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May 31. 2018

유하! 출현 유튜브 세대

브랜드는 유튜브 시대를 대비하고 있을까?

유하 : '유튜버 하이' 라는 뜻.


출현유튜브 세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하얀 스크린 앞에서 종일을 보내고 나면, 말없이 일렁이는 초록 숲과 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주말을 이용해 따사로운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올 봄의 끝을 잡고 친구들과 각진 도시를 벗어나기로 했다.   


주말이라 멀리는 못 가고, 우리는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가평군을 향했다. 가평군은 경기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적은 곳이다. 휴가철도 아직 많이 남아서인지, 우리가 머문 민박 주변은 인적이 무척 뜸했다. 우리는 맨발로 산을 걷고,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습관적으로 열어본 인스타그램 뉴스피드에는 서울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열기 혹은 얼룩덜룩 강아지의 애교, 괴상한 표정을 지은 친구들의 얼굴로 산만했다. 우리도 질세라 열심히 사진들을 찍어 올렸다.   


그러다가 프레임에 웬 시골 아이 둘이 들어왔다. 보호자 없이도 자연스레 산길을 헤쳐 걷는 걸 보니, 아마 주변에 사는 아이들인가 보다. 자맥질을 하며 노는 우리가 재미있어보였는지, 아이들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우리를 따라 다이빙을 하는데 아뿔싸! 뛰어들기 전 자신만만한 표정과는 달리, 수영을 못 하는 게 아닌가.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겨우 땅으로 건지고 나니, 언제 빠져죽을 뻔 했냐는 듯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가져온 수박을 먹는다.   


오빠는 15살, 동생은 11살. 그럼 우리는 몇 살 같아? 깔깔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아이들이 귀여워 카메라를 들이미니 갑자기 당돌하게 묻는다. “이거 동영상이에요? 유튜브에 올라가면 안 돼요.” 당황하는 우리를 보며, 남자아이는 여동생이 BJ라서 영상에 민감하다고 얘기해준다. 우리는 더 당황스러워진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가 BJ라니. 


소위 '키즈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유튜브 창작자들


진화! 유튜브 플랫폼


세상을 감각하고 경험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젖먹이 때부터 태블릿 PC를 만지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자란 탓에 동화책을 처음 잡곤 검지와 엄지를 벌려 확대하려 했다는 SF 같은 이야기들이, 이제 우리가 만나야 할 세대 이야기이자 살아야 할 시대 이야기다. 


올해를 기점으로, 10대들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모든 앱 사용 시간을 합친 시간을 뛰어넘었다 (출처 :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 2018년 5월 15일 발표자료).  이제 10대는 우리가 TV를 보듯 오락거리를 위해 유튜브에 방문하는 걸 넘어, 검색 엔진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좋아하는 게임을 잘 하는 법이나 머리 혼자 자르는 법부터 학교에서 인기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 요즘 유행하는 최신 고백법까지 온갖 것들을 유튜브로부터 보고 배우고 있다. 이처럼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는 양식이 아니라, 정보를 학습하고 공유하는 보편적인 양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https://youtu.be/Yi6_vm2GBgs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지식인이 아닌 유튜브로 검색한다



미완! 유튜브 시대의 브랜딩


물론 컨텐츠에 있어 영상의 우위가 시작된 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40여 년 전부터 케이블 티비에선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았나. 텔레비전 시대의 브랜딩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컨텐츠들 사이에 삽입되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아침 드라마를 뜻하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당시 최첨단 화학 제품이었던 비누 영상 광고가 성행했다. 이후 인기 컨텐츠 내에서 브랜드를 노출하는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수많은 플랫폼들이 텔레비전의 영토를 빼앗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플랫폼이었던 아프리카TV에서 태동한 BJ(인터넷 방송인) 문화는 MBC 정규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차용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자랑했었다. 한편 플랫폼 사이에서도 각축은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아프리카는 게임 방송에 특화된 트위치,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방대한 아카이브를 축적한 유튜브에 그 권좌를 내주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와 플랫폼에 있어서 커다란 지각 변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브랜딩에 있어 크게 다른 문법은 탄생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수많은 BJ의 방송에서 브랜드는 팝업 형태로 화면 가장자리에 노출되거나, 협찬을 통해 BJ의 방송에 등장하는 정도다. 


브랜드는 방송 가장자리에 노출되거나 방송에 등장하는 정도다


브랜드 저널리즘(브랜드가 언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 가장 선두주자로 꼽히던 레드불은 유튜브에서 700만 구독자를 자랑하며 이사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터넷 방송 문화와의 접속점은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새로이 등장하는 유튜브 세대를 위한 브랜딩의 문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이는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다.





BXRS | 윤희지
작가의 이전글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