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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Dec 07. 2023

주간 새미일기

2023.11.27(월)~2023.11.30(목)

2023.11.27 (월)

아이들 감기증상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다 나은 것은 아니라서 다시 한번 소아과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짓기로 했다. 아침부터 애들 둘을 데리고 소아과 오픈런을 하려는데, 맙소사 비가 온다. 이럴 땐 정말 지하주차장과 아파트가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약국을 들렀다가 아이 둘을 등원시킨 뒤, 깜빡하고 안 가지고 간 가을이 실내화 주머니를 가져다주러 유치원을 다시 한번 다녀온 후 집에 돌아오니 머리가 다 띵하다.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고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식탁의자를 베란다 창문 앞으로 끌고 와서는 달달한 커피믹스 두 봉지를 탄 잔을 들고 앉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도 찾고, 정신을 좀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고 있자니 문득, 전에 읽었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한 자기만의 우울증 극복법이 있었는데, 그 세 가지는 이러했다. “1. 일기 쓰기 2. 동화책 읽기 3. 베란다에 나가서 밖을 보며 좋아하는 잔에 음료 마시기” 오늘 나도 그 세 가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세 가지를 했다. 베란다에서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고, 일기를 썼으며, 동화책은 아니지만 재미나게 읽던 소설책을 읽었다. 역시 기분이 한결 낫다. 휴...


2023.11.28 (화)

어쩐지 어제저녁에 갑자기 나더러 자유시간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니! 원래 화요일 저녁은 남편, 목요일 저녁이 내 자유시간인데 월요일부터 웬일인가 했다. 일주일간의 출장 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인 줄 알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실 화요일에 회식이 있다고.(그럼 그렇지) 그래도 어제저녁에 자유시간 갖고 와서 맘이 한결 좋아져서 내일 회식을 다녀오라고 허락해 주었는데, 양심은 있었는지 1차만 하고 오겠다는 남편이었다. 그렇게 남편은 회식을 허락받고 출근을 했고, 나는 가을이가 좋아하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해주기 위해 낮에 장도 봐왔더랬다. 그런데 하원하고 나오는 가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하루종일 추웠다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누나가 아프니 얼른 집에 들어가자는데, 여름인 건널목에서 내가 킥보드를 잡아줬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집에 얼른 가긴 글렀다. 결국 또 나더러 안으라며 킥보드를 내팽개치는 둘째. 결국 애를 안은 채로 킥보드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이 추위에 땀이 뻘뻘 났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을이는 이불 덮고 드러눕더니 잠이 들었다. 겨우 깨워서 저녁을 좀 먹였는데 (스파게티보단 뜨끈한 우동이 좋다 그래서 우동을 해줬다.) 조금 먹고 안 먹는다더니 또 들어가서 잔다. 힘들긴 한 모양이었다. 가을이가 자는 사이 여름이 저녁을 먹이고 한참 기차놀이를 해주고 있는데, 가을이가 불쾌한 표정으로 깼다. 또 머리가 아프다는 거였다.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그래도 체온계는 노란불이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이마에 얹어주었다. 잠깐 아이들에게 만화영화를 틀어주고 얼른 설거지를 하고 왔는데 벌써 9시가 넘었다. 그런데 가을이가 계속 상태가 좋지 않다. 열을 재보니 이번엔 39도를 넘겼다. (체온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얼른 아이 둘 양치를 시키고, 가을이 윗옷을 벗기고는 본격적으로 물수건으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름이였다. 여름이도 완전 다 나은 건 아니라서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터라 누나 옆에만 붙어있는 내가 못마땅한 게다. 또 안으라 난리다. 결국 여름이를 안고 가을이를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후... 이런 상황이 되니 또 남편이 원망스럽다. 남편이라도 있었으면 설거지라도 좀 해주고, 여름이라도 좀 봐줬을 텐데... 1차만 하고 오겠다던 사람이 10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다. 지난 주말에 여름이가 아플 때도 출장 가서 없더니, 이번에는 가을이가 아픈데 회식 가서 없는 남편. 둘 다 당신이 원해서 간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밉다. 어제의 2시간 남짓의 자유시간에 대한 대가를 이렇게 톡톡히 치르는 꼴이라니... 현관문을 잠가두던지 해야 지원... 넌 오늘 야외취침이다 이씨...


