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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수 Oct 04. 2020

<비밀의 숲 2>가 형편없다고?

tvN 드라마 <비밀의 숲 2>에 대한 변론

<비밀의 숲> 시즌1, 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년 방영한 <비밀의 숲>은 명실상부 그 해 최고의 드라마였다. 한국에서 이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에 탄탄한 플롯, 복선, 세련된 연출과 완벽한 연기까지 결합된 명품 드라마였다. 본인은 이걸 군 복무 시절 생활관에서 IPTV로 봤었는데, 1화부터 무척 흥미진진했기에 도저히 중간에 끊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생활관 선후임들과 다 같이 당직사관 몰래 밤을 새 가며 주말 내내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드라마라면 손사래를 치던 시청자들도, <비밀의 숲>을 보게 되면 미국 고 예산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완성도에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 드라마였다.

 헌데 올해 방영한 <비밀의 숲 2>는 어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연출적인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던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각본에 약간의 허점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밀의 숲 2>가 형편없는 드라마인가? 지루해서 못 봐줄 만한 드라마인가? 인터넷 상에서, 심지어 이 드라마의 굳은 팬층 사이에서 보이는 혹평에 변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이번 <비밀의 숲 2>는 시즌1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 작은 사건에서 시작해 촘촘히 이야기를 쌓아나가 거대한 사건에 맞닥트린다는 커다란 구성에서는 같지만, 근본적인 소재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즌1에서의 검찰과 경찰은 서로 협력하며 수사해나가는 관계이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플롯 중 하나이다. 그 속에서 이전에는 전우였으나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맞닥트리게 된 한여진과 황시목, 그리고 이들이 밝혀나가는 사건이 극을 이끌어나간다.


 본 드라마의 극본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이 데뷔작이었다. 놀라운 데뷔작이었고, 그에 비해 후속작인 <라이프>는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그 드라마는 여러모로 단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프>에서 이수연 작가는 현존하는 조직과 제도의 문제점을 고찰하고 비판하는 데에서 탁월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극은 많이 부족했을지 몰라도, 사회와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날카로웠다. <비밀의 숲> 시즌1에서는 그 관찰의 대상이 검찰에 한정되어 있었다(물론 부수적으로 경찰 내부의 비리, 성매매, 군대 갑질 등의 이슈 또한 녹여냈지만). 시즌 2에서는 검찰 조직과 비등한 비중으로 경찰 조직 또한 조명하려 한다.


 

최빛과 우태하의 공조로 한조 그룹과 검경의 비리를 덮고 침묵하고 있을 때, 그 여파로 억울한 사람은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제대로 구조받지 못한다. 작중에서 몇 화에 걸쳐서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다뤄지는 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 대립. 부패한 조직들이 서로의 이득을 위해 싸우고 있는 바로 이 지금에도, 사건은 일어나고 있고 피해자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부패해 있다.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지만, 두 조직 모두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유일한 해답일까? 작가는 그것 또한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공수처의 일원들 또한 부패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결국 필요한 것은 조직원들의, 사회의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인 것이다. 본인이, 본인의 조직이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함에도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자세. 사리사욕보다 직업윤리와 올바른 사회를 위해 나아가려 노력하는 태도. <비밀의 숲 2>는 그런 이상적인 검찰과 경찰의 모습을 황시목과 한여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극의 후반부,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한여진은 경찰 조직에서 내부고발자로 찍혀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한다. 황시목은 우태하의 증인 조작을 덮으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 강원도 원주로 좌천당한다. 최빛은 자진해서 물러났지만 우태하는 구속영장조차 기각당했다. 조직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희망은 보인다. '조용히 좀 살라'며 황시목을 나무라던 김사현은 '너라도 그렇게 살아야 되지 않겠냐'라며 다독여준다. 한여진은 최빛에게 이야기를 들은 새로운 정보국장의 응원을 받으며, 그의 앞날이 조금은 밝아질 것임을 암시한다. 한조 그룹의 협박에 갈등하던 동부지검장 강원철은 결국 본인의 신념을 지키며 유연재와의 결탁을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다. 또한 본인이 행했던 전관예우 행위를 인정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행동들이 모두 누군가를 억울하게 상처 입히고 죽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고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들의 작은 행동과 결심들이 모여 결국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시즌1에서 이어지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이창준의 희생을 통해 보여주고, 작중에서 그의 죽음을 끝없이 미화시키며 되새기는 부분은 어찌 보면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그가 바라는 세상이 옳았을지언정, 그 방법론은 잘못되지 않았는가? <비밀의 숲>이 더 훌륭한 시리즈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제는 이창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할 차례이다. 다음 시즌에서 이창준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유연재와, 황시목의 더욱 세련되고 치밀한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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