄 총알을 세어보며 아이는 행복해한다.


그러다 오늘 내가 혼자 길을 걷는데, 우연히 BB탄 총알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기뻐하며 얼른 그 총알을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가 이걸 찾았다는 걸 여름이가 알면 기뻐하겠지?’하는 생각이 나를 즐겁게 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 BB탄 총알을 두 개나 주웠고,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의 표정은 놀람, 설렘, 행복이 가득했다. 어떻게 두 개나 찾았냐며 나에게 고맙다는 듯 미소를 건넨다. 그 미소를 보는 것이 나에게 확실한 행복이 되었기에 BB탄 총알을 줍는 순간은 내게 행복을 줍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자 웃음이 났다. 행복? 뭐 별거 아니네.ㅎ 행복이 길가에 버려진 BB탄 총알 한 알에서 오는 것이었다니. 그렇다면 요즘 나에게 행복이 얼마나 많은 순간 있었던가. 첫째 동전지갑에 아이 이름을 자수 놓아주었더니 아이가 나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했는데, 그게 바로 행복이었지. 좋은 노래를 발견한 것도, 귀여운 실내화를 장만한 것도 그래 맞아 행복이었지. 무엇보다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별종인가 싶은 순간에, 나의 마음에 동의해 주며 같이 별종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으니 외롭지 않아 그것도 행복이리라.


인생에는 종종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행복한 일들도 일어난다. 행복은 어쩌면 BB탄 총알 하나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불행을 들여다보기보다 BB탄 총알 하나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작고 사소하지만 귀여운 나의 행복. 그것이 나의 면역력을 높여줄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주운 BB탄 총알 두개 그리고 여름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내게 선물해준 장갑, 등원길에 BB탄 총알 줍는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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