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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개미 Jan 17. 2024

팀장님이 나에게 외롭다고 말했다

상사의 외로움을 이해할 때 생기는 일


팀장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준비할 때였다. 보통은 당해연도의 사업전략과 방향성, 전년도 리더십 진단 결과 중 취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교육을 기획하는데, 당시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런 방식이 매번 너무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데없이 교육담당자서의 사명감 불타오른 나는 "학습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뭐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졌고, 전사 팀장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로 했다.


조사는 인터뷰와 설문조사로 진행했다. 인터뷰는 직군별 소규모 인원을 선정해 대면으로, 문은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특별히 주목할만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적잖게 놀랐다. 회사 팀장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 낀 위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옛날 방식인 상명하복의 업무지시가 여전한데, 팀원들은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는 것이 어렵고, 자신들은 위도 아래도 아닌 중간에 끼어 있는 느낌이 들어 외롭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이 너무도 버겁다는 답변, 팀원에게 다가가는 일이 힘들고 눈치가 많이 보인다는 응답에는 나도 그만 숨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상사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일


그전까지 팀장이란 ‘권한을 가진 강한 존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힘든 건 늘 지시를 받는 우리 팀원이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편하겠다는 생각도 내심 있던 터였다.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압박감을 홀로 묵묵히 견디는 토록 외로운 존재였다는 걸, 왜 전엔 미처 몰랐을까. 그들 또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고, 사람이었구나. 


상사의 외로움을 이해하기 시작한 후 변화한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마음과 태도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진척 된 업무를 처음부터 완전히 뒤집는 상황에도, 전처럼 화가 나지 않았다.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못한 무능한 리더십을 탓하는 대신 “윗선의 지시를 받았거나 다른 사정이 있겠지” 내지는 “번복해야 하는 저 입장도 난감하겠네” 며 이해하는 마음이 생다. 내 마음이 먼저 너그러워지니 갈등이 존재할 틈이 없다.


유독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 거친 언어로 팀원들에게 상처 주는 조직장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어이구 외로워지실 텐데”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세상에 완벽한 리더는 없다”는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사장님의 말처럼 우리가 꿈꾸는 완벽한 리더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팀장들의 속 마음도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저 묵한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를 실히 살아갈 뿐이다. 나는 한 명의 후배이자 동료로서 그런 그들을 돕고 싶다.

교육담당자는 오늘도 고민하고, 연구한다. 조금 서툴고 많이 외로운 130명의 팀장님들을 으로 도울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글, 그림: 꽃개미

낮에는 HR 부서 교육담당자로 일하고 퇴근 후 그림일기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 공황장애 에세이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의 저자

인스타: @sammyk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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