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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Aug 14. 2023

주간 새미일기

2023.08.07(월)~2023.08.13(일)

2023.08.07 (월)

지지난주 월요일부터 둘째가 쪽쪽이를 끊기 시작했다. 첫째에 비해 고집도 센 편이고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줄 때까지 울며불며 때를 쓰는 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쪽쪽이를 떼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3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이는 더 이상 쪽쪽이를 찾지 않았다. 다만 이틀째 밤에 깨서 오열을 하기 시작해 1시간 반을 내리 소리 지르며 울었는데, 남편이랑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쪽쪽이를 주지 않자 그 시점을 계기로 어느 정도 포기를 했던 것 같다. 3일 이후로도 몇 번 쪽쪽이를 언급하기는 했으나, "그때 여름이가 버렸잖아~ 이제 없잖아~" 하면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작용은 있었다. 징징거릴 때 쪽쪽이를 주면 달래지곤 했었는데, 쪽쪽이가 없어지자 투정이 무조건 안으라는 것으로 점철되었다. 낮에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하는 건 그래도 좀 낫다. 새벽에 어쩌다 잠이 깰 때 원래는 쪽쪽이를 다시 물려주면 쉽게 잠이 들었었는데, 그 쪽쪽이가 없어지자 자다 깨서도 오열오열을 하며 안고 서있으라 난리였다. 처음에는 쪽쪽이를 끊은 것이 기특해 더 자주 안아주고 새벽에도 안아서 달래주곤 했었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하자니 육아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안아달라 해도 엄마가 설거지 중이니 지금은 못 안아준다며 거절하기도 하고,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방법도 안 통할 때가 있다. 오늘이 유독 그랬는데, 뭐만 하면 울고 불고 생떼를 쓴다. 그래서 오늘은 "뚝해야지 안아줄 거야!" 했다. 그랬더니 진짜 울음을 그치는 게 아닌가. 오... 말이 통하는 시기가 되니 이런 게 좋구나 싶다. 울고불고하면 써먹어야지 싶다. 새벽에도 깨서 울고불고했다. 안아주지 않고 그냥 옆에 가서 누워있었다. 안아주면 한도 끝도 없이 안고 있으라 하는 데다 잠든 것 같아서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또 우니, 너도 못 자고 나도 못 자고 둘 다 괴롭다. 어차피 울 거 누워서 울리자 싶어 그냥 가만히 누워있었더니, 울고 짜증 내다 포기하고 내 옆에 파고들어 잔다. 아이고 쪽쪽이 끊어서 편해졌다 했는데, 부작용으로 온 안아병을 끊어내느라 더 고생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런 거 같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걸 다 해줄 수 없다. 다 해줘서도 안되고. 그러니 하나씩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끊어내는 작업을 수도 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느끼는 거지만 그 끊어내는 작업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하는데, 칼같이 끊어내는 건 부모가 더 힘들어한다. 그래도 좀 더 안아줘야지, 그래도 애긴데, 이렇게 하면 애가 너무 힘들어할 거야... 이렇게 미련을 부리는 건 오히려 부모인 내쪽이 아닌지...ㅎ 새벽에 깼을 때 안아주는 것도 안 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다시 잠드는 법을 터득하겠지... 그 시간을 견뎌 내야 한다... 파이팅...

야식 먹으며 신난 가을&여름

2023.08.08 (화)

