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새미 Jan 19. 2023

엄마가 혼내면 내 상상력이 사라져요

믿거나 말거나

아침에 등원 준비를 하는 시간. 아이들을 먼저 준비시키고 (아직 등원은 첫째만 하지만, 둘째도 데리고 나가야 하므로 둘째도 옷을 입혀야 한다.) 아이들이 각자 노는 사이 나도 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가 나에게 와서 엉뚱한 얘기를 한다.


가을: 

엄마, 여름이는 상상을 잘하는데 나는 잘 못해.


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아는 사람 중에 가을이가 상상을 제일 잘하는데!ㅎ (아이는 혼자서도 어떠한 상황을 상상하며 역할놀이에 쉽게 빠져들어 한참을 놀곤 한다.) 


가을: 

내 상상이 없어졌어~ 


나: 왜?


가을: 

엄마가 혼내면 내 상상이 없어져~

상상은 저 멀리 우주에서 오는데,

엄마가 혼내면 깜짝 놀라서 상상이 도망가버려~


나: 

아 그렇구나~

그럼 엄마가 혼내지 않으면 가을이 상상이 다시 와?


가을: 응!


그런 발상 자체가 상상력갑 아닌가?ㅎ 그나저나 내가 가을이를 혼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본다. 등원 준비 시간에는 시간 맞춰 유치원을 가야하는터라 시간제한이 있어, 뭉그적거리는 아이에게 언성을 높일 때가 자주 있다. 그날도 아마 내가 그랬던 모양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게 화를 낸 건 아닌데, 아이 입장에서는 격양된 나의 목소리만으로도 화를 냈다고 느껴지나 보다.) 엄마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상상력을 핑계 삼아 돌려 말하는 저 아이는 정말 어디까지 귀여울텐가... 


이후로도 아이는 한참을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상상이 우주에서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조잘조잘 설명을 한다. 그건 아마 ‘잠이 오는 이야기’라는 동화책에서 오마주 한 듯하다. 가을이의 상상이 무사히 가을이에게 오게 하기 위해서, 가을이의 상상이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엄마가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을이도 아침에 등원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부탁했다. 가을이가 그렇게 해준다면 엄마도 화를 내지 않겠노라고 아름답게 대화를 마무리 하자, 아이는 이내 자기의 상상이 돌아왔다며 기뻐한다. 그러더니 장난감을 가지고 늘 잘하던 역할놀이에 빠져든다.


'아니... 저기... 등원해야 한다고....!!!!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