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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ul 11. 2023

주간 새미일기

2023.07.03(월)~2023.07.09(일)


2023.07.03 (월)

지난주부터였나, 요즘 들어 둘째가 그렇게 안아달라고 난리다. 안아주는 것도 잠깐이지 집안일해야 하는데 매달리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오늘 저녁에도 그랬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 배고프다는 아이들에게 먼저 저녁을 만들어주었다. 음식 하는 중에도 몇 번이나 안아주고, 식사하는 중에도 음식을 흘리는 거 닦고 (소스 더 달라 물 달라) 시중들고 정신이 없었다. 어찌어찌 애 둘 식사를 마친 뒤 아이들에게는 만화를 틀어주고 남편과 내가 먹을 저녁을 만들려는데 또 둘째가 매달린다. (만화를 보라고ㅠㅠㅠㅠ) 뜨거운 불을 쓰고 있는 중이라 위험해서 안아줄 수가 없는데 울고불고 난리다. 부엌에서 벗어나 방에서 안아줬는데 계속 부엌으로 가라고 또 난리... 안된다는 말에 막 뒤집어진다. 막상 부엌으로 가도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달라는 쪽쪽이도 물려줬는데 계속 징징... 뭔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내 얼굴을 때린다. 결국 나도 폭발했다. 안방 침대 위에 애를 팽개쳐버렸다. 그러자 오열오열... 나 몰라라 하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던 둘째는 나를 쫓아 나온다. 나도 못살겠다 싶어 아이들 침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이는 문 앞에서 오열을 한다. 하지만 문을 열어줄 수 없었다. 나도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째가 뭘 해달라고 왔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서 밥을 해 먹어야 하나 회의감이 들고,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나라는 엄마가 서글펐다.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둘째의 울음소리도 버티며 문을 열지 않았었는데 결국 5분? 3분? 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열게 된 건, 첫째의 우는 소리 때문이었다. 엄마가 안아주지 않자 괜히 누나한테 가서 화풀이를 하는 둘째가 첫째를 때린 것이다. 하... 결국 나는 둘째를 첫째로부터 떨어트려놓기 위해 그 아이를 안았다. 누나를 때리면 안 된다고 혼내려고 안아 들은 것인데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기댄다. 혼은 나도 엄마가 안아줘서 기쁜 둘째.... 그렇게 울더니, 안아줬다고 바로 웃는 네가 어이가 없지만 또 귀엽고 그렇다.... 아... 육아 참 쉽지 않다...


2023.07.04 (화)

새벽에도 누나 얼굴을 할퀸 둘째 때문에 첫째가 울고불고, 애들 덕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로한 하루의 시작이다. 나의 우는 소리에 엄마가 오늘 둘째를 (엄마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겠다고 하셨다. 첫째까지 같이 엄마네 가서 저녁을 먹고 둘째만 두고 나오는 길. 첫째랑 둘이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차 안에서 첫째가 신난다는 듯 말한다. 여름이를 두고 와서 좋단다. 왜냐고 물으니 괴롭히는 동생이 없으니 좋단다. 그러고는 엄마는 어떠냐고 묻는 첫째. “기뻐? 슬퍼?” 하길래, 왠지 중립을 지켜야 할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했다. 둘째를 크게 질투하지도 않고, 무척 잘 챙기는 데다 양보도 잘하는 첫째였다. 그래도 네 마음 한편에는 양보하기 싫은 마음도,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지... 그런 네 마음을 그래도 숨기지 않고 그렇게 표현해 줘서 고마웠다. 싫으면서 좋은 척, 좋으면서 싫은 척하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2023.07.05 (수)

미국에서 사촌언니네 부부가 놀러 왔다. 다 같이 저녁에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아이들 모두 식당 안에 있는 놀이방으로 먼저 뛰어가기 바빴는데, 먹성 좋은 둘째만 자리를 지켰다. 고기가 얼른 구워지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불판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얌전히 앉아 있었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빨리 구워지지 않자 울면서 막 짜증을 냈다. 그 모습을 본 언니가 요즘엔 그런 모습을 두고 hangry라고 한다고 했다.  hungry와 angry의 합성어로 배고프고 짜증 나는 상황을 표현하는 거라고...ㅎㅎ 이제부터 김여름을 Hangry KIM이라고 불러야겠다.ㅋ


2023.07.06 (목)