우리 엄마가 종종 하던 말이 있다. 새미 네가 기분이 좋으면 엄마도 기분이 좋다고. 첨엔 '그런 게 어딨어. 엄만 이상해. 내 기분이랑 엄마 기분을 그렇게 결부시키면 안 되지!' 했던 것 같다. 나는 세상에서 내 기분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제 남편이 갑작스러운 1박 2일 출장을 통보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날이다. 먼저 하원한 둘째를 데리고 있다가 첫째를 하원하러 가는 시간. 아 이제부터 애 둘을 내가 혼자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기다려도 남편은 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난 이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그런데 유치원을 하원한 첫째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점심시간에 가지를 잘 먹었다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서일까. 콧노래를 부르며 룰루랄라 신이 났다. 유치원에서 친구랑 무슨무슨 놀이를 했는데 재밌었다고, 에어바운스하고 열심히 놀아서 땀을 많이 흘렸다고, 자기가 이제는 가지를 잘 먹는다고 조잘조잘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첫째를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짜증을 잘 내지 않는 첫째도 유치원 일과를 마치고 나면 피곤이 몰려와서 그런지 초저녁시간에 짜증을 잘 내는 날도 있는데, 고맙게도 오늘은 아니었다. 이모가 빌려주어 생긴 책상 스탠드도 마음에 들고, 이번 휴가 때 구멍 나서 버린 튜브 대신 산 새 튜브도 너무너무 마음에 든단다. 아이가 기분 좋아하니까 나도 독박 육아가 훨씬 수월하다. 차려준 밥도 싹싹 긁어 다 먹어주고, 혼자 잘 놀아주는 첫째 덕분에 좀 징징거리는 둘째는 참을 만했다. 설거지하는데 안아달라 울며불며 매달리는 둘째를 달래 기차놀이도 하고 주방놀이도 해주었다. 원래는 독박육아일 땐 힘들어서 저녁을 차려먹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도 햄버거나 시켜 먹어야지 했다가, 애들이 잘 놀아줘서 유통기한 지난 두부를 얼른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두부김치까지 해 먹었다. 아이가 기분이 좋으니 나도 아이를 달래고, 놀아주고, 저녁도 해 먹을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잘 준비를 위해 아이들 목욕시키고 양치도 시켰는데 빵이랑 우유를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쿨하게 먹자고 했다. 일찍 재우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길 바랐다. 셋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야식을 먹으며 앉아 있는데, 별것도 아닌 걸로 장난치며 둘이 깔깔 웃고 신이 났다. 그래, 너희들이 기분 좋으니 나도 좋구나. 엄마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독박육아는 힘들지만, 그래도 너희가 즐거워해주어 버틸만했구나. 고맙구나.


2023.08.09 (수)

여름이는 자동차를 좋아한다.라고 쓰고 보니 자동차라기보다는 탈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비행기 부어 기차까지 다 좋아하니 말이다. 나는 여름이 덕분에 알았다. 우리 동네 하늘에 헬리콥터들과 비행기들이 이렇게나 자주 지나다닌 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집 옆에는 대학병원이 있어서 구급차가 자주 지나다닌다. 길 가다가 알아채는 건 이해가 되는데, 집 안에서도 구급차 소리는 기가 막히게 듣는다. 어린이집 하원하면 아이를 잡으러 다니기 바쁘다. 자동차 구경을 위해서 아파트 내 도로에 냅다 뛰어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겨우겨우 말려서 보도블록에 세워두고 자동차 구경을 시켜주었다. 무슨 특별한 차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아닌데, 한대 한대 지나갈 때마다 "우와~우와~"한다. 그리고 묻는다. "저거 무야?" 자동차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다. 처음엔 다 자동차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화를 내길래(그냥 보기에도 다 다르게 생겼는데 똑같이 자동차라고 하는 게 화가 났나 보다;) 종류를 구분해서 말을 해주기 시작했고, (봉고차, 트럭, 택시 등등) 그것마저 만족하지 못하길래 이제는 아예 자동차 이름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랜저, 아반떼, 카니발 등등) 그렇게 더운데 보도블록에 서서 차구경을 한참 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캠핑의자를 하나 가지고 나와서 앉아서 보자 할까....;;' 20분 정도 차구경을 했던가;; 이제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유인책을 썼다. "우와! 여름아! 저기 봐!! 저기 트럭 있어 트럭!!" 이렇게 특별한 자동차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 잘 따라오는 것을 이용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은 아파트 내 삼거리에 서있는 게 더 다양한 자동차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쉽사리 따라오지 않았다;; 결국 앉기라도 하고 싶은 나는 버스정류장에 가자고 아이를 꼬셨다. 버스라는 말에 아이는 냉큼 따라나섰다. 그렇게 함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내 동생 생각이 났다. 내 첫째 조카도 탈것 덕후라 (그중에서도 버스를 제일 좋아함) 자주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오가는 버스를 한참 동안 구경하곤 했었다. 그때 동생을 보며, '아이고 저것도 참 고생이다.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생각했었는데, 내 아이 덕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어 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버스정류장은 가만히 앉아서 온갖 차들을 구경할 수 있는 데다 햇볕도 막아주는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까지 행복해하니, 놀이터에서 아이 쫓아다니는 것보다 백 번 나을 수 있겠다 싶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런 탈것들이 그렇게나 좋을까 싶다. 심지어 여름이는 위로 누나가 있어 집에 자동차 장난감들이 별로 없었는데도, 오로지 관심사는 자동차들이었다. 신기하다. 그렇게까지 확고한 취향이 있다는 게, 그리고 부럽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저렇게까지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동생을 보니 조카 덕에 목적지 없이 버스 타고 종점에도 다녀오고, 차가 있는데도 전철 타고 먼 동네를 다녀오고, 여행 가면 새로운 탈 것을 태워주기 위해 미리 예약하고 그러던데... 왠지 그게 나의 미래인 것 같아 조금은 두렵다...ㅋㅋㅋ 탈것들이 그렇게 좋니 여름아?ㅋㅋㅋ


