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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실 Mar 23. 2018

감정나눔

식탐과 감각

한동안 식탐이 엄청났을 때가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먹다가 너무 먹어서 기절한 적도 인생에 두 번이나 있습니다.  

밥먹을 때 보면 특히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손으로는 음식을 입에 넣고 입으로는 씹고 눈으로는 다음에 무엇을 먹을까를 살핍니다. 완전 몰입의 경지이자 효율성의 극치입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음식을 몰아넣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먹을 때 식감은 어떻고 넘어갈 때 느낌은 어떤지는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많이는 먹는데 뭘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또한 누구랑 먹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구와 왜 먹었고 무슨 말을 했는지를 모릅니다. 그냥 혼자 음식만 먹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식은 소화가 되고 나면 남지 않습니다. 그냥 소비하고만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일할 때가 있습니다. 손으로는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을 하고 눈으로는 다음에 할 일을 찾거나 검토합니다. 그도 모자라 시간을 쪼개서 단위시간에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을 합니다. 결국은 효율성만을 극대화합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보지 않습니다. 결국 혼자만 음식을 많이 먹은 셈입니다.

그럴거면 혼자 먹지 왜 같이 먹었을까요?
그럴거면 혼자 일하지 왜 같이 했을까요?
그것도 마을 일을요. 그것도 사회적경제 일을요. 그것도 교육을요. 그것도 복지를요.

이제는 혼자 먹지만 말고 음식도 음미하고 옆에 누구랑 먹는지도 함께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처럼 먹다가 기절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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