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어릴 적 즐겨보던 로봇만화의 주인공은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다.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이 나타나면 재빨리 출동해 혼내주고 지구 밖으로 쫓아버린다. 패배의 쓴맛을 본 악당은 더 강력하게 진화하여 지구로 돌아온다.
다시 등장한 악당에게 두들겨 맞고 패배에 직면한 우리의 주인공은 다른 로봇들과 뒤늦게 합체를 한다.
어떤 로봇은 몸통이 되고 또 다른 로봇들은 얼굴, 팔, 다리가 되어 새로운 로봇이 된다.
그것은 체육대회에서의 ‘기마전’과는 다른 확실히 다른 개념이다.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더 강력한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브랜드가 만나 공동으로 ‘협력’하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이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브랜드끼리 협업하여 소비자를 공략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는 마케팅 방법론이다.
패션, 식품,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두 개의 브랜드가 만나는 것 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소비자는 1 더하기 1은 2라는 뻔한 답을 원하지 않는다. 브랜드 간의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높인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궁금하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과거 공생 마케팅, 하이브리드 마케팅과 비슷한 개념으로 존재하였고 트렌드의 변화, 기술의 발전 등에 맞추어서 현재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으로의 모습이 되었다. 콜라보레이션의 종류에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셀러브리티 콜라보레이션 마케팅등 셀 수 없이 많다. 각각의 방법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종류가 생겨날 것이다.
초기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진건 패션 업계이다. 명품 브랜드, 스파 브랜드등이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활용하거나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는건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스웨덴 스파브랜드인 H&M은 2004년 패션 교황으로 불리는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를 시작으로 알렉산더 왕등 스타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 일본 최대 스파 브랜드 유니클로는 2003년부터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등의 작품이나 ‘무민’같은 캐릭터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특징 중 하나는 ‘한정판매’이다.
앞서 말한 H&M과 라거펠드의 콜라보레이션은 30개의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한정된 매장에서만 판매하여 이틀 만에 품절이 되었다.
이런 ‘한정판매’의 특징은 패션업계 콜라보레이션에서만 보이는건 아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의 어린이용 메뉴인 ‘해피밀 세트’는 언제부턴가 어린이용이 아닌 어른이용이 되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슈퍼마리오’, ‘미니언즈’ 세트가 선보이자마자 완판되면서 ‘해피밀 대란’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맥도날드 피규어들은 개수가 한정되어있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도 구하지 못하는 만큼 피규어를 얻었을때 드는 성취감도 커 보인다.
‘한정판’이라는 특성상 제품의 희소가치가 높아져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에 재밌는 사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접근이 과거보다 쉬워지고 온라인을 통해 확산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디지털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콜라보레이션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있다.
또한, 콘텐츠의 긍정적인 반응과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스스로 공유하는 문화는 마케팅에서 놓쳐서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SMULE sing! karaoke
2015년, 영국 출생의 세계적인 팝가수 제시제이와 함께 ‘flashlight’를 듀엣으로 부르는 영상들이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얼핏 보면 화상통화로 듀엣을 하는듯 하지만 실은 ‘SMULE’이라는 노래방 앱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였다. 제시제이 혼자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있고, 그 영상에 맞추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려서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SNS에 공유하였다. 영국의 한 10대 소년이 부른 영상은 조회 수 1천만을 뛰어넘었고, 91년생 필리핀 숙녀는 세계 3대 음반사인 ‘워너 뮤직 그룹’소속이 되었다.
브랜드와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제시제이와 소비자들이 콜라보레이션 되어 자연스럽게 SMULE을 홍보하게 된 것이다.
국내 인기 예능인 ‘판타스틱 듀오’의 김영욱PD는 음악과 콘텐츠를 통한 시청자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새로운 예능의 노른자가 될 거로 생각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도 밝혔다.
에어비앤비 X 시카고 미술관
2016년 2월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에 특별한 호스트가 방을 올렸다. 바로 후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반 고흐’이다. 물론 백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반고흐가 직접 올린 건 아니고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에어비앤비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인 ‘Van Gogh BnB’의 일환으로 올라간 게시물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근처 아파트 공간을 활용해 회화기법으로 반 고흐의 대표작품인 ‘고흐의 방’을 재현했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박 예약을 받았다. 실제 호스트 정보에는 고흐의 자화상과 그가 직접 적은듯한 인사말이 적혀있어 실제 살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흐의 방’을 재현하기 위해 31,000달러가 들었지만,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후 600만 달러 이상의 미디어 노출 성과를 만들어냈다. 실제 투숙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20만 명 이상이 반 고흐전시회에 방문하면서 시카고 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눈으로만 보던 ‘고흐의 방’에서 직접 살아보는 경험은 숙박 공유 업체와 미술관의 협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Good eXperience’가 아닐까 싶다.
72초TV X 삼성레벨U
최근 수많은 스낵컬처 영상이 페이스북, 유투브등을 통해 업로드되고있다. 그중 72초TV는 스낵컬처의 선두두자 라고 할 만큼 인기 있는 콘텐츠이다. 1분가량의 분량에 독특한 편집으로 일상 속에서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삼성전자는 무선 헤드셋 레벨U의 홍보를 위해 72초TV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기존 광고처럼 멋진 모델이 제품을 사용하는 뻔한 광고가 아니라, 광고회사에 다니는 남성이 레벨U를 협찬받고 광고를 만들어가는 특이한 콘셉트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면서 점점 병맛으로 변해가는 삼성레벨U 광고제작 과정이 이 영상의 모든 것이다.
72초TV는 원래 재밌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콜라보레이션 영상을 ‘광고’라고 보기보다 영상 콘텐츠 자체로 느꼈다. 내용이 노골적으로 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상관없다. 기분 나쁘지도 않고 오히려 SNS에 공유까지 한다. 광고 효과는 당연히 엄청나다.
영상을 본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무려 99%를 기록했고 영상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30만 건을 넘어섰다. 기존의 72초TV의 콘텐츠 콘셉트를 유지한 상태에서 제휴 브랜드의 제품을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이 된다.
앞으로도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된 스파 브랜드 옷은 판매될 것이고 인기 있는 캐릭터가 새겨진 화장품은 한정판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기에 효과적이다.
다만 VR, AR 등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고 많아지면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방법 또한 늘어난 것이고,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콜라보레이션의 주체가 되어 직접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다.
IBM X 소드 아트 온라인
가상공간을 주제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과 IBM의 VR 기술이 만나 애니메이션의 실제 주인공이 되어 싸워보는 가상현실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이 테스트에는 10만 명이 지원하였고 그중 208명만이 참여하게 되었다. 사용자는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다양한 센서를 장착하였다. 물론 게임 내 퀄리티는 실제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가상공간과 행동인식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IBM을 어떤 브랜드로 생각할까.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이 그려진 베개와 데이트 하는 사람도 있는 세상에 참가자들은 결코 IBM을 단순 컴퓨터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조합은 셀 수 없이 많고, 앞으로도 어떤 사례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앞서 본 사례들은 성공적인 사례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협업 사례도 분명 많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가 협력을 통해 서로 이익을 보는 마케팅이다. 우월한 쪽으로 흡수되버리거나 통합되어 버린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도달하지 못해 시장에서 냉정하게 외면받을 수 있다. 발전된 기술, 트렌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협력하는 두 브랜드가 서로를 신뢰하고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브랜드 간의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내야만이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피카츄와 아구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만화 속에서 다른 만화 캐릭터가 나오면 참 재밌을 거 같네요..
BXRS | 안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