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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Aug 10. 2024

옷깃 따위 스치지 않고도 인연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기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갔다. 숙소 근처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는데, 어느 순간 첫째 가을이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가을이는 자기대로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단지 우리 가족이 아닌 (심지어 가을이 또래의 사촌들도 함께 간 여행이었다.) 계곡에서 처음 만난 언니 그리고 동갑인 남자아이와 같이 놀고 있었다. 나는 ‘역시 김가을이다!‘하는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가을이는 그런 아이다. 동네 놀이터를 가도 매번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논다. (진짜 대단해!ㅋㅋㅋ) 수줍어하는 듯하면서도 어느새 다가가 인사를 나누고 자기를 간략하게 소개한 뒤, 같이 놀자고 하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친구가 된다. 대게 아이들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함으로 나이가 꼭 같지 않아도 금세 서로에게 즐거움을 더해주는 존재가 된다.


나는 가끔 그런 가을이가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확신의 외향형인 나에게도 사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편인 데다 때때로는 그런 일을 스스로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나도 어린 나이에 미국(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에 가서 아무 어려움 없이 유치원을 적응해 다닐 정도의 능력을 지녔지만 그런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타입은 아니다. 누가 내게 먼저 말을 걸면 대화를 잘 이어가지만, (이상한 사람이나 영업사원이 아니라면 나한테 말 걸어주면 좋아한다. 가령 카페 사장님이 날 알아보고 대화를 걸어주면 좋아한다.) 내가 대화의 시작을 만들어가는 (고로 관계의 시작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가을이가 저렇게 쉽고 편하게 새 친구들을 사귈 때마다 나는 제법 놀란다. (나도 저 나이 때는 그랬을까?)


그렇다면 너는 누굴 닮은 걸까?


생각해 보니, 남편이다. 나와 MBTI가 맨 앞글자만 빼고 같은 남편. 나는 ENFP 남편은 INFP. 즉, 남편은 내향형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사람과도 금세 편해지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을 편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그 기간 동안 남편은 독일로 출장을 가 있었는데, 그런 그가 회사 일정이 끝나고 근처 강가(계곡?)로 짧은 산책을 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왠 프랑스인이 있는 게 아닌가. 독일 본사로 교육을 받으러 온 프랑스지사 직원이었다. 회사 일정 때문에 외국직원들과 같이 교육을 받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심지어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스페인, 프랑스, 독일 사람들이 모여서 영어로 대화하려니 쉽진 않았을게다. 그런데 심지어 개인 쉬는 시간에 까지 처음 만난 외국인과 강가에 놀러 나가는 남편의 모습이 계곡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가을이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래, 당신에게서 온 유전자구나 싶다.


심지어 출장을 갔다 돌아온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옆자리에 앉은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게 된 남편은 (나는 화장실 가기 위해 잠시 양해를 구하는 것 외에 ’ 대화‘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좀 신기하긴 한데ㅋ)  그분이 현재 수원 영통에 사는 것을 알게 됐고, (수원 영통은 우리 신혼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우리가 수원 살 때 단골이었던 북카페를 소개해줬다는 그. ㅋㅋㅋㅋㅋㅋ 진짜 사교성 무슨 일이야 ㅋㅋㅋ 그대의 사교성은 국적,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는구나. ㅋㅋㅋㅋㅋㅋ


생각해 보면 그런 남편 덕분에 우리는 참 많은 멋진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제주에서 묵게 된 펜션 사장님과 친해져서 그 집에 개인적으로 놀러 가게 되는 사이가 됐다 그럼 말 다했지 ㅋㅋㅋ)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감사한다. 나는 우리 딸이 그런 당신의 모습을 닮아 감사하다. 당신을 닮아 이 아이는 또 얼마나 멋진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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