2023.08.10 (목)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강의의 일부만 편집한 영상이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한 연구팀 조사 결과, 엄마는 아들을 많이 낳을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반면 딸은 몇 명을 출산하더라도 엄마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미있는 사실은 아빠는 아들이든 딸이든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엄마가 이해하기 힘든 아들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는 거다. 아빠는 아들의 행동이 어쩐지 익숙하고 동질감이 느껴져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말이다. 우리 집에도 하나 있는 아들을 생각해 보니 그렇다. 더군다나 나는 딸을 키우다 아들을 낳은 케이스라 더 비교가 되기도 한다. 가을이 키울 때와는 딴판인 여름이를 보면서 나도 '왜 저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태풍이 온다 그래서 장화도 신고 우비도 입고 우산까지 중무장을 하고 등원을 하러 나갔다. 다행히 그 시간엔 비가 세차게 오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법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여름이는 아파트 동 입구를 나서자마자 비가 온다며 하늘을 쳐다보고 서있다. 우산도 쓰지 않고 우비에 달린 모자도 쓰지 않고 말이다. 여름아 모자 써야지! 그만 보고 이리 와!! 아무리 불러도 올생각이 없다;; 우산은 아직 똑바로 쓰고 걷는 게 어려워 쓰기 싫은 건 그렇다고 치자, 그럼 우비에 달린 모자라도 쓰라고 여러 번 계속 씌워주는데도 또 벗고 또 벗고;; 물웅덩이만 골라 걷고, 죽어도 안 쓰겠다는 우산은 곧 죽어도 자기가 들고 가겠다더니 흙탕물 쑤시는 용이었다;; 그런 둘째를 보고 있자니 엄마의 수명을 줄게하는 아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떠오른다. 스트레스받지 말아야지... 그러려니 해야지... 내 수명 줄어들라... 하고는 그냥 비 맞고 가라고 놔뒀다. 앞으로도 네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해도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ㅋ 위험한 것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하라고 둬야겠다. 경험을 해보면 너도 배우는 것이 있겠지 ㅋ

가을이에게 처음으로 피아노를 가르쳐준 날

2023.08.12 (토)

가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던 적이 있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언니들 몇몇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면서 엄마처럼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학원 보내는 것을 망설이던 것은 내쪽이었다. 발레학원, 미술학원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것들이 금방 금방 바뀌는 가을이라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어린 나이부터 학원이라는 곳에 별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선행학습 같은 것은 시킬 생각도 없거니와 학교 가기 전까지는 그저 놀기만 했으면 좋겠는 마음이었다. 물론 그 나이대 아이들은 학원도 놀러 가는 것처럼 가는 것이겠지만, 학원 가서 주어진 시간만큼 강제적으로 붙잡혀하다가 혹시나 피아노라는 것 자체에 일찍 질려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반대로 선생님께 잘 배워서, 피아노를 칠 줄 알게 되면 엄청 흥미를 갖게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암튼 학원 보내기 싫은 엄마 마음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아이는 더 이상 피아노 학원을 가고 싶지 않은 시점에 이르렀다. 피아노 학원 이야기가 나오기 한참 전 사실은 나에게 먼저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던 가을이었다. 취미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나였지만 막상 아이에게 가르쳐 주려니 무엇부터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아이들용 피아노 교본도 샀더랬다. 하지만 하원 후에는 둘째 때문에 첫째 하고만 앉아 피아노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짬이 나지 않았고, 그러다 보면 저녁시간이 되어 아파트에서는 피아노를 치기 어려웠다. 그렇게 빳빳한 새 교본만 책꽂이에 다소곳이 꽂혀있게 된 지 수개월이 흘렀다. 집에서 아이들과 무얼 하며 놀아주까 하다가 문득 피아노가 생각났다. 그래서 "가을아 피아노 가르쳐 줄까?" 했더니 신난 첫째. 둘째는 남편에게 놀아달라고 하고, 가을이와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교제 순서에 맞춰 검은건반, 흰건반, 그리고 손모양을 알려준 뒤 손가락에 번호를 매겨주었다. 아직 악보를 읽지 못하는 어린 친구들은 손가락에 번호를 매겨 음계를 가르쳐주는 식이었다. 첫 번째 곡은 '떴다 떴다 비행기'였다. 손가락 세 개만을 이용해 치는 곡이었는데도 가르쳐 주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는 자꾸만 손가락 번호를 무시하고 연주하기 일쑤였기에 나는 옆에서 그것을 계속 지적해 주는 처지가 되었다. "아니지 3번 자리는 3번 손가락으로 쳐야지." "아니 아니, 거기는 4번!" 사실 내 딴에는 아이가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틈틈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틀린 부분을 고쳐주고 또 고쳐주기 바빴다. 내가 계속 지적을 하자, 아이는 마음이 좀 상했던 것 같다. 엄마는 말하지 말고, 자기가 혼자 쳐보겠다는 아이. 그제야 내가 너무 많은 지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의 제안에 나는 바로 수긍했고, 혼자서 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 맞게 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하나하나 지적해 줄 때보다 아이는 덜 틀렸다. 내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하자, 아이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혼자 연습해 보겠단다. 그래서 나는 아예 그 방을 나왔다. 놀라운 것은 내가 방 밖으로 나오자 더 잘 치는 것이 아닌가! 내친김에 다음 페이지까지 넘어가 보는 가을이였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칠 수 있게 돼서 넘어간 것은 절대 아니다.ㅋ) 다음 페이지에서 막히자 다시 나를 부른다. 그래, 난 그 정도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르쳐 줄 것을 다 전달했으면, 한걸음 물러나 지켜봐 주는 것. 옆에 붙어 앉아 틀린 것을 계속 고쳐주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지켜봐 주다가도 아이가 찾으면 다시 옆에 앉아 아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 될 일이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 아이는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진도도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에 따라 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모르겠다. 또 그다음 부분도 배우고 싶다고 할지 아닐지, 피아노를 또 쳐보고 싶다고 할지 아닐. 내가 생각보다 가르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것처럼, 너도 생각보다 배우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을게다. 그래도 우리는 이 짧은 첫 레슨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웠다. 그 배움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에 남긴다. 