내가 가사노동 중에서 제일 하기 싫어하는 것이 요리다. 음식을 만드는 데는 영 취미가 없다. 잘 못 만드는 것은 아닌데 그냥 재미가 없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먹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남편이  광주에 출장 갔을 때 먹었던 애호박 찌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돼지고기랑 애호박이 잔뜩 들어간 찌개인데, 광주에서만 주로 먹는 음식이라 여기서는 파는 식당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었다. 그 얘기가 영 마음에 남아 벼르고 벼르다 오늘 그 애호박 찌개를 만들어주었다. 아쉽지만 나중에 광주 내려가게 되면 먹어야지 했었다며 내가 직접 만들어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남편. 그래서인지 광주에서 먹던 맛이랑 똑같다며 연신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남편이다. 아마 그가 그렇게 고마워했던 것은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요리를 애 둘 보면서, 피곤한 와중에도 해주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네가 좋아한다면 해줄 수 있는 것. 연애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사랑 표현법이지만, 그리고 이 사랑이 훨씬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좀 더 깊이 있는 사랑을 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무튼 그깟 찌개 하나 해주고 어지간히 뿌듯해하는 나란 사람...ㅋㅋㅋㅋㅋ


2023.07.07 (금)

가을이는 미술활동을 좋아한다. 미술도구는 제법 사줬었는데, 미술활동을 할만한 제대로 된 책상은 마련해주지 못했었다. 큰맘 먹고 미술 재료까지 잘 구비해 놓을 수 있는 책상을 마련해 주었다. 아이는 그 자체 만으로도 신이 났다. 가을이는 종종 어떤 물건들을 보고 달라고 할 때가 있다. 가령 플라스틱 요구르트 통이라던지 작은 상자 같은 것들을 버리지 말고 달라고 해서 자기만의 만들기 활동을 한다. 지난번에 달라고 했던 유리병과 색깔 털뭉치가 생각나서 챙겨 주었다. 하원 후 저녁식사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준 것이었는데, (엄마한테 오지 말고 혼자 미술활동 하라고ㅋ) 아이는 무척 좋아한다. 날 보고 웃으며 “나 너무 설레!” 하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좋아하다니, 좀 놀랐다. 책상을 만들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유리병에 색종이나 스티커를 붙여 꾸미기나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유리병에 물을 좀 채워달라고 하더니 그 물 위에 불어펜(입으로 불면 물감처럼 색깔이 나오는 펜)을 불어 물 색깔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해보라고 가르쳐 준 적도 없고, 불어펜을 종이 위에 불어 색을 칠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써볼 생각도 못해본 나인데 말이다. 아이의 창의력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세계인 것이 분명하다. 즉,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소리다. 한 때 미술학원에 보내줄까 생각도 했었다. 미술활동을 워낙 좋아하니 미술학원 같은 데 가서 다양한 미술활동을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뭐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아이는 이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의 머릿속은 얼마나 넓고 알록달록한 걸까.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세계가 존재하는 걸까. 나는 그 속이 궁금하고 또 부럽다. 


2023.07.09 (일)

아이들이 크고 작은 것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숫자를 익히게 시작하면 되지도 않는 경쟁을 시작한다. 내가 더 나이가 많다. 키가 더 크다. (심지어 첫째는 머리가 유독 작아 얼굴이 작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좀 더 어릴 땐 그 말을 무척 싫어했다. 큰 게 최고!) 내가 더 높은 층에 산다. 내가 주운 나뭇잎이 더 크다. 내가 색칠을 더 빨리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더 예쁘다. 등등. 어른인 우리들이 보기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가지고 핏대를 세우며 경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결국 눈물을 보이게 되는 일도 있다. 오늘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또 저놈의 경쟁!”하며 혀를 쯧쯧 차다가 멈추었다. 저런 사소한 것들로 경쟁할 수 있는 그 시기가 어쩌면 소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지금이야 대부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아닌 것으로 경쟁을 하지만, 나중에 가면 내가 노력한 부분들에 대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은 데다,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도 경쟁을 시키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던가. 내 사탕이 더 맛있네, 내가 더 크게 방귀소리를 낼 수 있네 같은 것으로만 경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쓸데없는 것들로만 순서를 매기고 이기고 지는 싸움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은 언제까지 저런 경쟁을 하다가 언제쯤부터 하고 싶지 않은 경쟁을 하게 될까. 아이들이 저런 쓸데없는 경쟁에만 열심이면 좋겠다. 성적, 입시, 직장, 소득 이런 것은 경쟁 안 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경쟁해도 시큰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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