2023.11.29 (수)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마음은 지옥이 되나 보다. 생각이란 생각은 다 부정어로 바뀌고, 그 바뀐 부정어들은 입가를 맴돌다 결국 터져 나오고 만다. 어제 회식 갔다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고는 내 허벅다리를 마구 때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 울음소리 때문이었을까. 둘째가 깨어 나왔다. 아빠가 안아주겠다는데도 아이는 방방 뛰며 엄마를 외친다. 나보다 더 크고 억울하게 우는 아이를 안아 다시 재우는 건 결국 또 내 몫이었다. 회식에서 아빠가 돌아와도 엄마는 육퇴를 하지 못한다. 이 육아에서 잠시만이라도 퇴근이라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새벽 내내 가을이가 열이 올랐고, 오늘 결국 가을이는 등원을 시키지 않았다. 오전까지 지켜보다가 열이 계속 잘 떨어지지 않자, 점심즈음 아이가 병원에 가고 싶다 해서 또 소아과를 다녀왔다. 오후도 내내 아이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는데 점심 먹은 것이 소화가 되지 않는다. 신경성일 것이다. 마음이 지옥밭에 가있으니 맛난 걸 먹어도 소화가 잘 될 리 없었다. 소화제를 먹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계속 속이 쓰렸다. 그러다 저녁즈음 아이가 열이 좀 떨어졌다. 소파에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일어나 미술활동을 하고 레고로 이것저것 만들며 놀기 시작했다. 기운을 차린 모양이었다. 저녁밥도 잘 먹고 밝게 웃고 노래를 부르며 방방 뛰노는 아이를 보니, 거짓말처럼 나도 속이 괜찮아졌다. 그래. 그런 것이다. 아이가 괜찮으면 나도 괜찮고, 아이가 안 괜찮으면 나도 안 괜찮은 것. 이렇게 몸과 마음이 나와 가깝게 연결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자식이란 참 신기한 존재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대사가 처음으로 체감되었다. 진짜로 나도 아프다. 그러니 아프지 말자 얘들아...ㅠ


2023.11.30 (목)

오늘은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여름이 어린이집 상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을이 키우면서는 잘 몰랐는데, 여름이를 키우면서 보니까 가을이가 무지무지무지 무던한 아이였다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가을이는 좋고 싫은 게 별로 없는 아이였는데, 여름이는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데다 한 번 싫은 것은 절대 거부한다. 가을이는 때를 부리는 일도 잘 없었고, 다른 친구들을 밀고 때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여름이는 때 부리는 것이 일상이고, 괜히 다른 친구들을 밀고 때리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악의는 없어서 사과도 바로 한다. 하지만 그러고는 또 민다;;) 그래서 가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상담 갈 때는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없었다. 선생님도 늘 잘한다 잘 지낸다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데 여름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집에서는 야채를 절대 먹지 않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먹는지, 요즘도 친구들에게 몸의 대화를 시도하는지, 집에서는 나에게 너무너무 안아달라 앵기는통에 힘든데 어린이집에서도 그런지 등등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어린이집에서도 야채는 거부, 국에 있는 건더기도 다 빼달라 한단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저조해서 그런가 친구들을 미는 일은 줄었지만 간혹 한 번씩 몸의 대화를 하곤 한단다. 어린이집에서도 하루에 한 선생님을 딱 짚어서 (주로 담임선생님=엄마선생님) 종일 무릎에 앉아있고 밥 먹을 때도 낮잠 잘 때도 옆에 있어달라고 한단다. 심지어 하루는 너무 담임 선생님 무릎에 오래 앉아있어서 담임선생님 힘들까 봐 원장선생님이 사탕 줄 테니 산책 다녀오자고 꼬셨는데도 당차게 거절하며, 다른 친구 데리고 나갔다 오라고 했다는 너...;;; 어휴... 그럼 그렇지...ㅜ 그래도 선생님은 앞뒤가 똑같아 순수한 친구라며, 고집은 있어도 집중력이 좋아 관심 있는 것은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라고 했다. 나중에 공부하면 잘할 거라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다. 늘 여름이의 좋은 면을 더 많이 발견해 주시고, 조금 부족한 부분도 언제나 기다려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여름이는 가을이보다 키우기 힘든 타입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ㅋ) 그런데, 집에 와서 상담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한다고 말해줄 수는 없는 일들이기는 해도 여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집에서 랑 똑같이 행동한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을 집처럼, 선생님을 엄마처럼, 친구들을 형제처럼 생각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는 좀 미안하기는 해도 (힘들게 하는 타입;;ㅋㅋ) 여름이를 가족처럼 사랑해 주기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 아닐까. 게다가 여름이는 겁이 많은 편에다, 경계심도 좀 있고, 아무한테나 좋다고 안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여름이가 선생님에게 엄마에게 하듯이 안긴다는 것은 선생님이 그만큼 사랑해 주시는 것을 아이가 느꼈기 때문이리라. 맘 편히 반찬투정을 하고,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하는 건 상대가 편하다는 뜻이다. 그런 어린이집이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채를 먹는 일도, 배변훈련을 하는 일도, 친구들에게 몸의 대화를 하는 것도 자기가 때가 되면 먹고, 도전하고, 그만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네가 그곳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니 다행이다. 그래! 그거면 됐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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