2023.08.13 (일)

아이 둘 다 '수족구'에 걸렸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이름도 모르던 병이었다. 열이 나고, 손이나 발, 또는 목에 수포가 생기는 병이다. 지난번에는 목안에만 (말하자면 구내염이) 수포가 나는 것으로 끝났었는데, 이번에는 손 발에도(이외 다른 신체부위들에도) 수포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아프면 모든 것이 전면 중단 된다. 읽던 책도, 듣던 강의도, 쓰던 일기도 올스톱이다. 수족구는 전염성이 있어, 단체활동을 갈 수 없으니 등원도 안되고 교회도 못 간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엄마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 특히나 등원을 못한다는 것은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하루종일 아이 둘을 독박육아할 생각만으로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 분명 여름방학이 끝났다고 좋아한 지 며칠 만에 다시 여름방학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감사할 점을 생각해 보자니 그 또한 상당하다. 우선, 아이들이 많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 감사하다. 여름이만 열이 좀 오르다 내렸고, 가을이는 아예 열도 나지 않았다. 아파서 처지거나 힘들어하지 않는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목에 수포가 심하게 생긴 여름이가 그래도 먹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제법 잘 먹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목에 수포가 생기면 아이들이 아파서 먹질 못하니 의사 선생님들도 아이스크림이나 주스라도 좋으니 무어라도 먹이라고 할 정도다.) 아픈 와중에도 엄마랑 떨어져 외할머니 댁에 돌아가며 있어줘서 감사하고, (사실 아이들은 외할머니댁에 무척 가고 싶어 한다. 그곳이라면 엄마 따위 없어도 행복한 것!ㅋ) 무엇보다 여름휴가 기간이었던 지난주가 아니라 이번주에 아파줘서 감사하다. 7박 8일간의 긴 여행 중 폭염에 노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여행 기간에는 안 아프고 잘 지내준 것이 생각할수록 감사함이다. 수포 때문에 좀 아프다면서도 잘 참아주는 것도 감사하다. 한 명만 걸렸다가 다른 한 명이 나중에 옮을까 봐 걱정하게 하지 않고, 둘이 한꺼번에 걸린 것도 감사하다. 아이들은 수족구에 걸렸지만 이렇게 감사할 것들이 많다. 사실 컨디션이 너무 괜찮아서 애들이 아프다는 걸 잊고 약먹이는 걸 자꾸 까먹기도 한다.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일 아이들은 등원을 하지 못해 나는 독박을 해야 하지만, 이 감사한 것들을 기억하며 기쁨으로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겠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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